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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 횡포'에 금감위 솜방망이 징계

풋백옵션비용만 5조원, 외국계엔 저자세?

제일은행의 횡포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가 징계를 내렸다.

금감위의 이번 징계는 제일은행이 풋백옵션(손실보상 요구)을 악용, 자신들의 과오로 발생한 부실까지도 정부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금감위의 이번 징계 수위는 제일은행의 잇따른 탈법행위와 비교할 때 경미한 것이어서 정부가 여전히 외국계에게는 저자세의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제일은행의 자책성 부실**

금융감독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어 제일은행이 부당여신 등으로 3천5백53억원의 부실을 초래한 사실을 적발, 주의적 기관경고를 내렸다. 이와 함께 97년도 행장이었던 이철수 전 행장에는 문책경고, 지난해 10월 퇴진한 윌프레드 호리에 전 은행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내리는 등 임직원 22명에게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등의 조치를 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3월 종합검사 결과 제일은행은 차입금 의존도와 계열사 채무보증이 지나치게 많아 재무상태가 불량한 A사에 대해 무신용장방식(D/A) 수출환어음 매입한도를 과다하게 산정해 2억2천6백만달러(한화 2천518억원 상당)의 부실을 초래했다.

또 차입금이 매출액을 넘고 현금흐름이 3년 연속 마이너스 상태를 보여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B사 등 3개 업체에 대출을 해줬다가 6백23억원의 부실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재무상태가 불량한 C사에 대해 확실한 채권보전 대책없이 2백억원을 지급보증을 서줬다가 부실을 가져왔으며 이때 취득한 담보물의 관리를 소홀히하는 바람에 1백1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밖에도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 채권회수가 불투명한 D사에 대해 연지급수입신용장 개설한도 및 무신용장방식 수출환어음 매입한도를 신규 승인해 1백11억원의 부실을 가져왔다.

***제일은행에 들어간 풋백옵션 비용만 5조원**

금감위의 이번 징계는 외면상 일상적 감독행위의 결과인 양 비친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와 제일은행간에 풋백옵션을 놓고 전개돼온 팽팽한 신경전을 보면, 그 이면은 그렇게 간단치 않아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금감위의 징계가 나오기 이틀 전인 지난 24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제일은행이 지난 2월 행사한 풋백옵션 1천3백억원에 대한 심사를 벌여 이 가운데 2백38억원만 풋백옵션 대상으로 인정, 이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를 뒤집어 보면 제일은행이 신청한 풋백옵션중 1천여억원은 정부가 물어줄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정부가 제일은행을 미국의 뉴브릿지캐피탈에 매각한 뒤 지난 4월말까지 쏟아부은 공적자금은 17조2천8백49억원, 이 가운데 풋백옵션에 의거해 지급한 금액은 4조3천3백78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연말까지 7천억~8천억원 가량이 더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풋백옵션 계약으로 인해 5조원대의 돈이 추가투입되는 셈이다.

정부는 99년 제일은행 지분의 51%를 5천억원 받고 뉴브릿지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일반기업 여신의 경우 인수후 2년간(2001년말까지), 워크아웃 기업여신은 인수후 3년간(2002년말까지) 부실이 추가로 발생하면 정부가 대신 손실을 메워주겠다는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불평등 협정으로 인해 정부는 그동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제일은행 요구에 끌려다녀야 했고, 그 결과 정부와 제일은행간에는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돼 왔다.

금융계에서는 금감위의 26일 제일은행 징계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위가 지난 97년 제일은행 파산 당시 행장이던 이철수씨와, 지난해 10월까지 제일은행장을 맡았던 호리에에 대해 징계를 내린 대목이 이런 해석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속되는 '솜방망이 징계'**

그러나 정부의 이번 징계를 접한 금융계는 "주의적 기관경고 정도를 때릴려면 뭐하려 징계를 하느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의적 기관경고는 경고 사유에 해당되지만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거나 비위 사실의 정도가 가벼울 때 내리는 경징계다. 이보다 강도가 센 것은 문책기관경고로, 기관경고를 받은 당해 기관장은 관련 사실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감사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문책기관경고는 주의적 기관경고를 받고도 비위 사실을 계속할 경우 내린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제일은행의 경우 지난해 5월 이미 한차례 주의적 기관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제일은행은 행장등 임원들에게 터무니없이 과도한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이 사실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위반혐의로 주의적 기관경고를 받았고, 월프레드 호리에 행장에 대해서도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24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가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주의적 기관경고를 한번 더 받으면 제재의 최고 수위인 문책기관 경고를 받게 되기 때문에 주의적 기관경고가 결코 약한 제재는 아니다"며 "당초 문책경고 등 강력한 제재도 고려했으나 제일은행측이 스톡옵션 결정과정에서의 잘못을 모두 시인한 만큼 주의적 경고로 수위를 낮췄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불과 1년여만에 제일은행이 또다시 법망에 걸렸음에도 당국은 또다시 주의적 기관경고라는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원칙대로 한다면 앞에 주의적 기관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문책기관 경고를 때렸어야 마땅했다.

또한 정부가 징계를 내린 이철수 전 행장이나 호리에 전 행장은 이미 제일은행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들이다. 형식적 징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부의 솜방망이 징계를 접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일은행의 계속되는 전횡도 문제이나 아직도 외국계라는 이유에서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는 정부도 문제"라며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한 제일은행의 전횡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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