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방장관과 부장관, 익명의 일본 수뇌가 잇따라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가 아시아의 평화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일본 수뇌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의 핵무기 사용 위협이 고조되고, 부시 미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및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의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시도로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향후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몬쥬 등 원자력 발전소에 즉각 3천~4천개의 원자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물질을 비축하고 있으며, 대륙간 탄도탄으로 전용할 수 있는 로켓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수뇌부, 잇따른 '핵무기 보유' 발언**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일 "일본 정부수뇌가 31일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정부의 비핵(非核) 3원칙을 국제긴장이 높아지면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이 정부수뇌는 "(비핵 3원칙이) 지금까지는 헌법에 가까왔으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헌법개정을 이야기하는 시대인 만큼 비핵 3원칙에 대해 국제긴장이 높아지면 국민이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같은 정부수뇌의 발언을 "여론의 동향에 따라 장차 비핵 3원칙이 재고돼야 할 정치과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일본정부의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3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보유와 헌법의 관계에 대해 "법이론적으로 말하면 전수(專守)방위를 지키기만 한다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될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정치론에서는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다 관방장관은 이날 밤 일본 정부수뇌의 비핵 3원칙 개정 발언을 접한 뒤 "현정권에서는 비핵 3원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으나, 일본언론들은 이날 후쿠다의 발언을 우회적인 비핵 3원칙의 개정 주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후쿠다 관방장관의 발언에 앞서 아베 신조(安培晉三) 관방 부장관은 지난 5월13일 와세다 대학 강연에서 "소형일 경우 일본의 핵무기 보유는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노골적인 핵무기 보유 주장을 폈었다.
요미우리 신문도 1일 이같은 일본 수뇌부의 잇따른 핵무기 보유 주장을 보도하며, "일본정부는 핵무기에 관한 헌법해석과 관련해 '핵무기도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내에서라면 보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일본정부 수뇌부의 잇따른 핵무기 보유 발언과 관련, 한일 월드컵 개막식 참석차 한국에 와 있는 극우성향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는 31일 밤 "현정부하에서는 비핵 3원칙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이즈미는 '현정부하에서는'이라는 전제를 붙임으로써 차기정권에서 핵무기 보유를 추진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아침에 수천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어"**
일본정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등 일부 일본 야당은 즉각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야당은 특히 현재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에 대비한 3개 유사관련법안에 대한 국회심의를 진행중인 시점에 이같은 발언이 나온 대목을 중시하며, 이런 발언들이 정부가 여당인 자민당과의 물밑교섭 끝에 나온 '여론 바람잡이' 전술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후쿠다 관방장관 등의 발언에 대해 "정부의 공식해석인지, 분명한 통일견해가 나와야 한다"고 발언배경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같은 야당이면서도 자유당은 도리어 핵무기 보유를 강력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의 대표적 극우정치인인 오자와 이치로 자유당당수는 얼마 전 지방강연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언급하며 "(중국이) 너무 지나치면 일본인은 히스테리를 일으킨다"며 "중국은 핵탄두가 있다고 하나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아침에 수천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에는 플루토늄이 (핵탄두) 3천~4천발 분이 있으며 대륙간 탄도탄이 될 수 있는 로켓도 갖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중국에 군사력 면에서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현재 10년이상 만성적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군사대국화 및 군수산업 육성을 통한 경기탈출을 주장하는 극우세력들의 목소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하는 '중국위협론'을 펴면서, 극우성향의 부시 미정부와의 미사일방어체제(MD) 연합전선 구축을 통한 핵무기 보유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어 동아시아 긴장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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