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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협약 논쟁 , '떼쟁이' 경총의 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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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협약 논쟁 , '떼쟁이' 경총의 새빨간 거짓말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노동자 통제' 위한 불변의 의지 드러내

박근혜-최순실 범죄와 부패 행위에 깊숙이 개입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해산되지 않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국가위원회에서 사용자 대표로 활동하는 현실은 대한민국 법치주의(the rule of law)가 얼마나 저열한 수준인지 드러내는 사례다.

범죄 집단에 연루됨을 넘어 범죄 집단 자체였던 경총이 이제는 자유 민주주의의 기초인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나섰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 비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서두르는 경사노위에서 억지를 부리며 생떼를 쓰는 것이다.

ILO 기본 협약은 CSR의 출발점

1919년 출범한 ILO는 지난 100년 동안 일을 규제하고(regulation of work) 노동을 보호하여(protection of labour) 산업 평화를 달성할 목적으로189개 협약과 205개 권고를 제정했다. 그 가운데 가장 초보적인 8개를 골라 기본 협약(Fundamental Conventions)이라 명명하고, 국제 노동 기준의 출발점으로 내세운 지 20년이 지났다.

1998년 기본 협약을 선정한 ILO는 회원국의 경제 발전 정도, 정치 민주화 수준, 그리고 정부 대표의 공식 비준 여부에 상관 없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강제노동과 아동노동 철폐, 동일노동-동일임금 및 차별 금지 등을 명시한8개 기본 협약이 모든 나라와 모든 사업장에서 준수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유엔 산하 기관인 ILO의 8개 기본 협약은 당연히 유엔 기준으로 기능하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유엔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책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이다. 여기에는 현대, SK 등 한국의 대표적 독점자본들도 자발적으로 가입해 있다.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용자단체법'은 없고, '노동조합법'만 있는 현실

8개 기본 협약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결사의 자유' 87호 협약은 노동자의 단체 결성권은 물론이거니와 사용자의 단체 결성권도 보장한 자유주의적 기본권이다.

사용자 단체(employers' organisations)인 경총 지도부를 뽑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규정한 '사용자 단체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노동자 단체(workers' organisations)인 노동조합 지도부를 뽑을 땐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법'이 반세기 넘게 기능하며 노동조합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용자 단체 회비를 사용자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 돈으로 내는 것을 금지하는 사용자단체법은 존재하지 않는데,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등 노동자 단체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회사 돈으로 하는 것을 금지할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법은 존재한다.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결성과 활동을 촉진하고 보호하는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되려 노동조합의 결성을 억제하고 그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바로 잡아 노사관계를 공정하고 평등하게 하자는 것이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ILO협약 87호 비준의 취지인데, 경총은 자신들이 제한 없이 누리는 '결사의 자유'라는 초보적 권리를 노동자 단체엔 보장할 수 없다며 생떼를 쓴다.

ILO, '사업장 점거' 파업권으로 인정

사용자들은 189개 협약 가운데 노동자들의 단체행동, 즉 파업권(the right to strike)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협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ILO는 노동자의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짓 주장을 스스럼 없이 늘어놓는다.

사용자의 무식한 주장에 대한 ILO의 입장은 단호하다.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ILO 87호 협약의 근간을 이루며 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와 파업권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파업이 살인, 폭행, 파괴, 납치 등을 수반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 생산 속도의 고의적 저하(go slow), 법규정과 회사 규칙을 준수하면서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준법 투쟁(work-to-rule), 피켓을 동원한 사업장 시위, 나아가 파업 노동자들의 사업장 점거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에 속한다는 게 ILO의 공식 입장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입만 열면 거짓말을 일삼는 경총은 ILO 87호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는 파업 시 사업장 점거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떼를 쓰면서, 사업장 점거를 노동자 파업권의 정당한 행사로 보는 ILO협약 87호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렴치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ILO협약 87호, '파업 시 대체 근로' 금지 뜻해

유치하게도 경총은 파업 시 대체 근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땡깡을 부린다. 파업의 목적은 노동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할 목적으로 정상적인 생산과 용역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다. 파업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생산과 용역의 지속을 노동자들이 방해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에 능숙한 경총은 마치 우리나라에 파업 시 대체 근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공익 사업장의 필수 유지 인력 확보를 허용한 법률 조항에서 보듯 파업 시 대체 근로를 법으로 허용하는 부문도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이것이 ILO 협약 87호와 정면으로 배치되어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는 현행 법령의 공익 사업 범위를 크게 줄이라는 게 ILO의 공식 입장이다.

