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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개성공단 회담 말바꾸기로 '신뢰' 추락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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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개성공단 회담 말바꾸기로 '신뢰' 추락 자초

'일정 합의 못했다'던 회담 대표, 오후 들어 '2월 1일 한다'로 돌변

통일부가 남북간의 중요한 합의 사항에 대해 말을 바꿈으로써 다수의 언론들이 뜻하지 않게 오보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통일부가 스스로 대국민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회담 일정 합의 못했다더니…

사태는 남북 해외공단 공동 시찰 평가회의에서 제기된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달 중순 해외공단을 공동으로 시찰했던 남북은 19일~21일 개성에서 평가회의를 열었고, 향후 실무회담을 개최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남측 수석대표로 나간 김영탁 통일부 상근회담 대표는 21일 오후 2시 이번 회의와 관련한 공개 브리핑에서 "북측이 남측 대표단이 서울로 출발하기 직전에 남측이 제의한 2월 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 개최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그러자 브리핑 룸은 술렁거렸다. 앞서 이날 새벽 1시께 "다음 실무회담 개최일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종료됐다"고 전해진 회의 결과가 뒤집힌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남측 대표단이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던 10시 30분까지도 공식적으로 유효했던 '사실'이었다.

이날 새벽 통일부의 합의 불발 발표는 각 방송사 아침 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지면 마감 때문에 21일자 조간에 회의 결과를 싣지 못했던 신문사를 포함한 언론들도 인터넷을 통해 회의 결과를 추가했다.

20일 밤 회의 진행중에 원고를 넘길 수밖에 없었던 신문들은 대체로 '3통(통행, 통신, 통관)과 임금 문제에 관해 밤늦게까지 조율 중'이라는 내용이 실린 조간을 찍어 내보낸 상태였다. 그 가운데는 '회담 일정 합의 실패'와 '회담 내달 열릴 듯'처럼 뚜렷이 엇갈리는 보도도 있었다.

김영탁 대표가 오후 브리핑을 하던 시간에 판매중이던 석간신문들도 '회담 일정 합의실패' 사실을 알리고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 개성에서 진행된 남북 해외공단 시찰 평가회의를 마치고 21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는 남측 대표단 ⓒ연합뉴스

앞서 김 대표는 오전 10시 30분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할 때에도 "다음 회담은 계속 시간을 두면서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는 것 외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시점상으론 이미 2월 1일 회담 일정이 정해진 뒤였다. 오후 뉴스도 이대로 나갔다.

그러던 김 대표는 2시가 돼서야 회담 일정 합의 사실을 밝혔고, 통일부 보도자료와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두 차례 확인된 회의 결과는 졸지에 오보가 돼버렸다. <프레시안>의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통일부만 믿고 기사를 쓴 기자들은 황당한 사태가 전개되자 브리핑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렇잖아도 이미 20일 오후 7시께 통일부가 '회담이 끝났다'고 알려왔다가 곧바로 '아직 진행중이었다. 휴식이었다'고 번복해 작은 소동을 겪기도 한 터였다.

기자들은 남측 대표단이 출입사무소를 건너는 순간에 '향후 일정이 뒤늦게 정해졌다'는 정도만 언급해주었더라도 혼란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며 통일부에 유감을 드러냈다. 더군다나 2월 1일 회담은 남측이 제의하고 북측이 동의한 것이었다.

의제 두고도 남북 '공개 설전'

회담의 의제를 두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그간 남북은 임금 인상 문제까지 논의하자는 북측의 주장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여왔는데 북한이 이날 오후 '우리 의제가 수용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데 따른 것이었다.

김영탁 대표는 브리핑에서 "남측 대표단이 떠날 채비를 할 때에야 북측이 회담 개최에 동의해 와서 (의제에 대해) 추가적으로 토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 같냐'는 질문에 "(남측은) 3통 문제와 근로자 숙소 문제만 논의하자고 제안을 했고, 북한이 이에 동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다"고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측은 남측이 노임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하는 조건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고 2월 1일 다시 접촉을 가지는데 동의를 주었다"고 공개해 버렸다.

그러자 통일부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북한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정부는 2월 1일 실무회담에서 임금 문제를 의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진통을 겪었던 회담 분위기로 볼 때 김영탁 대표의 '그 때 가봐야 안다'는 애매한 대답이야말로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통일부가 이미 회담 날짜에 대해 한 차례 말바꾸기를 한 상태에서 이 같은 공방까지 오가자 어느 쪽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의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통일부는 작년 4월 개성공단과 관련한 첫 접촉에서 북측의 입장문을 일부만 공개하면서 정부에 유리한 것만 발표하느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 : 北은 다 얘기했고 南은 '돈 문제'만 공개했다)

또한 통일부는 작년 8월 적십자 회담 당시에도 통일부 차관이 나서서 일부 기자들에게만 중요 사실을 알림으로써 그 소식을 듣지 못한 언론들이 본의 아닌 오보를 내게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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