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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김정은의 '동상이몽', 예정된 회담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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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김정은의 '동상이몽', 예정된 회담 결렬

[해외시각] 문 대통령만이 돌파구?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회담 도중 결렬이라는 '어리둥절한 사태'를 미국의 실무협상을 주도한 참모들은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가 이번 회담의 실무자들 여러 명을 취재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은 어떻게 실패했나: 강도 높은 협박, 자기과신, 가능성 없는 제안(How the Trump-Kim Summit Failed: Big Threats, Big Egos, Bad Bets)'이라는 제목의 기사(☞원문보기)를 통해 전말을 보도했다. 이 보도가 진실에 가깝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으로는 추가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소개한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정상회담 협상 실무 최고책임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협상가'인 자신이 하면 가능할 것으로 본 '빅딜'에 대해 "가능성 제로"라고 판단했다. 사실 일부 참모들은 2차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할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의견을 일축했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에게 받았다는 "아름다운 친서"를 꺼내보이고, 심지어 "김정은과 나는 사랑에 빠졌다"고 선언까지 하는 바람에 일부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농락당하고 있고, 자아도취가 된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볼턴 보좌관은 동료들에게 "걱정할 것 없다. 어차피 협상은 결렬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회담 결렬은 트럼프와 김정은 양측의 2년에 걸친 위협과 자기과신, 오판으로 점철된 실패한 외교정책의 결말"이라고 규정했다.


▲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첫날인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화기애애하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다음날 본회담에서 두 정상은 아무런 합의도 하지 못했다. ⓒAP=연합

동상이몽의 빅딜, "나는 해낼 수 있다"고 서로 과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그가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르던 김정은 위원장을 거친 언사와 제재로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가, 돌연 참모들을 제치고 '개인기 외교'라는 정반대의 노선으로 갔다.

김정은 위원장도 오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핵시설 폐기로 핵심 경제제재를 해제해달라는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CIA국장 시절부터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방식의 합의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이외의 여러 곳에 핵시설을 숨겨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합의를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에게 속는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경고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북핵 문제를 악화시키기만 했다면서 자신은 전임 3명의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제안은 지난 25년간 미국이 밀어붙였으나 북한이 거부한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가 기대한 '빅딜' 방식의 합의는 트럼프의 '개인기'로도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단계적으로 상응조치가 진행되는 방식의 합의를 원한다는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이후에도 협상은 지속되길 원했지만, 후속 일정이 구체화된 것은 없는 상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나마 북한의 영변핵시설 해체 카드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세 차례의 남북회담 끝에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조건부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낸 것이다.

문제는 영변핵시설 해체 카드의 대가로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조치'가 과연 미국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냐는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측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조치'가 무었이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났다. 회담이 결렬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북한의 기자회견에서 리용호 외무장관이 직접 밝힌 것이다. 2016년 3월 이후 유엔에서 부과한 5가지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이었다.

5가지 제재에는 당시 국제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4차 핵실험까지 강행하자 석탄, 농수산물까지 포함한 북한의 수출품 전반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와 북한에 대한 에너지 판매 금지 조치가 포함됐다. 한마디로 북한의 외부 돈줄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목적인 강력한 제재다.

북한은 5가지 제재 해제 요구를 "일부를 해제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사실상 전면해제를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5가지 제재의 대가로 영변 핵시설 폐기로는 부족하고 '플러스 알파'를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포기할 정도로 북미간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 리용호 외무상도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으며, 영변핵시설 해체와 5가지 제재 해제의 맞교환이 "북미간 신뢰 구축의 첫 단계공정"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보도가 전하는 회담 전말이 진실에 가깝다면, '자아도취(big eog)' 성향이 강한 북미 두 정상만으로는 추후 북미정상회담이 추진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 후 전용기를 타고 귀국하는 도중 가장 먼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라고 부탁한 것이 그나마 희망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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