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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괜찮을까?

지금 미국에선 '종업원 돈 다 까먹는다' 맹비난

재정경제부등 정부가 증시부양책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이다. 정부는 이때마다 미국 연기금의 공격적 주식투자를 예로 든다. "우리나라 연기금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인 반면, 미국은 21%나 된다"며 "따라서 미국처럼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측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노동자들이 연기금 주식투자를 대행해주고 있는 뮤추얼펀드들을 공격하고 나서 주목된다. 자신들의 노후를 보장해줄 연기금을 맡은 뮤추얼펀드가 노동자가 아닌 기업 CEO들과 유착함으로써 연기금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를 추진중인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남의 일로 보아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뮤추얼 펀드, 기업경영진과 검은 유착**

미국의 대표적 노동단체인 미국노동자총연맹-산별노조회의(AFL-CIO) 등은 최근 "우리 단체 소속 노조원들만 해도 수십억달러의 은퇴연금을 피델리티등 뮤추얼펀드에 투자함으로써 이들 뮤추얼펀드사의 주주자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 뮤추얼펀드사는 은퇴연금을 맡기는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느라 기업 경영진들에게 꼼짝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FL-CIO는 지난달말부터 세계최대 뮤추얼펀드사인 피델리티 등 미국 상장주식의 21%를 보유하고 있는 뮤추얼 펀드회사들이 주주대리권을 어떻게 행사하고 있는지 그 내역을 주주에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이 단체는 미국 의회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업회계개혁법안을 마련해 회계범죄를 엄단하는 최근의 개혁분위기에 힘입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대해 뮤추얼펀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AFL-CIO의 투자팀장 윌리엄 패터슨은 최근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뮤추얼펀드야말로 월가에서 빚어지는 대표적인 이해상충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사인 피델리티는 엔론같은 기업들의 은퇴연금제도(401k)를 운영하면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잘못을 알면서도 감히 고객사의 비위를 거스르는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뮤추얼펀드를 비롯한 미국의 대다수 기관투자가들은 이같은 이해상충 문제로 기업의 투자결정시 '자동거수기' 역할에 안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단체들은 그동안 뮤추얼펀드사들이 경영진에게 거액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결정에 찬성해온 대목을 이같은 이해상충이 낳은 대표적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꼽고 있다.

한 예로 거대에너지기업 엔론이 파산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엔론의 종업원들이다. 이들은 엔론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강제로 불입한 은퇴연금을 모두 날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돈을 맡긴 뮤추얼펀드사는 엔론의 하수인 역할을 넘어서지 못했다.

뮤추얼펀드들은 노동계의 거센 비난에 대해 "월가의 분석가들과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피델리티의 행정실장 데이비드 웨인스타인은 "피델리티는 주주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할 뿐이며 단지 경영진과의 이견이 노출될 경우 주가에 심각한 손상을 입기 때문에 '조용한 외교' 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실기업 연기금 유치 대가로 부실기업 주식 매입하기도**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뮤추얼펀드사들의 반론을 일축하고 있다. 최근 피델리티의 대표고문이 뉴욕증권거래위원회에 출석해 "뮤추얼펀드 회사들은 기업 경영진의 결정에 그대로 따라왔다"고 증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피델리티 같은 대형 뮤추얼펀드회사들은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된 투자신탁업무를 가급적 줄이도록 애써 왔다. 개인들로 구성된 뮤추얼펀드는 주가 변동에 따라 큰 영향을 받아 수익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의 은퇴연금을 운용하면 안정적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피델리티의 경우 엔론처럼 분식회계로 악명높은 타이코로부터 28억달러짜리 401k 등 기업연금을 유치해 1999년에만 2백만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피델리티는 또한 타이코의 2대주주로 타이코 주식 5.3%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이기도 하다. 부실기업으로부터 연금을 유치하는 대신 이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식의 뒷거래가 자행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때문에 뮤추얼펀드계에서조차 이해상충을 인정하고 있다. 피델리티의 경쟁업체인 뱅가드그룹 창업자 존 보글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뮤추얼펀드사가 고객사의 경영진에 반대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뮤츄얼펀드 주주대리권 행사 공개하라"**

피델리티는 필립모리스, 포드, 제너럴모터스, 셸 등과 종업원복지프로그램 운용계약을 맺고 있다. 피델리티의 자체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거둔 운용수익 98억달러중 절반 이상이 이같은 기업고객들로 받은 수수료다.

SEC도 노동계의 요구가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최근 뮤추얼펀드의 주주대리권 행사에 관한 공개 문제에 대해 신중히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위크는 "요즘 주주들의 여론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기 때문에 뮤추얼펀드업계는 주주대리권 행사에 대해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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