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인준이 2번 연속 국회에서 부결되자 해외언론들도 긴급히 이 소식을 전했다.
주목할 것은 외신들은 총리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의 파장을 김대중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유사시 권력공백 가능성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우리나라 정국을 보며 내심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외신들, "대통령 유고시 누가 직무를 대행할 것인가"**
미국의 AP통신은 "한국의 총리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의전적인 자리이지만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그 대행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 "고령의 김대중 대통령의 이미지는 노벨 평화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이 부패사건으로 투옥되면서 빛이 바랬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보다 더 직접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유고시 권력공백을 우려했다. VOA는 "김대중 대통령은 고령으로 올해 폐렴 등 여러 가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한 적이 있다"면서 "한국의 총리는 대체로 형식적인 자리이긴 하지만 대통령 유고시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총리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대행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에 총리가 오랫동안 공석이 되면 김 대통령의 외유 일정에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총리 부재사태를 대통령 직무대행 책무와 관련시켜 보도했다.
한편 영국의 BBC 방송은 분석가들의 말을 빌어 이번 인준거부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김 대통령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BBC는 김 대통령의 이미지는 두 아들을 포함한 측근의 잇단 부패스캔들로 이미 크게 손상됐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 영향력 결정적 타격, 그러나 정치인의 도덕성 제고 계기"**
외신들은 이번 총리임명동의안 부결로 김대중 대통령의 영향력이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AP통신은 "장대환 총리 지명자 국회 임명동의안이 151대 112로 부결됨에 따라 친인척과 정부의 부패비리로 위상이 격하된 김대중 대통령에게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총리 임명동의안이 잇따라 부결된 배경에는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간의 대립이 격화되었다는 점도 있다"면서 "김 대통령의 영향력 저하가 새롭게 부상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도 "김대중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후보가 잇따라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총리가 1개월반 이상 공석이 되는 이례적인 사태가 빚어졌다"며 "정권말기에 급속히 구심력을 잃은 김대중 정권이 이때문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또 "청와대에서는 조기에 새로운 인선에 착수한다는 입장이지만 동의안이 연속적으로 부결된 만큼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이번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사태가 한국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새로운 풍토가 조성되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아시아재단의 한국지부장 스코트 스나이더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도덕적 자질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대선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각 정당들이 여론의 향배에 민감한 상태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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