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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미국입니다" - SKT광고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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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미국입니다" - SKT광고 쇼크

시대정신 반영, 미국을 광고 소재로 광고업계 금기 타파

지난 4일 우리나라가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한 직후, 국민이 얼싸안고 열광하던 때 일이다. TV에서 시합 중계가 끝나고 대기하고 있던 광고들의 행진이 시작됐다. 순간 닭살이 돋을 정도로 '기막힌 광고'가 목격됐다.

붉은 악마들이 가득한 스타디움. 환호하는 수백명의 붉은 악마들이 거대한 미국 성조기를 위로 들어 옮긴다. 처음 광고를 접하는 순간 "웬 성조기?"라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곧 풀렸다.

성조기를 밀치면서 붉은 악마들의 손에 의해 서서히 올라온 것은 우리나라의 거대한 태극기였다. 그리고 이어 나온 커다란 광고 자막은 "다음은 미국입니다"였다.

오는 10일 한-미전에서의 한국 승리를 기원하는 발빠른 광고였다.

이 광고를 만든 곳은 SK텔레콤(SKT)이다. SKT는 우리나라의 폴란드전 승리를 전제로 이 광고를 미리 제작해 두었다가 폴란드전 승리 직후 기존의 광고 대신에 이 광고를 내보냈다.

경쟁사들은 SKT의 이 기막히게 발빠른 광고를 접하고 "졌다!"고 패배를 자인했고, 이번 광고가 기막힌 '타이밍'으로 빅히트를 했다고 판단한 SKT는 각 신문에도 탤런트 한석규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이번엔 미국입니다"라며 파이팅을 외치는 전면광고를 싣고 있다.

***SKT 광고, 자기검열의 벽을 깼다**

SKT의 이번 광고는 절묘한 '타이밍'외에 방송광고 사상 최초로 과감하게 미국을 광고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광고계 안팎에서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광고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8일 "SKT 광고를 보면서 '야, 세상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며 "감히 미국을 광고 소재로 삼을 생각을 하다니,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의 생명은 '의외성'에 있다는 게 교과서에도 나오는 광고의 ABC"라며 "그런 면에서 SKT의 이번 광고는 대성공작"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또다른 광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광고업계에서는 미국이라는 소재는 일종의 금기대상이자 자신도 모르게 자기검열 대상에 올라 기피해 오던 소재였다"며 "비록 축구경기이기는 하나 미국을 이겨야 할 대상으로 설정한 이번 광고는 참신함을 넘어서 일종의 쇼크에 가까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SKT가 이런 광고를 생각해낼 수 있었던 것은 SKT 011의 주된 공략대상이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젊은 세대 의식의 기저에 깔려있는 반미감정을 정확히 읽고 대응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요컨대 소비자들의 내면세계, 즉 '시대 정신'을 광고로 끌어냄으로써 독보적 차별화를 통해 기대 이상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광고는 시대정신의 거울**

월드컵대회 개막을 계기로 거의 모든 기업들은 월드컵을 광고 소재로 삼아 나름대로 소비자의 눈길을 잡기 위한 치열한 '아이디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또하나의 총성없는 전쟁이다.

초반 승부의 승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끌어들인 삼성카드였다. 히딩크 감독은 영국, 프랑스와의 평가전을 통해 이미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존재다. 삼성카드는 일찌감치 히딩크 감독을 광고모델로 섭외함으로써 발군의 광고효과를 거둔는 데 성공했다.

"세계가 놀랄 것이다"라는 히딩크 감독의 말을 인용하는가 하면,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같은 일련의 호소력 깊은 광고카피로 삼성카드 광고는 월드컵 광고의 선두주자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같은 삼성 계열이면서도 대형 디지털TV인 PAVV의 광고는 돈만 많이 들였지, 그다지 재미를 못 본 광고로 광고업계에서 평가받고 있다.

PAVV는 거액을 들어 축구황제 펠레를 광고모델로 섭외,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펠레가 골을 넣은 브라질 선수들과 환호하며 포옹하는 장면을 광고로 내보냄으로써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국민 바람과 동떨어진 광고라는 냉랭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이밖에 현대자동차는 FIFA에 수백억원을 낸 공식후원사이면서도 정작 광고때 골네트를 가르는 공을 이번 월드컵 공식구인 피버노바 대신에 엉뚱한 축구공을 내보내는 헛점을 드러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르게 하기도 했다.

광고는 단순한 고객유인 장치가 아니다. 한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광고가 광고계에서 '명광고'로 평가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월드컵 광고전쟁은 지금 우리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바로미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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