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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딥을 예견한 '월가의 족집게'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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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딥을 예견한 '월가의 족집게'는 누구?

폴 크루그먼, 스티븐 로치 등, "그린스펀은 바람잡이"

요즘 월가에서 '족집게 예언가'로 급부상하는 두 명의 인물이 있다.

학계에서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이고, 시장에서는 모건 스탠리 증권의 투자분석가 스티븐 로치다. 남들이 근거없는 낙관론에 흥분할 때, 냉철한 시선으로 불황의 도래를 일관되게 경고해온 대목이 새삼스레 이들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불황을 정확히 예견한 '족집게'들**

CNN머니지는 최근 '정확한 예언자(The Guys who got it right)'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글을 시작했다.

"6개월전 경제예측의 주류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지금 쯤이면 경제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것이며, 기업수익성침체도 끝나고 주요증시지수도 더 높아질 것이다.'
당연히 이같은 전망 가운데 하나도 맞은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예언가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CNN머니는 이어 누가 엉터리였고, 누가 족집게였는가를 비교소개했다.

CNN머니지가 선정한 족집게 예언자는 다음과 같다.

이 기사에 따르면, 모건 스탠리 증권의 스티븐 로치는 지난 1월7일 뉴욕타임스의 기고문을 통해 '더블 딥(반짝 회복후 재침체 국면진입)'을 예언했다. 그는 "지난 45년간 6차례의 경기후퇴 국면에서 더블 딥 현상은 첫 번째를 빼고 5차례나 있었다"며, "최근의 비정상적인 소비자의 실제구매력만이 내 이론을 오류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었다.

로리 로버트슨(맥커리 홀딩스의 금리 전문가)도 "5월 늦어도 6월에는 경제회복이 과열이 되지 않도록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던 대다수의 금융전문가들과 견해를 달리했다. 그는 1월29일 리포트에서 "경제회복세가 신규고용을 창출하기에는 회복세가 너무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은 없으며, 고용성장이 저조하고 주가가 추가하락한다면 금리는 도리어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톰 맥매너스(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 투자전략가)도 정확한 예언가에 속한다. 그는 연초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UBS워버그의 에드 커슈너등 몇몇 투자전략가들이 장밋빛 전망을 할 때에도 "3년 연속 침체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1941년 이래 3년 연속 증시침체가 지속된 적이 없다는 점 때문에 올해초 많은 투자자들이 덫에 빠졌다"면서 1990년대 유례없는 주가상승을 언급하며 "얼마나 더 떨어질지는 어느 높이에서 시작했느냐에 따르는 법"이라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미국 경제의 더블 딥을 경고해온 세계적 석학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교수도 2일 뉴욕 타임스(NYT) 고정 칼럼을 통해 더블 딥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두비야(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름 중간이니셜 W의 텍사스 발음을 비꼬아 부르는 별명)의 더블 딥?'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동안 여러 번 주장했듯 더블 딥 주장은 점점 더 논리적으로 느껴지며 어느 때보다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의 경기 침체는 이상 과열(Irrational Exuberance)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 금리와 관계없는 것"이라면서 "이때문에 향후 경기침체를 막으려면 금리 인하를 통한 주택구입과 소비지출 정도가 아니라 '나스닥 거품'과 맞먹는 '주택 이상과열'을 일으켜야만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급락하는 미국 실물경제**

그동안 대다수의 낙관론에 묻혀 이들의 주장은 미국경제에 대한 '소금' 역할로 치부되어 왔다. 참조할만은 하지만 소수파 의견에 불과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정확하기로 자부했던 미국의 경제통계도 분식회계로 신뢰가 땅에 떨어진 미국기업들과 별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하루아침에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상무부가 31일(현지시간) 발표한 '수정 경제지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은 6.1%(추정치)에서 5.0%로 하향조정됐다. 지난해 경기침체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길고 깊었다. 지금까지 미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4분기만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수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4분기의 GDP가 1.3%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으나 최종 집계로는 연율 0.6%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2.4분기 GDP 또한 당초의 0.3% 증가에서 연율 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해 3.4분기도 0.3%(당초 추정치는 -1.3%) 감소한 것으로 밝혀져 3분기 연속 GDP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지난해 GDP가 성장한 분기는 마지막 4.4분기 뿐으로 당초 1.7% 확정치에서 2.7% 성장한 것으로 수정됐다.
그 결과 2001년 전체 GDP 성장률도 당초의 1.2% 성장에서 0.3% 성장으로 하향 조정됐다.

통상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하락할 경우 경기침체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이같은 지표는 미 경제가 9.11 테러 이전에 이미 깊은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소비자신뢰지수도 예상을 넘어서는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컨퍼런스보드가 조사한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7.1로 지난달 106.3은 물론 예상치인 101.5에도 훨씬 못 미쳤다. 특히 향후 경제에 대한 지수는 95.7로 전달(107.2)보다 무려 11.5포인트 급락, 소비자들은 향후 경기를 더욱 비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올해 2.4분기 성장률도 당초 2.3%보다 절반 이하인 1.1%에 불과한 것으로 수정 발표됐다.

***"그린스펀 등은 바람잡이"**

컨설팅업체 내로프의 조엘 내로프 대표는 "이번 하락이 월가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만 신규주문 하락이 수요의 실질적 둔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de)가 이미 40년래 최저 수준인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단 해리스는 "뉴욕 증시가 10% 추가 하락하면 자산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을 우려, 금리가 또다시 인하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ANZ 뱅크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드 개리스도 "경제침체가 유동성 문제로 불거지게 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비와 성장 부문의 실망스런 결과는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을 날려버릴 만한 것"이라며 "또 한번의 침체(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관론은 요즘 들어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오래 전부터 일관되게 더블딥의 가능성을 경고해온 이들이 과연 향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가 월가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스티븐 로치는 이번 경제지표 발표와 무관하게, 이미 올해 안에 경제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예상해 왔다. 로치는 최근 악화된 경제지표를 보고 올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60~65%로 상향조정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주요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그린스펀 의장 등 많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낙관적인 이유에 대해 "경제전망가들은 치어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얼마전 "미국이 지금 필요로 하는 사람은 치어리더(cheerleaders)가 아니라 진정한 리더(real leaders)"라고 꼬집은 그의 칼럼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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