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출 드라이브에 경제회생의 승부수를 던졌다. 수출 증진을 통해 미국경제의 활로를 찾겠다는 메시지다.
미국이 택한 수출 부양책은 국가간 관세장벽을 없애는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 체결이다. 이는 각국 제품과 경합이 치열한 해외시장에서 미국제품이 관세를 물지 않도록 함으로써 미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이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 관세장벽을 낮추라는 무역공세를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미국은 7일부터 양국간 통상협안 협의에 들어간 우리나라에 대해 자동차 관세를 미국수준으로 대폭 낮추라는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예견되는 미국의 무역공세를 예의주시할 때이다.
***"이제 미국이 살 길은 수출 드라이브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대외무역협상에 대한 '백지 위임장'을 받아내 6일(현지시간) 이 법안에 서명했다.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된 법안은 무역협상전권(TPA) 법안. 이 법에 따르면, 국제무역협상에서 대통령이 맺은 협상내용에 대해 의회는 전체에 대해 가부만 결정할 수 있을뿐 조항별 수정권한은 사라진다. 때문에 이 법안은 대통령에게 소위 '무역협정 신속처리권'(Fast Track Trade Authority)을 부여하는 통상법안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은 자유주의 무역을 옹호하는 나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이 무역협상 전권을 상실한 지난 8년간 세계적으로 1백93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멕시코, 캐나다 등 고작 네 나라와 FTA를 체결했을 뿐이다.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최근 증시 침체 등으로 사기가 땅에 떨어진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무역협상 주도권이 필요하다고 강조, 의회에 법안 통과를 강도 높게 요구해 왔다. 부시는 지난 1일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후 상원 지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이번 법안으로 우리는 미국의 번영은 물론 전세계 자유와 진전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부시 대통령은 FTTA 권한을 부여받음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협상은 물론 현재 진행중인 칠레와 싱가포르 등과의 FTA협상,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 등에서 의회의 견제에 대한 부담없이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 정부, 미국 노동자에게 1백20억달러의 보조금 지급키로**
그러나 미국내에서 TPA 통과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74년 처음으로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이 무역촉진 권한은 지난 94년 기간이 만료된 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무역협상전권 갱신 요구조차 민주당은 시장개방으로 수입이 급증해 미국의 실업이 늘어날 위험이 크다며 단호히 뿌리친 바 있다.
지난달 27일 이 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2백15 대 2백12의 근소한 표차로 통과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까지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에 TPA 법안 통과를 용인한 것은 국제교역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거나 실직한 미국 노동자에게 '무역조정보조금'이라는 이름으로 향후 10년간 약 1백2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조건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새 법안은 이외에도 미국 무역협상팀에게 노동자 권리와 환경보호 문제를 주요 협상목표로 삼도록 했다.
부시는 무역촉진법안에 서명하기에 앞서 "1990년대 미국의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2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법안서명 즉시 신속하게 이 권한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는 우선 "칠레, 싱가포르, 모로코 등과 개별적으로 자유무역 관계를 수립하도록 빨리 움직일 것"이며 "호주 등 다른 여러 나라들과도 자유무역 관계 수립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등 해당국가는 반대여론 비등**
이 법안의 발동으로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를 미주 전체로 확산하려는 미주자유무역협정(FTAA) 노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부시는 북미, 중미, 남미 등 아메리카 34개국(쿠바 제외)을 아우르는 FTAA를 2005년 1월까지 매듭짓는다는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 "FTAA가 성사되면 8억명에 달하는 소비자를 상대로 13조달러의 거대시장이 자유무역권으로 묶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이 FTAA 성사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브라질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루벤스 바르보사 주미 브라질 대사는 6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WTO가 추진하고 있는 뉴라운드의 결과를 보고서 FTTA 협상에 임해도 늦지 않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브라질은 지난해 FTAA협상이 시작되면서 참여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위기로 미국의 수출 드라이브에 대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남미 국가들 대부분이 자유시장정책을 추구하다가 도리어 경제가 망가졌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노동총연합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정책분석가 엘리자베스 드레이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수출이 발전 전략의 일부분일 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면서 "FTAA는 남미 국가들이 자체 발전에 대한 노력없이 수출에 너무 의존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라질 정부도 "미국의 보호주의적 정책이 FTAA 체결에 장애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브라질의 농산품 등 대미경쟁력이 있는 대부분의 수출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점을 지목했다.
브라질 차기 대선에서 집권당이 될 것이 유력한 노동당도 "미국이 보호주의를 고집한다면 FTAA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미국이 미주 대륙을 경제적으로 흡수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관세인하 압력 집중될 전망**
미국의 TPA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FTA 협상 대상국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당장 TPA를 발동할 현안은 없다. 그러나 무역확대를 통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미국이 철강과 자동차 등 품목별로 관세를 낮추라는 통상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7일 시작된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에서 아미 잭슨 미 무역대표부(USTR) 한국담당 부대표는 현행 8%인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입관세를 미국수준인 2.5%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현대차 등 한국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7%대로 높아진 만큼 한국도 이에 부응하는 관세인하 노력을 하라는 주문이다.
이같은 관세인하 압력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관세 철폐를 골자로 하는 TPA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인하 압력은 한층 강도가 세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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