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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롬 특혜'로 국내 관광업계 수천억대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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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바이롬 특혜'로 국내 관광업계 수천억대 손실

"월드컵 유치 대가로 특혜 준 것 아니냐" 의혹

한때 큰 기대를 모았던 월드컵 특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대신 국내 여행사·숙박업소·항공사들은 도리어 적자를 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정작 먹을 게 없는 식이다.

지난해 9.11테러에 따른 여행객 격감으로 여행사·숙박업소·항공사들은 도산 직전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때 이들에게 남은 한 가지 희망은 2002 한·일 월드컵이었다. "월드컵만 열리면 한몫 단단히 거머쥘 수 있다. 그때까지 죽겠어도 참자"는 게 이들의 비원이었다. 그러나 기다림의 결과는 너무나 참담하다.

***몇달 전에라도 입장권판매권 돌려줬으면 관광객 수십만명 더 왔을 것**

이들 관광업계는 2002 한·일 월드컵 공동유치를 위해 우리나라가 세계축구연맹(FIFA)에 '특혜'를 준 결과, 민간 관광업계가 피해를 보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게 아니냐며 주최측에 강한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영국의 바이롬은 FIFA와 유착, 월드컵 관광특수의 핵이 되는 두 가지 결정적인 특혜를 따냈다.
하나는 해외판매분 입장권 판매대행이었고, 다른 하나는 관광호텔 숙박대행권이었다.

이 두 가지 특혜가 바이롬으로 넘어간 결과는 엄청났다.

우선 여행업계가 두 손을 들어야 했다. 여행사들은 월드컵때 외국손님을 얼마나 국내에 유치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때 여행업계에 필요한 것이 경기 입장권이다. 특히 한국과 가까운 중국의 경기 입장권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나 국내 판매분은 중국 마케팅을 겨냥한 기업들이 선수쳤고, 해외판매분은 바이롬이 쥐고 흔들었다. 국내 여행업계가 끼어들 공간은 없었다.

이들은 일찌감치 두 손 들고 월드컵 특수를 포기했다. 그 결과 한때 56만명에 달할 것이라던 월드컵 외국관광객 숫자가 지금은 잘해야 12만명이나 될까말까한 수준으로 격감했다.

이러던 와중에 바이롬의 무능이 백일하에 드러난 '빈자리 사태'가 발생했다. 월드컵 사상 단 한차례도 목격할 수 없었던 개막전 공석사태까지 목격됐다. 한국전 등 암표값이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골드 게임'조차 안 팔린 표가 바이롬의 수중에 무더기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4일 광주에서 열린 중국-코스타리카 전에도 빈자리가 무더기로 속출했다. 이 장면을 본 여행업체 관계자들이 가슴을 치고 분통해 하는 것은 당연했다.

한 여행사 대표는 "월드컵 개막전때 자리가 무더기로 빈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는 초대형 사고가 터졌구나'라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며 "바이롬이 못 팔고 쥐고 있던 26만장의 입장권을 한두달 전에라도 국내 여행업계에 주었더라면 외국관광객 수십만명을 더 끌어들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호텔업계와 항공사들도 바이롬 때문에 천문학적 손실**

바이롬 특혜 때문에 계량하기 힘들 정도의 천문학적 피해를 보기는 숙박업계도 마찬가지다.

바이롬은 2000년 3월 한국월드컵조직위(KOWOC)와 숙박협약을 체결했다. 월드컵기간중 우리나라 관광호텔의 방 70%를 무조건 바이롬이 독점한다는 내용의, 강화도 조약 이상가는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이었다.

당시 협약체결 당시 바이롬은 "월드컵축구 호텔로 지정되는 국내 숙박시설은 대회기간 70%의 객실을 월드컵 패밀리에게 제공하되 99년 6~7월 기준 객실요금 대비 24% 인상된 숙박요금의 75%를 고객의 투숙여부와 관계없이 대회시작 1개월 전에 지급한다"고 서명했다. 외형상으론 큰 문제가 없어보이는 계약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치명적인 독소조항이 숨겨져 있었다. "단 월드컵 개막 한달전인 2002년 4월30일까지 해약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조건이었다.

