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식회계사태에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나라 살림살이까지도 분식회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어, "부시는 국가부채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 앨 고어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부시 행정부는 납세자인 우리들의 어깨에 짊어지울 부채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고어는 나아가 "부시는 지금 미국을 엄청난 적자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엔론의 붕괴를 초래한 기업경영과 비교된다"고 몰아부쳤다.
고어가 이처럼 나라살림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향후 예상되는 재정적자의 크기이다.
미 예산국은 "2002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가 1천6백50억달러, 2003회계연도 예산적자는 1천90억달러가 됐다가 2004회계년도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고어의 경우가 그러하듯, 이같은 예상을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2001년 10월~2002년 9월)에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 규모는 1천1백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천6백90억달러의 재정흑자와 비교하면, 1년 사이에 나라살림의 수지가 무려 2천8백여억달러나 나빠진 셈이다.
이 신문은 "재정적자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예상 이상으로 심한 불황으로 세금 징수가 어려워진 데다가 선심성 세금감면 제도, 테러전에 따른 정부지출 증가 등과 같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요인들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미국의 경상수지 역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하는 4천억~5천억달러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경상수지 적자폭은 GDP의 2~2.5% 규모로 현재의 적자를 절반으로 줄여야만 한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 부시**
지난달 말 뉴욕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행사에서부터 고어는 "부시행정부는 강자를 대변하고 민중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정권"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경제관리능력과 신뢰도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해 왔다.
고어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로 미국을 몰고가면서 그 규모를 축소은폐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는 강하다"며 미 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고어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들어서는 언론들도 나날이 비판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사설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경제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해 비판의 포문을 열면서 아예 경제팀 교체를 요구했다.
이 신문은 "미국 기업 엘리트들에 대한 의혹에서부터 워싱턴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에 이르기까지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의 기초를 뒤흔들고 있다"면서 "궁지에 몰린 행정부에 미국 기업 신뢰의 위기를 해결하도록 바라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국민들, "부시는 허깨비다"**
미국 일반국민의 시선도 급속히 싸늘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주 뉴욕타임스·CBS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가 "다른 사람들(부시 행정부 배후의 몇몇 금융 및 산업자본가들)이 실제로 이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한 것은 충격적이다. 또 45%는 작금의 경제위기에 부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주가와 대통령 인기도는 비례하는 법이다.
뉴욕증시가 4년만에 최악의 폭락세를 보인 20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65%로 한주 전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부시 지지도는 테러전 이후 90%를 상회해 왔었다.
정당지지도에는 민주당이 47%를 기록, 46%를 얻은 집권 공화당을 도리어 1%포인트 차로 앞지름으로써 오는 11월 중간선거 및 2004년 대선에서의 민주당 승리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민주당 상원지도자 토머스 대슐 의원과 하원 지도자 리처드 게파트 의원 등 민주당 예비대선후보 6명과 함께 차기 대통령 후보 지명을 노리고 있는 고어 전 부통령은 46%의 지지를 획득, 차기 대선후보로 절대적 우세를 보여 2004년 대선에서 부시-고어간 재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