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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차 리콜 사태, 왜 이제야 압색 대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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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기차 리콜 사태, 왜 이제야 압색 대상이 됐나

"리콜시스템부터 수사 대상" 비판 거세져

소비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자동차 부품 결함을 은폐하고 '늑장 리콜'을 했다는 혐의로 국토교통부가 직접 현대·기아차에 수사를 의뢰해도 움직이지 않던 검찰이, 마침내 2년만에 강제수사에 나섰다.

2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품질본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 측은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가 고발한 현대·기아차의 리콜 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대·기아차가 차량 제작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 20일 검찰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품질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현대차 본사 로비.ⓒ연합뉴스

내부 고발로 시작된 늑장 리콜 의혹 사건, 마침내 검찰 수사


검찰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세타2엔진과 조수석 에어백 등 차량 부품의 결함을 고의로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세타2 엔진은 그랜저와 쏘나타, K5 등 현대·기아차의 대표 모델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이다. 세타2엔진 결함 은폐 의혹은 현재 미국 사법당국도 수사를 하고 있는 국제적인 사건이다.

세타2엔진 결함 은폐 의혹은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김광호 전 현대차 품질관리 부장의 내부고발로 시작됐다. 국토부는 지난 2016년 현대·기아차가 5건의 결함을 2016년 5월쯤 인지하고도 리콜 등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다는 김 전 부장의 제보문건을 근거로 수사를 의뢰했다.

제보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0년부터 세타2엔진이 장착된 그랜저, 소나타, K7 등 주요 차량을 생산하면서 주행 중 소음, 진동, 시동꺼짐, 화재 가능성 등 다양한 결함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7년 4월 현대차는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세타2엔진이 탑재된 차량에서 시동 꺼짐 등 제작결함이 발견됐다면서 리콜을 실시했다. 당시 리콜 대상은 현대·기아차가 지난 2013년 8월 이전 제작한 그랜저(HG)와 소나타(YF), 기아차의 K7(VG)·K5(TF)·스포티지(SL) 등 5대 차종 17만1348대다.

하지만 당시 서울YMCA는 "2010년부터 8년간 결함을 부인하다가 국토부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리콜 계획을 제출했다"며 늑장리콜로 규탄했다. 또한 이 시민단체는 현대. 기아차가 세타2엔진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면서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자동차관리법에 의하면 차량제작사는 결함을 안 날로부터 25일 안에 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도 그해 5월 현대·기아차의 또다른 제작 결함 5건, 12개 차종 약 24만대에 대한 강제리콜을 명령하면서, 사측의 의도적인 결함 은폐 가능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6년 10월 현대차가 싼타페 조수석의 에어백 미작동 결함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미적거린 '제네시스 리콜 사건'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한 뒤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자동차 소비자들이 아무리 신고해도 자동차 결함을 조사하고 리콜을 결정하는 정부의 시스템부터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세타2엔진 문제로 지난 2015년 9월 소나타 47만대가 리콜됐지만, 국내에서는 2017년에야 그랜저 등 5개 차종 17만 1348대가 리콜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국토교통부에 32건의 결함 의심 사례를 제보하면서 늑장리콜이 이뤄진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결함을 알고도 미국에서만 리콜 조치를 취하고 국내에는 결함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현대차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리콜 대신, 김 전 부장을 해고하고, 김 전부장이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회사기밀이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는 김 전 부장의 기밀 유출이 공익제보에 해당한다면 복직을 요구하는 결정을 내렸고, 지난해 2월에는 김 전 부장이 내부고발을 통해 국민의 안전확보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 국민훈장 목련장 수여자로 선정했다. 검찰도 김 전 부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김 전 부장은 2017년 4월 복직한 뒤 한 달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나야 했다.

김 전 부장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리콜 시스템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BMW차량이 배기가스순환장치(EGR) 결함으로 화재가 잇따르면서 뒤늦게 리콜 결정을 내려진 지난해 8월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인정한 사실이다.

차량 결함 조사와 리콜 결정 시스템은 자동차업체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토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한 해 수천 건의 차량 결함 신고는 국내 유일의 공인 차량결함 조사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으로 전달된다.

특히 안전운행과 관련된 사안은 자동차안전연구원 결함조사실 결함조사처에서 전담하지만, 하루 수십 건 접수되는 결함 조사를 달랑 13명의 연구원이 맡고 있다.

심지어 연구원은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국토부로부터 결함조사에 착수하라는 지시부터 받아야 움직일 수 있다. 신속한 조사 지시가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사이 업체 측이 조사에 대비한 조치들을 취하면 뒤늦은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결함은 찾기 어렵게 된다.

지난 2013년 현대차의 제네시스 리콜 사건은 '리콜 시스템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자동차안전연구원 실무 담담자는 제네시스의 ABS 제동장치 결함이 확인돼 리콜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리콜을 할 경우 2009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제작된 10만3214대의 제네시스가 리콜 대상이었다.

현대차는 이미 결함 내용을 인지하고 2012년 1월부터 해당 차량을 대상으로 비공개 무상수리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불만을 제기한 차주의 차량에 대해서만 이뤄지는 조치로 모든 차주에게 알릴 필요가 없는 결함으로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3건의 미국 소비자 신고를 근거로 내부 조사를 벌이고 2013년 10월 "제네시스 결함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자 현대차는 즉각 2009년부터 2012년 생산해 미국에 판매한 제네시스 4만3500대와 한국에 판매한 10만3214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현대차의 리콜 조치에도 미국 정부는 현대차에 1735만 달러(약 179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제동장치 이상 사실을 2012년에 발견하고도 미국 정부 조사가 들어가고 난 뒤에야 리콜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연방법에는 제작자들이 안전 관련 결함을 5일 이내에 정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는 같은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나 늑장 리콜에 대한 제재나 처벌을 하지 않았다.

정부의 강제리콜 시스템도 유명무실하다. 25명으로 구성된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서 올해부터 30명 수준의 위원으로 확대· 개편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가 사실상 리콜 여부도 결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자동차업체의 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이 이들 전문가 중 상당수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정기 지원을 하거나 연구에 필요한 비싼 장비를 기증하는 등 평소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은 지난해 6월 공익제보자 신분으로 이 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제조사 임원회의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동차회사 입장에서 회사를 대변해주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었다"며 회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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