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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환경장관 거론되는 문국현, 누구인가

'환경경영''학습경영''사회환원'의 대명사

노무현 '참여정부'의 초대 환경부장관 후보 명단에 현직 기업가가 강력한 후보로 거명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문국현(54) 유한킴벌리 사장. 그는 CEO로서의 경영마인드는 물론 '사회사업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환경운동가로도 유명하다. 유한킴벌리가 친환경기업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재계 인사로서는 유일하게 노무현 정부의 초대각료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문국현,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문국현의 3대 매력**

문사장과 유한킴벌리는 유난히 상복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 같으면 펄쩍 뛰고 좋아할 큰 상을 받고도 반응은 심드렁하다. 지난해 7월 유한킴벌리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선정 대한민국 기업이미지 대상 윤리경영 부문 최우수상을 받고 문 사장은 최우수 최고경영자(CEO)로 뽑혔다. 그때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문 사장이 9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유한킴벌리는 위생.가정.유아.여성.병원 등 8개사업분야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환경경영 1위, 직장인들이 꼽은 10대 좋은 회사, 기업이미지 파워 10대 기업 등에 매번 선정돼왔다.

업계에서는 흔히 문 사장을 일컬어'윤리경영의 산모델'로 평가한다. 윤리경영은 며칠 전 손길승 회장이 전경련 신임회장이 취임하면서 한국 기업인들이 추구해야할 가치로 내세운 경영지표이기도 하다.

문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다음 세가지 면에서 그를 '멋진 사람'이라 평한다.

첫번째는, IMF때 다른 회사들이 감원할 때 유한킴벌리는 오히려 직원들을 더 뽑았으며 경영성과도 더 좋게 만든 그의 빼어난'경영능력'이다.
두번째는, 20년째 회사 매출액의 0.5% 이상을 나무심기에 투자해 온 지속적인 '환경사랑'이다.
세번째는, 회삿돈과 개인 호주머니를 털어 사회에 늘 보태온 '사회환원 정신'이다.

문 사장의 남다른 행보에 대해 "펄프를 많이 사용하는 회사이니까 나름대로 이미지 관리상 나무심기에 투자해온 것"이라거나 "몇푼 안되는 돈으로 교묘한 기업홍보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의 일종"이라는 폄하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가 있다고 해도 문사장이 한두 해 그런 일을 해온 것이 아니란 점에서 그에 대한 업계의 호평은 변함없다.

***문국현의 '환경경영'과 '학습경영'**

문국현 경영철학의 핵은 '환경경영'이다.

"먼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며, 이윤창출을 통해 주주와 종업원을 만족시켜야 한다. 또 환경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함으로써 공익과 미래세대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세번째 것이 곧 환경경영이다.

환경경영은 불필요한 자재의 구입이나 낭비, 결함 등을 예방할 수 있어 기업도 이윤을 남길 수도 있고 에너지절약 등 환경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현대경영에서는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투입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을 생산한 뒤 오염물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면 기초단계부터 환경부하를 줄이느냐가 문제다."

문국현 경영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학습경영'이다.

유한킴벌리는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작업과 함께 '4조근무제'라는 고성능 학습조직으로 기업구조를 수년에 걸쳐 개조했다. 이같은 경영혁신 덕분에 IMF 위기도 쉽게 넘을 수 있었고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

그는 업계 최초로 도입한 4조근무제란 생산라인을 4개조가 번갈아 근무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3조 근무제보다 예비근무조가 하나 더 있다는 게 큰 특징이다. 4조 근무제는 3개조가 8시간씩 교대로 일해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할 때 나머지 1개조는 휴식하거나 교육을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만큼 사람을 많이 써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경영의 인건비 최소화 추세와 비교하면 '역발상'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4조근무제 도입 후 30%정도 직원이 추가고용됐다. 공장이 4개이며 직원수만도 1천5백60명에 달한다.

