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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꽃피운 화려한 '하나됨의 광장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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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꽃피운 화려한 '하나됨의 광장 축제'

<데스크 칼럼> 우리의 적은 하나됨을 파괴하려는 '분열주의자'

태극전사들 정말 잘 싸웠다.
붉은악마들 정말 잘 싸웠다.
4천7백만 국민 모두 정말 잘 싸웠다.

25일 서울 상암 메인스타디움에서 태극전사 모두가 몸안에 남아 있는 마지막 기운 한가닥까지 모두 짜내 후회없이 뛰고 또 뛰었다. 이탈리아전, 스페인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결과 체력이 고갈돼 걷기도 힘들었겠으나 선수들은 뛰고 또 뛰었다. 거구의 게르만 전사들과 부딪치고 넘어지면서도 뛰고 또 뛰었다. 이렇게 90분이 지났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1-0.

애석하게 '졌다'. 그러나 그 누구도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화려하게 꽃피운 '6월의 광장 축제'**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상암 경기장의 관객은 물론 전국의 국민 모두가 일어나 우리의 자랑스런 태극전사들에게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시청광장에서는 화려한 폭죽이 쏘아올려졌다. 아무도 졌다고 비난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번 경기는 선수들만 죽어라고 싸우고 나머지는 위에서 구경을 하는 그런 싸움이 아니었다. 붉은악마와 4천7백만 국민 모두가 함께 한 싸움이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한 싸움이었고 축제였다. 모두가 신명나게 어우러진 한판이었던 만큼 모두가 승자일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만은 지역갈등도, 계층갈등도, 세대갈등도 찾아볼 길 없었다. 달구벌도 빛고을도 한밭도 하나였고, 중국집 철가방도 사장님도 하나였다. 60대 할아버지도 10대 손자도 하나였다. 모두가 '오 대~한민국'을 외치며 순수하게 하나가 됐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모두가 좁은 밀실에서 넓은 광장으로 나와 '하나'가 된 것이다. '광장(廣場)의 축제'였다.

***"패배를 승리로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광장에 모인 7백만의 '붉은악마 국민'이 패배후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를 외국언론들은 예의주시했었다. 유럽등의 경우 뜨거운 응원열기가 패배후 폭동적 분위기로 바뀌는 예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외국언론은 패배후에도 서로를 보듬으며 서로를 칭찬하는 우리들의 '순수한 하나됨'에 감동했다. 미국의 CNN은 "패배를 승리로 받아들이는 응원단의 성숙함에 경의를 표한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대표팀의 '예기치 못한 약진'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는 동시에, 충격에 따른 반작용으로 적잖은 시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기득권에 안주해온 기존 유럽의 축구강국들과, 아시아의 맹주임을 자부해온 중국 등의 시샘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한국 선수들이 펼치는, 돈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축구'와 이를 응원하는 한국민의 '순수한 열정'에는 감명받았다.

이번에 우리가 세계에 보인 것은 '4강의 축구실력'이 아니라, 한민족의 순수한 하나됨이었다. 동시에 분단을 뛰어넘어 남북이 하나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우리 국민은 열광하면서도 내일 걱정, 모레 걱정 다 합니다"**

한 주부는 독일전 석패후 떨리는 목소리로 이런 얘기를 했다.
"지난 26일동안 너무나 행복했어요. 우리에게 이런 행복을 안겨다준 선수 여러분, 너무 고맙습니다."

한 은행 임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이번 대회를 치르는 데 경기장 짓고 하면서 3조원 정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 1인당 약 7만원씩 부담한 꼴이다. 그런데 7만원 내고 이렇게 오랫동안 신명날 수 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 이 기간중 우리의 '행복지수'는 역사상 비교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로 드높았다. 45년 해방후의 행복지수 정도가 비교될 수 있을까 정도이다.

'행복지수'가 너무 높아지자, 일각에서는 축제가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오면 반대로 허탈감이 얼마나 크겠느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기우이다.

다음은 한 독자가 최근 보내온 이메일이다.

"어떤 이는 그러대요. '우리나라사람 냄비근성은 알아준다'고요. '얼마 안 있으면 금새 또 식을 거'라고...
누가 모른답니까?
다만 지금은 축구가 좋을 수밖에요.
그래요.
금새 식은 다음 또 다른 것에 미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지요.
긍정적으로 현실적응을 잘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 방식대로 즐기는 축구 문화입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얻어맞아도 크게 한번 소리 지르지 못했습니다.
우리 공관원이 맞아도, 낡은 전투기 사도, 어선이 나포되도...
강대국 속에서 우리만의 살 길이라고 자위해 보지만...
너무 힘들었지 않았습니까?

국민들이 열광하면서도 내일 걱정 모레 걱정 다합니다. 그리고 정부, 축구협회 등이 이 월드컵후에 해야 할 일도 압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정도까지...

당장 프로축구에요.
어제 밤엔 축구보다 축구는커녕 스포츠는 질색인 우리 마누라가 '홍명보가 너무 멋있어 팬이 되기로 했다'나요.
저는 대뜸 '그래, 팬클럽에 가입해. 말리지 않는다'.
그리고 프로축구 개막하면 주말 게임은 가족과 함께 김밥 싸 가기로 결정했습니다."(아이디 천기영)

***다시 목격되는 언필칭 '지도층'의 분열주의 망동**

문제는 국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이른바 '지도층'이다.

극우논객으로 유명한 월간조선의 조갑제 사장은 독일전이 열리던 25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전우회관에서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회장 박세직)가 주최한 조찬강연회에 참석, '한국 보수세력의 위기와 호기'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한다.

"20대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것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50대가 20대를 잘 지도한다면 좌편향에 빠진 30대를 샌드위치시켜 한국을 잘 끌어나갈 수 있다. 이번 (지방) 선거 결과는 50대가 20대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지독한 자기도취이자, 분열주의자의 전형이었다. 모처럼 하나된 국민을 어떻게 하면 다시 분열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분열주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또다른 분열주의도 목격된다. 이번 월드컵에 드러난 국민의 뜨거운 하나됨을 '파시즘적 징후'로 해석하는 극좌적 시각이다. 정부와 매스컴이 파시즘적 광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얼마나 진실과 동떨어진 분석인가. 이번 열기는 철저하게 '자생적, 자발적'이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정치권력이나 정부, 매스컴은 국민의 외면대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만약 이들이 나서 '길거리 응원'을 명령하고 선동했다면 7백만 국민들은 결코 길거리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러라도 집에서 TV를 봤을 것이다. 정부나 매스컴은 주역이 아닌 들러리에 불과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하나다.

국민은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순수하고 강력하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그 어떤 정치가보다도 언론인보다도 지식인보다도 위에 있다. 이 사실을 깨닫는다면 언필칭 '지도자'들은 더이상의 분열주의적 망동을 멈춰야 한다. 하나가 되라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결국 하나됨의 에너지를 도약시킬 것인지, 아니면 파괴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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