대체 근로가 이미 허용되는 공공 부문에 대해서도 그 남용을 억제하라는 것이 ILO 협약 87호의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경총은 얼굴 색깔 하나 바꾸지 않고서 민간부문의 파업에도 대체 근로를 도입하자고 억지를 부린다.

하기야 국회 토론회 자리에서까지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늘어놓는 후안무치한 자들이 경총의 '브레인'들이다.

'후진국' 인도네시아도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2년

여기에 더해 경총은 현행 2년으로 되어 있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한국에서 노동 문제를 공부한다는 이들이 모범으로 내세우는 덴마크는 노동법이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 가능하면 모든 것을 법률이 아닌 단체교섭으로 해결한다는 게 덴마크 노사관계의 특징이다.

덴마크에 가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이 좋은지를 노동조합 간부만이 아니라, 사용자 단체 간부에게 물어보라. 십중팔구는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선진국 중에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법률로 규정하는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노동법엔 2년으로 못박고 있다.

노동권 측면에서 인도네시아보다 못한 말레이시아는 법으로 3년을 최소 유효기간으로 정하여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훼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대한민국처럼 ILO협약 87호를 비준하지 않은 노동권 후진국이다.

물론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3년을 넘는 나라들도 있는데, 대부분 기업별 교섭이 아니라 산업별 교섭을 통해 산업 수준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나라들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경총이 산업별 교섭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별 단체교섭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기업 운영의 유연성을 생각할 때 2년도 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ILO협약 98호,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규정

경총 주장 가운데 황당하고도 황당한 것은 사용자에게 의무로 부과되는 부당노동행위(unfair labour practices) 금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게 가장 황당하다고 한 이유는, 지금 경사노위가 비준을 위해 논의하고 있는 ILO 협약 98호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시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사용자의 의무를 명시한 협약을 비준하자는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금지 제도를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이 뻔뻔함의 배후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결사의 자유와 조직할 권리 보호'라는 제목이 붙은 ILO협약 87호가 노사 모두에게 보장되는 권리라면, '조직할 권리와 단체교섭권' 이라는 제목이 붙은 ILO협약 98호는 노동자에게만 보장되는 사회권(social rights)에 속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비교하면, 87호는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는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21조와 맥락을 같이 하며, 98호는 노동자에게 단체결성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헌법 33조와 맥락을 같이 한다.

노동자 단체를 '지배' '통제'하려는 경총의 불변 의지


98호는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조직할 권리를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반노조 차별 행위(acts of anti-union discrimination by employers or employers' organisations), 즉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의무를 이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독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단체교섭권 협약'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98호는 단체교섭이 무엇인지 그 대상과 범위는 무엇인지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으며(국가나 법률의 개입 없이 노사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교섭하고 결정하라는 뜻), 오로지 사용자가 저지르지 말아야 할 부당노동행위가 어떤 것인지를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98호에서 말하는 부당노동행위의 핵심에는 노동자와 노동자 단체를 지배(domination)하고 통제(control)하려는 사용자와 사용자 단체의 의지에 대한 거부가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 단체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의지는 범죄집단 경총이 창립 이후 포기하기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운동의 관념적이고 무력한 대응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가가 앞장서 노조 자격을 취소하였고, 이런 야만적인 사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ILO 기본 협약의 정신은 노동조합 활동과 단체교섭 같은 노사관계에 국가가 법령을 통해 사사건건 개입하지 말고, 노사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 여당은 여전히 법률 자구를 수정하여 비준 문제를 해결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고, 이런 정부 여당의 헛점을 파고 들어 범죄 집단 경총은 ILO 기본 협약 비준을 무산시키려 술수를 부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낡고 낡은 '선 입법-후 비준' 논리만 고집하는 정부 여당의 의도된 게으름과 뻔뻔스러운 거짓말로 물타기에 나선 경총의 교활한 공세에 맞서는 노동운동의 대응은 관념적이고 무력하다. 이런 이유로 ILO 기본 협약 비준은 용두사미로 끝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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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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