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눈치 안 보고 소신 수사하겠다던 강원경찰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골프장 접대 의혹' 사건이 아무런 결론 없이 1년째 내사만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 개최된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등 정치 일정과 여야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원지방경찰청은 2017년 8월 강원랜드 KLPGA 투어 프로암 대회에 참가한 김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초청 인사 108명의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의혹 사건의 내사가 1년째 진행 중이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5일 밝혔다.
강원랜드 내부 고발로 제기된 이 사건은 국민권익위 검토를 거쳐 지난해 3월 수사 의뢰됐다.
그러나 경찰은 '내사 종결' 또는 '정식 수사 전환'을 놓고 1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내사만 1년째인 셈이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는 서로 입장차는 있었지만, 이 사건을 놓고 한결같이 지지부진한 경찰의 내사를 질타했다.
이에 경찰은 여야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사건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국정감사 직후에도 경찰은 이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수사관 등에게 이 사건 진척 상황 등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김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초청 인사 108명의 혐의점을 모두 조사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만 내놨다.
그러나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대상지인지, 당시 골프 접대 가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지를 파악해 내사 종결 또는 수사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비교적 간단한 조사가 1년간이나 소요된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국민권익위의 검토를 거쳐 수사 의뢰한 사안이고, 도내 최고의 수사관이 모인 전담 부서에서 내사만 1년째 진행 중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실제라면 강원 경찰의 수사력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 처리는 해를 넘긴 데 이어 지난달 26∼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떼밀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하느라 소신 수사를 애써 외면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지적이 많다.
이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내사 종결 또는 수사 전환에 대한 결론조차 보류한 채 의도적 시간 끌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김 비대위원장 흠집 내기용'이라며 내사 종결을 촉구한 야권과 정식 수사 전환을 주장한 여권의 요구에 갈팡질팡한 채 시간만 끌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자치경찰제 도입을 앞둔 시점에서 '소신 수사'를 펴지 못하고 '눈치 보기 수사'에 급급했다는 지적은 면하지 못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주요 정치 일정이 지난달 모두 마무리된 만큼 해당 사건도 조만간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내용은 김영란법 위반이지만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한 사건인 만큼 경찰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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