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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젠 이회창 후보의 말을 듣고싶다"

<데스크 칼럼> '법치주의자'다운 결단을 기대하며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법관 출신이다. '법과 원칙'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법치주의자이다.

법치(法治)는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단히 중요한 원칙중 하나이다. 법을 우습게 하는 권치(權治), 인치(人治)가 너무도 오랜 기간 군림해온 까닭이다. 때문에 법치주의자임을 자부하는 이회창 후보의 존재는 한국 정치계에 유의미하다 하겠다.

문제는 그러나 '법'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 해바라기형 법조계 인사들이 즐겨 애용해온 자기합리화 논법이다. "악법도 지켜라" 하고 말해선 참다운 법치주의자라 할 수 없다. 진짜 법치주의자라면 악법(惡法)을 없애고 양법(良法)을 만들도록 애써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법치주의자는 그래야 마땅하다.

***한나라당, 무언가 피한다는 듯한 인상**

노무현 민주당후보가 4일 이회창 후보에게 만나자고 제안했다. 만나서 부패척결특별입법 문제를 협의하자는 것이었다.

이회창 후보는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있다. 그대신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이 답했다.

"부패척결을 위한 입법은 국회에서 하면 되는 것이지, 후보 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4일 대변인 논평)

"부패입법을 논하기에 앞서 현 정권의 부패의 진상을 먼저 조사하고, 특검을 해야 한다."(5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그러나 이같은 태도는 옳지 못하다. 무언가 피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참여연대, "이제 공은 이회창 후보에게 넘어갔다"**

노무현 후보가 부패척결특별입법을 제안하자, 참여연대는 즉각 4일 환영성명을 냈다.

"지난달 27일 '지금은 화려한 공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선전 입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낸 우리로서는 오늘 노 후보가 피력한 반부패 법안의 연내 입법화 선언에 대해 환영의사를 밝힌다.

그동안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의 대상 확대나 권력형 부정부패의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이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법안의 조속한 개정 의사를 밝힌 이상 정치권은 이의 개정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

특히 원내 다수당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를 운영해야할 일차적인 책임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그동안 피력해온 부패정권 심판의 의지를 반부패법안의 연내 입법이라는 구체적 행동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만나든 안만나든 간에, '공'은 이제 이 후보쪽으로 넘어온 형국이다.

***국회의원 말은 못믿겠다. 이후보 말을 듣고 싶다**

지금 절대다수 국민은 정치권을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

법은 물론 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 다른 이름이 '입법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과연 국회의원들이 제 발목에 족쇄를 채울 획기적 부패척결 입법을 만들 수 있을까'를 극도로 의심케 하고 있다.

지난해 돈세탁 방지법을 만들 때도 의원들은 실로 오래 간만에 하나로 똘똘 뭉쳐, 이 법의 살과 뼈를 도려냈다. 그런 만큼 노무현 후보가 제안한 "후원금 기부시 수표사용 의무화" "국정원장, 검찰총장 등 권력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기구 신설" 등도 일단 국회로 들어가면 과연 어떤 모양새가 돼 국회밖으로 나올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런 만큼 한나라당 대변인이 아닌 이회창 후보가 직접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후보는 한나라당 대표가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 노무현 후보도 민주당의 당 대표가 아니다. 대통령후보다.

대통령후보의 말은 당 대표의 그것보다 수백배 중요하며 우선한다. 내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최고책임자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이후보는 "내가 집권하면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진심으로 이 공약을 믿고 싶다. 더이상 부패공화국이 출현했다가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두 대통령후보에게 연말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행히 한나라당도 그동안 김대중 정부의 권력형비리를 비판하면서, 노무현 후보가 이번에 제안한 부패척결특별입법 못지않게 훌륭한 특별법안을 내놓았었다. 이제 그것을 실천만 하면 된다.

그러나 '집권후'는 의미없다. '연내'에 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솔직히 "연내에 될까"라고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의심이 큰만큼 이회창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리를 내야 한다.

"좋다. 노무현 후보가 제안한 내용 이상으로 정치인들에게 혹독한 부패척결특별법을 만들자"라고.

이회창 후보가 이런 결정을 내린다 할지라도 국회에서 법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거다. 수많은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이 후보와 노 후보가 이런 기득권 세력들과 '싸우는 모습'이다. 이런 멋진 모습만 보일 수 있다면, 국민들은 연말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승자를 위해서도 패자를 위해서도 기립박수를 보낼 것이다.

월드컵 대회때 우리 국민들이 결승진출전에서 패하고, 3.4위전에서 패한 우리 대표선수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던 그 감동의 장면이 정치권에서도 연출될 게 확실하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다**

이회창, 노무현 두 후보 모두 국민의 여론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올해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후보는 연초에 발생한 호화빌라 사건으로 한때 노무현 후보보다 지지율이 25%포인트 이상이나 밀리며 한나라당내에서조차 '후보교체론'의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노후보 역시 3홍비리가 터지면서 민의를 정확히 읽고 전선을 '부패 대 반부패'로 설정해야 했으나 '민주 대 반민주'로 잘못 설정함으로써 지금 큰 시련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지지율이 반년 뒤 대선때까지 그대로 가리란 보장은 그 누구도 못한다. 앞으로 가장 큰 변수가 부패입법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이긴 것도 부패에 대한 반사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다. 유감스럽게도 남은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회창 후보의 멋진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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