실제로 바이롬은 2백20여개 관광호텔의 70%에 해당하는 56만3천객실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것도 4월30일에 무더기 해약함으써 한푼의 위약금도 물지 않았다. 외국관광객들을 유치할 자신이 없으면 하루라도 일찍 계약을 물렸어야 했으나, 계약서상의 마지막날까지 잡고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호텔업계는 갑자기 텅빈 객실을 채우기 위해 객실료를 20~30% 낮춰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대다수 호텔은 아직도 방이 텅텅 비어 있는 상태다. 월드컵 특수는커녕 도리어 바이롬으로 인해 적자를 볼 판이다.

영국계 대형여행사인 G사의 대표는 "바이롬의 행위는 한마디로 말해 악질적인 행위"라고 분노했다. 그는 "해약을 하더라도 최소한 6개월전, 늦어도 3~4개월 전에는 해약을 해야 호텔들이 대응할 시간이 있다"며 "월드컵 특수는 쉽게 말해 방 팔아먹는 장사인데 바이롬 때문에 이번 월드컵은 완전히 '헛장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한달 전에 계약을 해지하면 한푼의 위약금도 받지 못하는 문서에 서명한 한국월드컵조직위란 곳이 도대체 정신이 있는 데냐"며 "호텔업계가 이번에 입게된 손실은 한국월드컵조직위가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항공업계도 큰 손실을 입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월드컵 대회기간중 외국인이 쇄도할 것으로 판단, 6월에 1만3천석의 증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자리를 못 채워 할인경쟁을 할 지경이다.

바이롬 하나로 인해 여행사, 숙박업소, 항공사 모두가 초토화 위기에 직면한 것인다.

***바이롬에게는 배상능력 없어**

이처럼 관광업계 전반이 엄청난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나 한국월드컵조직위(KOWOC)가 지금 기껏 한다는 것이 바이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이다.

신중식 국정홍보처장은 '빈자리 사태'에 대한 국민의 비난여론이 들끓자 3일 국무회의후 브리핑에서 "입장권 판매 차질로 경기당 10억원 정도의 손실이 추산되는 등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며 "FIFA에 강력히 항의하고 입장권 판매 대행사인 바이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한국월드컵조직위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바이롬은 우리나라 관광업계가 입은 천문학적 피해를 보상해줄 만한 여력이 없는 구멍가게다. 배상해줄 돈도 없는 데에다가 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빗발치는 비난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임시방편식 쇼가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보다는 차라리 일본정부의 대응이 정공법이라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일본의 도야마 아쓰코 문부과학상은 4일 "입장권 공석이 대거 생긴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FIFA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FIFA에 물질적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FIFA 또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정공법으로 FIFA를 공격함으로써 앞으로 일본이 받게될 피해배상 규모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민간업계가 입은 천문학적 손실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한 외국계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근원적 책임을 월드컵을 한국에 유치한 세력들에게서 찾고 있다.

"원래 이번 월드컵은 일본이 단독개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 있었다. 그러던 것이 한국측이 뒤늦게 뛰어들면서 공동개최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돈 밝히기로 악명높은 FIFA측이 이 과정에 가만 있을 리 만무였고, 이런 와중에 일방적으로 한국측에 불리한 제반 협정이 체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길 없다."

"이번 바이롬 사태로 공석이 무더기 발생하면서 한국월드컵조직위의 물질적 손실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나, 보다 큰 피해를 입은 쪽은 민간 관광업체들이다.

이들이 입게 된 손실을 대회가 끝난 뒤 집계하면 그 액수는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민간인이 본 피해를 과연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반드시 이번 사태의 진상을 끝까지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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