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신건 국정원장ㆍ임동원 특보는 왜 안바꾸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신건 국정원장ㆍ임동원 특보는 왜 안바꾸나?"

민의 무시한 김 대통령의 '배짱 개각'에 불만 폭발

김대중 대통령의 7.11 개각에 대해 각계로부터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검찰이 10일 발표한 '김홍업 기소장'에서 김홍업을 수시로 만나 '뇌물성 용돈'을 건네준 사실이 밝혀진 신건 국정원장(62)과 임동원 외교통일안보특보(67)를 교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심읽기' 능력과 '도덕적 책무감'이 마비된 게 아니냐는 호된 질책의 소리까지 쏟아져 나올 정도로, 이번 개각을 대하는 민심은 싸늘하다.

***일본 같았으면 할복이라도 했어야 할 사안**

검찰은 10일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신건 현 국정원장이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김홍업을 만나 떡값 명목으로 각각 2천5백여만원과 1천만원을 제공한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임 전 원장과 신 현 원장이 최근 서면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시인했으며, 이들은 이 돈이 국정원 공금이 아닌 개인돈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같은 수사발표가 의미하는 바는 중차대하다.

나라의 안보를 책임맡고 있는 핵심조직인 국정원의 전·현직 원장이 '일개 민간인'인 대통령 차남 김홍업을 수시로 만난 것도 부족해, 때가 되면 그에게 떡값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 이들은 비록 '서면조사' 형식을 빌기는 했으나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했다. 국정원 조직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것이다. 일본 같았으면 수장이 할복이라도 해야 할 엄중한 상황이다.

이들에게 최소한의 체면과 양심이라도 있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인사를 하기에 앞서 스스로들 사표를 제출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김 대통령도 이들을 문책하지 않았다.

세간에서 이번 개각을 '배짱 개각'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한 전·현임 국정원장**

임동원 외교통일안보 특보는 김대중정부 출범이래 대북정책을 진두지휘해온 김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군 장성 및 외교관 출신인 그는 94년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에서 귀국해 아태재단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95년 2월부터 DJ정부가 출범하던 98년 2월까지 아태재단 사무총장을 맡아 DJ정권 출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DJ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그는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으로 중용됐고 그후 통일부장관을 거쳐 99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국정원장을 맡아 '햇볕정책'을 주도했다. 그는 그후 재차 통일부장관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는 청와대에 외교통일안보 특보라는 자리를 신설해 재중용될 정도로 그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신임은 절대적이었다.

임 특보가 해온 역할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햇볕정책을 문제삼아 'DJ정부내 대표적 친북파'라고 맹성토하고 있으나, 진보진영에서는 그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공과 사를 구분 못했다는 데서 결정적 자기한계를 드러냈다. 김홍업은 그가 아태재단을 떠난 뒤 부이사장 자격으로 사실상 아태재단을 책임맡아온 존재였다는 점에서 개인적 친분관계가 두텁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관계일 뿐이다.

국정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으면 공과 사를 명백히 구분해야 했으나, 그는 김홍업과 수시로 만났고 금품까지 건넸다. 비록 액수가 크지는 않다 하나 국정원장으로서는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김홍업이 국정원 등 우리나라 권력기관을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것도 임 원장의 후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주위의 지배적 지적이다.

신건 현 국정원장은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법무부차관까지 지낸 그는 특정지역 출신(전주)임을 이유로 DJ정부 출범후 국정원 1차장을 거쳐, 지난해 3월에는 임동원 전 원장의 뒤를 이어 현재까지 국정원장직을 맡고 있다.

신건 원장은 재임초기 비난여론을 의식해 호남출신 간부들을 교체하는 등 쇄신노력을 하는 듯 비쳤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났듯 이면에서는 김홍업 등과 만나 돈을 건네고 정보를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마디로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도덕적 불감증, 극에 달한 것 아니냐"**

이같은 맥락을 고려할 때, 이번 개각은 정권말기에 대통령을 보위할 '방패'들은 그대로 놔두고 몇몇 중요치 않은 얼굴만 바꾼 대표적인 '미봉 개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개각을 접한 뒤 한 마디로 "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과연 이런 면면을 갖고서 어떻게 정권말기에 통치를 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위에서 영(令)이 서지 않는 만큼 관료들의 본격적인 줄서기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벌써부터 야당은 물론, 여당내 쇄신파들 사이에서도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이번 개각을 바라보는 민심은 차갑다. 현정부의 정세 판별력 마비와 도덕적 불감증이 극에 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앞날이 우려될 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