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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환매사태로 세계금융 대혼란

달러 '기형적 초강세', 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때 흡사

미국주가 폭락으로 큰 피해를 본 연기금 등 미국의 뮤추얼펀드가 전세계에 투자했던 자금 회수에 나서 금융위기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환매사태로 한국등 각국의 증시에 투자됐던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달러화가 기형적으로 급등하는 반면, 미국외 다른나라 통화들은 급락세를 보이면서 환차손 우려로 주가도 동반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금 국제금융계 분위기가 지난 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 당시와 흡사하다며 세계증시의 동반침체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때 분위기와 흡사"**

29일 우리나라 원화환율은 달러당 1천2백선을 훌쩍 넘어 상승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주 중반 1천1백50선까지 강세를 보이던 원화가 이처럼 약세로 반전된 이유는 우리 경제의 펀더맨털(경제기초여건)이 나쁘거나, 반대로 미국경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경제에 대한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착시현상'이다.

이같은 착시현상을 보이고 있는 화폐는 우리나라 원화뿐만이 아니다. 지난 주말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기치 또한 달러당 1백19엔까지 급락했고, 유로화도 다시금 1달러=1유로 선이 붕괴돼 0.9872달러로 떨어졌다. 최근까지 약세를 보이던 미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달러화가 이처럼 초강세로 반전된 이유는 무엇인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마진콜(margin call)에 걸린 미국 뮤추얼펀드가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진콜이란 선물거래때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증거금이 선물가격 하락으로 인해 유지수준 이하로 줄어들어 결제불이행이 우려될 경우 추가적으로 자금을 예치해 당초 증거금 수준으로 회복시키도록 요구하는 조치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말해 뮤추얼펀드들이 주가폭락으로 증거금이 마이너스 상태가 되면서 파산위기에 몰리자, 서둘러 해외에 투자했던 자금들을 회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 금융전문가들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으로 미 증시가 급락했을 때도 마진콜에 걸린 미국 뮤추얼펀드들이 해외자금을 회수, 신흥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했었다"며 이번에도 '환매 쇼크'가 국제금융계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의 가장 큰 우려는 지난 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때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대폭 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동성 장세를 연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미 연준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이어서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적어 위기수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환언하면 98년 당시보다 위기의 강도가 높다는 얘기다.

***나날이 빨라지는 미국 뮤추얼펀드의 자금이탈**

국내 주식, 외환시장에도 이미 '환매 쇼크'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주말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무너져 내린 것도 외국인투자가의 대규모 매도공세가 주된 원인이었다.

외국인들은 29일 3개월만에 처음으로 열흘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 특히 26일 하루 동안만 3천3백33억원의 강한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같은 금액은 지난 3월14일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지난 15일 이후 매도로 돌아선 이래 열흘동안 총 1조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외국계가 팔자 주문을 내놓자 달러화 수요가 늘면서 당연히 원화가치는 연일 평가절하되고 있다. 원화가 평가절하되면, '환차손'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도 비례해 떨어지는 게 시장의 법칙이다. 그 결과 국내 증시는 연일 맥을 못추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9일 이와 관련,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는 지난 5월부터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해 지금까지 4백17억달러가 유출됐으며 이중 성장형펀드가 61%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최근 한국과 대만시장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는 미 증시 하락 이외에 뮤추얼펀드 환매에 대응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미래에셋측 분석이다.

문제는 자금이탈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증시자금흐름을 조사하는 트림탭스에 따르면 최근 한 주동안에만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무려 2백5억달러에 이른다. 또한 최근 3주간 이탈자금 추이를 주 단위로 따져보면, 59억달러-1백93억달러-2백5억달러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미래에셋측은 과거 추세를 볼 때 미 뮤추얼펀드의 자금유출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현상이 아닌 것으로 분석하며, 우리 증시도 당분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세계증시 동반침체 불가피할 전망**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 수치가 미국은 24%, 영국은 33%에 달한다. 연기금이야말로 증시의 최대 큰손인 것이다.

과거 10년간 이들은 미국증시 호황으로 큰 수익을 거두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연기금 부실이 크게 커지고 있다.

세계최대 연기금은 캘리포니아 펜션(연기금)으로, 이들의 전체 피해규모가 집계되고 있지는 않으나 캘리포니아대학 한곳만 해도 엔론사태로 1억4천5백만달러를 날렸다. 영국 성공회의 경우는 최근 주가폭락으로 투자액의 4분의 1에 달하는 10억파운드(약 2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 유수한 연기금들이 작금의 주가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고서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연 이들 연기금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증시도 결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 글로벌화의 비극적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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