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가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하노이 실무협상'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매우 신속하고 큼직하게(big bites)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동결하는 문제를 우선순위 의제의 하나로 언급하며 북미 실무협상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1일(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전화브리핑에서 미국 측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조치'를 언급한 것에 대해 "단계적인 프로세스를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매우 신속하고 큼직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그(비핵화) 과정의 핵심 동인으로서 점진적인 조치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하노이에서 진행 중인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라고 볼만한 '덩치가 큰' 비핵화 실행조치를 내놓으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그는 "비핵화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어떤 지점에 있고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할 모든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며 비핵화 대가로 경제발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의사도 거듭 밝혔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올바른 선택을 하게끔 하는 유인책"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하노이 실무협상 의제와 관련해 "비건 대표가 강연에서 제시한 우선순위 일부로 여러분의 관심을 돌리고 싶다"며 "비건 대표는 비핵화에 대한 공유된 인식 증진,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a freeze on all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missile programs), 로드맵 작성 노력을 말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비건 대표의 강연에서 핵·미사일 등 'WMD 동결'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번 실무협상에 의제로 포함됐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는 핵 신고와 관련해서도 "비핵화 과정을 완결하기 위해선 완전한 신고가 필요하다"며 "신고는 최종 단계(폐기) 이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북한 같은 나라의 WMD 폐기 문제를 다루는 국제적인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는 북한 비핵화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어색함을 깨고,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철저히 이행한다면 북한의 미래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선택을 했는지 아직 모르겠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북한과 상대하는 이유는 비핵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 개념이 다르다는 지적에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를 진전시키는 것이 실무협상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정의를 둘러싼 입장차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밝혔느냐'는 물음에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이번 주에 우리는 그것을 포함해 많은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미 실무협상 상황에 대해선 "늘 그렇듯이 이번 협상에서도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는 어떤 것도 합의된 게 아니다"라며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나온 각각의 합의사항을 진전시킬 (하노이) 공동성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대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하노이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측 실무협상단 규모와 관련해선 "지난 6~8일 평양에서 한 실무협상에는 핵 전문가, 국제법 전문가 등 16명이 협상단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우리에게 최대한 진전을 이루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실행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와 관련해 일각에서 우려하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며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전쟁을 끝낼 평화협정을 위해 미군을 철수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북미) 실무협상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함께 브리핑에 나선 다른 고위 인사도 "주한미군 철수는 협상 의제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하노이 정상회담 일정은 27, 28일 양일간 열리는 것으로 계획돼 있으나, 실제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하루 일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 당국자는 "정확한 형식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에 여러분이 본 것과 그 형식 면에서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정상이 일대일로 만나는 단독 정상회담과 식사, 각각의 대표단이 배석하는 확대 정상회담의 기회가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