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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알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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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알아야 할 것들

[기고]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보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나도 실망이 되지만, 북미 양국이 추후에 비핵화 등에 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한 점, 본디 비핵화 과정이 간난신고 자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낙담하기에는 많이 이르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물론 북한을 헌법과 군대를 가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나 전쟁을 통해서라도 흡수통일시켜야 할 상대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알 필요가 없다. 그런 자들을 제외하면 다음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첫째. 북한의 비핵화(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 중단, 핵시설과 핵물질과 완성된 핵무기와 완성된 장거리미사일의 리스트 제출 및 검증, 핵시설 파괴 및 검증, 핵물질 봉인 및 검증, 완성된 핵미사일과 장거리미사일 파괴 및 검증 등을 포괄)및 북미관계 정상화(대북제재 해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을 포괄)는 매 단계 주고 받는 것을 기본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길은 전혀 없다. 이를 부정하며 일괄타결을 주장하거나, 북한이 비핵화의 전과정을 먼저 완료하면 반대급부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은 판을 깨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둘째. 북한은 이미 비핵화 프로세스 중 첫 단계인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을 중단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에게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았다.

셋째. 이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을 뒤엎고 합의도출에 실패한 이유를 두고 미국이 별안간 '영변핵시설 폐기+알파(그 알파가 무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른 핵시설폐기라는 해석도 있고, 중단거리미사일 및 생화학무기 등을 포함한다는 해석도 있다. 심지어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그 알파에 들어간다는 해석도 있다)'를 꺼내 의도적으로 협상을 결렬시키려 했다는 평가와 북한에 대한 제재해제의 범위(전부와 일부 혹은 사실상 전부와 실질적 일부)를 둘러싸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해제의 범위를 둘러싼 이견에 관해선 판단이 어렵지만, 실무진의 협의가 끝나고 정상 간 합의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측이 갑자기 플러스 알파를 들이민 건 정말 이해불가다. 플러스 알파에 다른 게 들어갔다면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영변핵시설 이외의 다른 핵시설 폐기를 요구했다 해도 상궤에서 크게 벗어난다. 일각에선 북한이 비밀 핵시설이 발각되자 당황했다며 북한을 비난하는 모양인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소리다. 북한이 핵시설리스트를 제출한 것도 아닌데 당황할 일도 아니고 비난받을 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끝으로 비핵화 프로세스에 관한 국내 미디어의 보도태도가 정말 심각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일이 있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트럼프가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했다. 그 자리에서 채널A-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김정안 기자가 역사에 길이 남을 질문을 트럼프에게 했다.

김정안이 트럼프에게 한 질문은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서 북한이 더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압박할 생각이 있나?"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트럼프가 "그건 답하고 싶지 않다. 현재 굉장히 강력한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라고 김정안을 다독일 정도로 김정안의 질문은 반평화적이었고, 분단지향적이었다.

김정안은 트럼프가 '북한 주민들을 고사시킬 정도로 대북제재를 한층 강화해 김정은을 백기투항시킬 것이다'라고 답하길 바란 것일까? 아무리 기자가 질문하는 직업이라지만, 해선 안 될 질문도 있는 법이다. 김정안은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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