이같은 4조 근무제에 대한 재계의 힐난도 적지않다. 그러나 문 사장은 "인건비가 비싸서 경영하기 힘들다는 일부 CEO들의 주장은 부족한 경영수완을 감추려는 변명에 불과하다"며 "근로자의 손에만 의존하는 경영은 후진국에서나 통하는 경영"이라고 반박했다. 문 사장에 따르면, 기업의 비용은 인력부문이 20%, 생산공정부문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문사장은 인력부문의 투자를 극대화하는 대신, 생산공정 중 불요불급한 과정을 과감히 없앰으로써 회사를 슬림화시켰다.

그는 또 평사원에서 대표이사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을 8~9단계에서 2~3단계로 줄였으며 생산공정을 25% 이상 축소시켰다. 그 여력으로 직원들의 휴식과 교육을 강화하는 4조근무제를 도입한 결과,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재해율 0%, 불량률 2%를 달성하며 생산성도 높아지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충분한 휴식과 교육을 통해 생산현장에서 직원들의 적극성과 집중력이 높아진 결과다.

매출액은 2000년 5천7백70억원(순이익 5백34억원)을 기록했고 2001년에는 매출액 6천7백50억원을 달성했다. 순이익률도 9.5%로 높아졌다. 지난해는 매출이 7천4백50억원으로 순이익률이 11.2%에 이르렀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달라진 회계제도에 따라 순매출 기준 8천3백3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운동가 문국현**

이처럼 경영자로서 '환경경영', '역발상의 경영'을 구사하는 문국현 사장은 정작 일반인들에게는'사회운동가'로 더 친숙하다.

문 사장은 다른 CEO들은 바쁘다며 엄두도 못낼 사회활동에 적극적이다. 그는 현재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시민연대, 아름다운재단 등 무려 시민단체 9곳의 이사를 자진해서 맡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일주일에 2~3차례씩 대학, 기업, 관공서에서 환경운동 강연을 하기 위해 지방출장에 나선다. 각종 강연료와 원고료 전액에 자신의 월급 일부를 보태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그가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에서는 재단이사의 한 사람으로서 '1% 나눔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1% 나눔운동'이란 월급, 매출, 전문성, 유산 등 자신이 가진 것 중 나눌 수 있는 것을 찾아 부담 없이 기부하자는 소액다수의 기부운동.

문 사장은 "사람이 가장 성장하는 때, 행복감을 느끼는 때는 누군가를 돕는 때라고 한다"며 "자신과 이웃의 행복을 위해서도 1% 운동을 주변에 권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일한씨의 사회환원 정신에 매료돼 입사"**

그가 이렇게 환경운동과 기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에 입사한 것 자체가 '사회운동가'적인 그의 기질과 맞아 떨어져서였다.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대학 4학년때 부친이 운영하던 대형 운수회사의 요직과 삼성그룹 공채 합격증을 버리고 유한킴벌리를 선택한 이유가 "창업주(고 유일한)가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정신이 살아있는 회사라면 내 인생을 맡길 만하다"라는 판단에서였다는 것이다.

"유한의 풍토와 내 삶의 방식이 똑같아요. 그리고 저는 남보다 많이 버니까 나누며 살아야지요."

문사장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거쳐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한 뒤 95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기 전 유한킴벌리에서 그의 인생을 바꾼 일이 벌어진 것은 83년 그가 돌연 회사에게 안식년을 요구해 미국에 갔을 때였다.

그는 미국과 호주 등을 돌아다니면서 어디서나 숲을 울창한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84년부터 유한킴벌리에 복귀한 이후 그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 등 나무심기 운동을 전개하고 95년부터는 '학교 숲과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나무심기 활동을 인정받아 그는 유엔환경회의(UNEP) 글로벌 500상(97년)을 받기도 했다.

