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에서 그룹의 좌장을 맡고 있는 이명현 전 장관은 "지금은 농경 문명, 산업 문명을 넘어서는 제3의 문명"이라며 "제3의 문명의 중심권에서 우리가 살려면 무엇보다도 경제와 정치의 세계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시공해야 한다. 새로운 발상과 창의력으로 무장한 뉴 디자이너가 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이를 위해 개헌, 그리고 공천 개혁을 제안했다. 그는 "큰 그림 아래서 오늘 한국 정치가 겪고 있는 중병을 치유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한 첫째 과제는, 한 곳으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화되어 있는 '제왕적 대통령'을 권력 분산형으로 바꾸는 헌법 개정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둘째,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 선출직의 후보 결정에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금의 국민의 반쪽짜리 공직 선출권 대신에 옹근 공직 선출권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는 정당의 우두머리가 손에 쥔 공천권을 행사하여 만들어낸 공직자 후보에 국민은 승인 수준의 선택권만 행사하는 '절름발이 민주주의'요, 극소수의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사적 권력이 지배하는 껍데기 민주정치, 패거리 정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목에 줄이 묶여 끌려다니는 것은 집 강아지들만이 아니다"라며 "그 좋은 학식과 전문성은 어디에다 버렸는지, 입 다물고 패거리 우두머리가 손짓하는 대로 몰려다니는 꼴을 쳐다보고만 있는 국민들의 분노가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우파 내 지각 변동?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박세일 서울대 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 인명진 목사 등 보수의 이데올로그들이 주축이 된 이 그룹은 늦어도 6월 지방선거 이전 발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박세일 교수는 이명박 정부 핵심 전략 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비전 2020'은 "대한민국의 올바른 발전 방향과 전략에 대한 국민적 공론을 형성하는 한편, 그 공론을 뒷받침할 새로운 사회세력을 결집하자는 취지에서 발족을 준비 중에 있는 국민운동단체"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통일 △선진화 △정치 개혁을 3대 화두로 놓았다. '국민비전 2020' 관계자는 "6월 전까지는 발족을 하자는데 구성원들이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우파는 우파가 비판해야 한다'는 취지로 '희망과 대안' 등 합리적 진보와도 소통의 통로를 확대해 갈 방침이다. 이로써 뉴라이트 등 기존의 대결적 우파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이른바 합리적 우파 그룹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를지 관심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우파 이데올로그들이 '개헌', '정치 개혁' 화두를 앞세우며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는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
"선험적 위치 포기하고 소외된 계층 포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임현진 서울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작금의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정치 갈등의 과잉, 그리고 정치 조정의 과소"로 분석했다. 전자와 관련해 임 교수는 "정당성, 때로는 합법성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 행정 권력의 과잉과 그에 따른 저항의 과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통, 날치기, 독주, 용산 참사, 미디어법 처리 갈등 등의 원인을 "조정되지 않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당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정치의 과소'와 관련해 임 교수는 "정치사회적 이해관계와 가치를 조정할 수 있는 정부, 국회, 정당을 포함한 주요 정치세력의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과 갈등조정에 필수적인 정치적 과정에 대한 폄하가 있다"며 "여의도 정치, 비효율적 민주주의, 정략" 등의 단어가 난무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민주적 공동체를 새롭게 구성하는 실천이자 가치로서의 연대, 연합 혹은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선험적 이념과 위치를 포기하고 기존의 체계와 관행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계층을 포괄하며, 논의와 실현 과정를 민주적으로 해야 하고, 민주적 사고, 가치, 제도, 관행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 단임제+국회의원 임기 일치시키고, 소선거구+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개헌, 선거구제 개편, 공천제도 개혁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헌과 관련해 그는 '5년 단임제 +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는 안(국회의원 임기를 1년 늘리는 방안)'을 두고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갈등은 현재보다 다소 완화되고 정치의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무게를 뒀다.
반면 이원집정부제에 대해서는 "정치 생산성이 낮고 현실적으로 도입될 가능성도 낮다"고 봤고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정치권 합의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서 이 교수는 "'소선거구제+전국합산-권역명부 비례대표제'가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례대표 의석수 증대를 주장하며 "지역구 조정을 통해 지역구 의원정수를 15석 정도 줄이고, 비례대표를 25석 정도로 늘리면 총 10석이 늘어날 것이다. 기존 의원의 반발 무마 방안으로 석패율제도의 일부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공천 개혁과 관련해 "후보자 선출과정과 절차의 법적 명문화, 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 절차 의무화, 경선 시기의 제도화" 등을 주장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국민 참여식' 공천보다는 공천 과정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