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포로 약 1천명이 미국 지원을 받고 있는 북부동맹군에 의해 집단적으로 질식사당한 뒤 집단매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8일(현지시간) 발매된 최신호에서 당시 포로 수송을 맡았던 트럭 운전수 등 관련자들의 증언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난해 11월 탈레반의 최후항전 거점인 남부 쿤드즈에서 투항한 탈레반 및 알카에다 포로 수천명중 약 1천명이 밀폐된 컨테이너 트럭에 실려 북부 시베르간의 한 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집단으로 질식사했으며 이들은 형무소 주변의 사막에 집단매장됐다. 인권단체와 유엔의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희생자 숫자는 1천명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역 주민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뉴스위크는 생존자와 컨테이너 트럭의 운전수 등의 증언을 모아 폭로했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쿤드즈 함락후 아프간인외에 파키스탄, 아랍, 체첸 등 다국적 탈레반병사들이 투항했다. 이들은 곧바로 트럭 등으로 중계 지점으로 운반된 뒤 컨테이너 트럭에 실려 시베르간에 있는 북부동맹 형무소로 이송됐다.
이송은 북부동맹군의 도스탐 장군 휘하의 병사들이 책임 맡았는데, 컨테이너 운전수 증언에 따르면 컨테이너 뚜껑을 열어보니 시체들이 마치 죽은 물고기떼처럼 여기저기 가득 흩어져 있었다. 뉴스위크는 과연 이번 집단 질식사가 우발적 사고에 따른 것이었는지, 아니면 북부동맹군에 의해 의도적으로 자행된 전쟁범죄인지에 대해 앞으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사체는 시베르간 형무소에서 자동차로 약 15분간 떨어져 있는 사막에 집단매장됐다. 또한 유엔의 극비 내부 메모는 희생자 숫자를 '9백60명'로 기록돼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아지즈 우르 라흐만 라제크 아프간인권기구 책임자는 "1천명 이상이 컨테이너 속에서 사망한 것으로 장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은 정보들을 기초로 할 때 이번 사건은 "정식으로 전쟁범죄 조사를 실시하기에 충분한 사건"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엔은 이번 사건이 보도됨에 따라 금명간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뉴스위크는 또한 미군 당국이 탈레반 포로들의 컨테이너 질식사 보도를 알고 있으나, 미 군인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거나 직접 목격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존 로빈슨 미 중부군사령부 대변인은 뉴스위크 보도가 나간 뒤 "뉴스 미디어를 통해 집단매장 의혹에 관해 읽었으나 컨테이너 질식사나 집단매장 확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그런 것이 사실인지 여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댄 바틀렛 백악관 공보국장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가 유엔의 탈레반 포로 집단학살 의혹 조사를 지지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성급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지만 사실 여부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위크 보도처럼 유엔 조사결과 미군이 직접 집단 질식사에 관여하진 않았더라도 질식사 및 집단매장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의 도덕성은 회복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으며 중동지역의 반미감정도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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