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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한국경제, 내년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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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한국경제, 내년이 문제다"

내년도 3대 악재-YS식 경기부양ㆍ인플레ㆍ경상적자

"올해보다는 내년이 문제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의 진단이다.

한은은 요즘 국내외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올해 세계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인 미국경제 동향을 모니터링중이다. 아직까지 미국위기가 진행형인 만큼 속단을 내리기는 이르나, "최소한 세계공황은 없다"는 게 한은이 현재 도달한 결론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전망한 연평균 6.5%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경제가 변수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파악하기론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올해 우리 기업들과 금융기관은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하리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한은이 걱정하는 내년도 3대 악재**

한은은 그러나 내심 걱정이 많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문제"라는 게 한은의 걱정이다.

한은이 우려하는 대목은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투기성 인플레 압력이다.

두번째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다.

세번째는, '제2의 신경제정책' 출현 가능성이다.

이 세가지 위험요소를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경우 내년 이후 경제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한은의 말못할 고민이다.

***첫번째 악재, 투기성 인플레 압력**

한은 고위관계자는 "올해는 인플레를 크게 걱정할 일이 없으나 내년부터는 인플레 압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 한은은 원래 인플레를 잡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한은 사람들은 언제나 인플레를 걱정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자금시장 돌아가는 것을 보면 '내년도 인플레' 걱정이 근거없는 게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9.11테러후 한은뿐 아니라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경기급락을 막기 위해 예외없이 엄청나게 자금을 풀어놓았다"며 "그러나 9.11테러 부작용이 해소되자 이번에는 미국의 신뢰성 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동반침체를 막느라고 자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이 시중에 많이 풀려있는 자금들은 상당히 투기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 근거로 최근 자금에서'신M1'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히 높아진 점을 지적했다.

신M1이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금통화에다가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요구불예금 및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투신사 MMF 포함)을 합한 이른바 '단기성자금'을 가리킨다. 부동산값이 뛸 것 같다면 부동산시장으로, 주식이 오를 것 같다면 증시로 즉시 옮겨갈 투기성 높은 자금을 가리킨다.

신M1이 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10%대 초반으로 낮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0월 24.9%로 급속히 높아진 이래 올 2.4분기에 들어서는 비율이 28%를 계속 웃돌고 있다. 풀어 말하면 시중자금의 근 30% 정도가 언제든지 움직일 준비가 돼있는 투기성 높은 자금이라는 말이다.

이같은 투기성자금의 증가는 조금만 상황이 좋아지면 즉각 '투기성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내년에도 원화가 계속 강세를 유지하면 수입물가가 낮아져 인플레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나, 이같은 순기능도 투기성자금이 준동하면서 부동산 등의 자산 인플레가 형성되면 별로 맥을 못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두번째 악재, 경상수지 적자**

박철 한은 부총재는 30일 한 세미나에서 "개인의 해외여행이 급격히 늘어 여행수지가 악화되고 있다"며 "경기 회복세로 수입확대, 서비스수지 적자 등이 지속되면 내년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부총재의 이같은 경고는 상반기 경상수지 상황을 보면 실감난다.
상반기 경상수지는 전년 동기보다 45.4%나 줄어든 35억7천만달러 흑자에 그쳤다. 특히 하반기에는 흑자규모가 15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 악화의 주범은 여행수지 적자의 급증이다. 상반기 적자 규모는 16억4천만달러로, 한은이 여행수지 집계를 시작한 80년이래 최대규모다. IMF위기 도래전인 96년도의 흥청망청 해외여행 분위기가 연상될 지경이다.

여기에다가 원화강세에 따라 경상흑자의 견인차인 수출도 줄어들 위험성이 크다.

만약 내년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면,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어렵게 A급으로 끌어올린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또는 대외신인도가 흔들릴 위험성이 크다. 외국인투자가들은 경상흑자국을 좋아하지, 경상적자국은 관심밖이다. 경상적자가 지속될 경우 또다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같은 외국인투자가의 의혹은 곧바로 주가급락, 경기침체 등의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질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세번째 악재, 정치성 경기부양책**

한은이 그러나 가장 전전긍긍하는 대목은 93년 YS(김영삼)정권 출범후 택했던 신경제 정책과 유사한 '정치성 경기부양책의 출현' 가능성이다.

올 연말 대선을 거쳐 내년에는 새 정부가 출범한다. 앞서 지적한 투기성 인플레, 경상수지 적자 등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강력한 통화회수 및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그러나 지난 93년 YS정권 출범후의 악몽을 못잊고 있다. YS 집권 초기는 강력한 긴축정책이 절실히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노태우정부가 밀어부친 주택 2백만호 건설의 부작용으로 인플레가 대단했고, 대선운동 과정에도 엄청난 돈이 풀려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후 가시적 성과를 희망했던 YS는 긴축과는 정반대로 '신경제 1백일작전' 등 공격적 경기부양책을 펼쳤고, 그 결과 거품은 계속 양산돼 결국 IMF위기를 맞아야 했다.

한은은 내년에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새 집권자가 '같은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향후 20년간 6% 성장",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향후 10년간 5%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는 한은등 경제전문가들이 적정성장률로 잡고 있는 4%대를 웃도는 수치다. 더욱 양당 후보는 공통적으로 "과감한 기업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법인세 인하까지 검토하고 있다.

'친기업적 정책' 또는 '경기부양적 정책'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집권초기부터 경기가 활황이 되길 바라는 게 정치인들의 공통된 생리"라며 "그러나 단기적으로 욕을 먹더라도 거시적 측면에서 경기과열을 예방하며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또다시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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