그는 "유한킴벌리가 나무를 소비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나무심기 운동을 펼친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부터 고지(폐신문, 폐지 등 재활용 종이)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가 벌이고 있는 나무심기 사업과 중국 사막화방지사업 등은 피폐된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순수한 민간운동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지금까지 2천만그루 심어**

그는 회사 일보다는 대외활동에 쏟는 시간이 더 많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5~6시간으로, 더러 일 없는 날도 있다. 그를 고문이나 이사로 위촉하거나 사외이사로 영입한 시민단체나 기업들은 오히려 그의 의욕적 활동에 놀라워 한다. 꼬박꼬박 회의에 참석,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이면서도 이처럼 '한가'할 수 있는 비결은 조직을 세분화, 권한을 대폭 위임한 덕분이다. 잔무를 털어냈기에 최고결정권자가 나서야 할 일이 많지 않다. 현재의 일은 각각의 책임자에게 넘기고 그는 3∼4년, 길게는 10년 후의 일을 설계한다.

매출액의 0.5% 이상 지난 20년간 나무심기에 들인 돈이 벌써 1천억원에 이른다. 당장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일 같지만 문 사장은 '사회적으로는 들인 돈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는 장사'라며 '사회운동가다운 계산법'을 들려준다.

"자연은 한 기업의 것도 개인의 것도 아니죠. 모든 인간의 삶의 터전입니다. 황폐한 땅은 사람들의 성격까지 파괴적이고 황량하게 만들지만 풍성한 숲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듭니다. 하지만 절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뉴질랜드 숲의 20%도 나무를 심어서 가꾼 것입니다. 선진국의 숲에는 나무보다 많은 땀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동안 유한킴벌리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심은 나무가 2천만그루가 넘는다. 산림청을 설득해 그동안 2천만평이 훨씬 넘는 국유림을 '녹화'시켰다.

유한 킴벌리에서 주최하는 나무심기 행사 중에는 20년째 해온 '신혼부부 나무심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행사는 신혼부부가 2세에게 물려줄 나무를 아이처럼 정성스럽게 심고 가꾸자는 뜻이 담겨있다.

해마다 신혼부부 등 5백여명이 참석하는데 지원자가 많아 추첨으로 결정한다. 참가자들은 전문가로부터 나무심는 방법을 배운 후 부부당 14그루를 심는다. 지금까지 잣나무, 구상나무, 전나무, 느티나무 등 20여만 그루를 심었다. 예전에 심은 잣나무 묘목이 어느새 직경 20㎝에 키 15m로 자라 시간만 나면 행사가 있었던 산을 찾는 가족들도 많다고 한다.

아버지와 엄마가 함께 심은 나무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절로 자연친화적인 사람이 된다. 자연사랑, 숲사랑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다. "세월이 지난 어느 날 3대가 하늘을 찌르는 나무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흐뭇하지 않느냐"는 것이 문 사장의 말이다.

***본인은 환경장관직 고사,그러나?**

이처럼 문국현 사장의 지난 삶을 보면 그는 환경부장관감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재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그를 초대 환경부장관 후보 1위로 올려놓은 것도 그의 남다른 기업가 정신, 사회운동가 정신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11일 "정작 본인은 환경부 장관직을 맡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문 사장이 오는 3월 출범하는 '킴벌리클라크 동북아시아경영협력체 회장'으로 지난 3일 선출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 했다.

우리나라를 포함, 일본.중국.대만.홍콩.몽골 등 동북아 6개국을 연계시키는 '킴벌리클라크 동북아시아 경영 협력체'는 각 국가별 킴벌리클라크 투자회사 사장들로 구성되며 회원사간의 정보를 비롯, 지적.인적 및 물적 교류를 통한 상호협력을 추구하는 네트워크다. 문사장이 회장을 맡게 됨으로써 이 협력체의 리딩 컴퍼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으며 이 지역에 대한 수출 확대는 물론, 경영 컨설팅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갖게 돼 문 사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라에서 문 사장을 '환경 파수꾼'의 수장을 맡으라고 부를 때 과연 그가 끝까지 고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의 '환경사랑'이 워낙 남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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