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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 현대차 엔진 결함 적발

정부 리콜 결정 직전, "몰랐다"며 자진 리콜 꼼수

'글로벌 5' 자동차제조업체로 자부해온 현대기아차 그룹에 악재가 닥쳤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한사코 부인해오던 '세타2엔진 결함' 문제가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정부 조사로 확인됨으로써 현대기아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됐다.

게다가 현대기아차가 국내의 소비자 보호 제도가 미약하다는 점을 악용, 국내 소비자들만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차량 소유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세타 2.0 터보 GDI 엔진은 고출력·연비 개선을 위해 직분사 엔진과 터보차저가 결합된 국내 최초의 직분사 엔진이다. 현재 세타2 엔진은 소나타·그랜저·K5·K7·스포티지 등 5개 차종에 장착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타 2엔진으로 리콜 대상이 된 차량들은 무려 200여만대로 현대기아차 연간판매랑의 25%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 국내외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현대차. 이번에는 치명적 엔진 결함도 은폐해오다가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자 리콜을 결정해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연간 판매량 25%가 엔진결함 리콜 대상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리콜을 결정했으나, 국내 생산 차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내부자 고발로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차량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은폐해 왔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 이번에 내부 고발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대응 역시 자신들의 은폐 책임을 추가로 덮으려는 것이어서 실망을 자초했다. 당국이 리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이제서야 자진 리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생산된 엔진의 결함은 공정 상의 청결 문제였고, 국내 생산 엔진 결함은 공정 자체의 결함으로 원인이 달라서 인지를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세타2 엔진이 장착된 차량들의 문제가 많다는 민원이 쏟아졌다는 점에서, 그동안 엔진 결함 자체를 조사해보지도 않고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해명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일단 그랜저, 쏘나타 등 현대기아차 5개 차종 리콜 대상은 약 17만대에 이른다. 국토교통부는 그랜저(HG), 쏘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등 현대차의 5개 차종 17만1천348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국내에서 최근 5년간 단일 사안으로 리콜된 사례 중 현대차 아반떼 등 19개 차종(82만5천대·2013년), 르노삼성 SM5·SM(39만2천대·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날 현대기아차는 북미(캐나다 포함)에서 추가로 신고된 세타2 엔진 결함 문제로 리콜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은 크랭크 샤프트 핀의 표면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추정되며, 현재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리콜 시기를 협의 중이다. 해당 차량은 현대차 쏘나타·싼타페와 기아차 K5·쏘렌토·스포티지 등 5개 차종으로 총 130만여대에 달한다. 국내외에서 세타2엔진 결함으로 리콜 대상이 된 차량이 무려 200만여대에 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차는 지난 2015년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미국에서 리콜할 당시 국내 차량의 경우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로 드러난 세타2 엔진 결함은 엔진 소착(마찰열로 인해 접촉면이 용접한 것처럼 달라붙는 현상)이다. 엔진 주요부품인 크랭크 샤프트와 피스톤을 연결하는 커넥팅 로드가 달라붙는 이 결함은 엔진 파손,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 등 자칫하면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수준의 결함이다.

정부는 그동안 소비자 고발이 무수하게 이뤄져도 대응을 하지 않다가, 내부 고발을 인용한 세타2 엔진 결함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진 지난해 10월에서야 엔진 제작결함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를 맡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에서 소착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과 함께 이것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제작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지난달 말 국토부에 보고했다.

국토부는 세타2 엔진에 대한 리콜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이달 20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지난 3일 국토부에 자발적인 리콜 시행 의사를 밝힌 데 이어, 6일 리콜계획서를 제출함에 따라 제작결함 조사를 종료하고 시정계획의 적정성만 평가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의 리콜계획서에 따르면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은 크랭크 샤프트라는 엔진 부품에 오일 공급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해당 공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발생하는 바람에 크랭크 샤프트와 엔진 내 다른 부품인 베어링의 마찰이 원활하지 못한 소착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오일 공급 홀을 만들면서 절삭작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오일 홀 주변에 손톱만한 크기의 금속이 그대로 남아 있다가, 이 금속편이 엔진이 작동하면서 일부 부러져 나갈 경우 베어링 뭉치에 끼어 베어링이 회전하지 못하게 만들어 크랭크 샤프트와 커넥팅 로드가 달라붙어 엔진 고장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이날 리콜을 결정한 차량에 사용된 세타 2 2.4 GDi(직분사)와 2.0 터보 GDi 엔진은 국내 화성 엔진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 공장에서는 쏘나타, 산타페, 쏘렌토 등 현대·기아차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엔진 대부분을 만든다. 2013년 8월 이후에는 현대기아차가 오일 구멍을 뚫는 공정을 보완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엔진의 일부 부품 결함으로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해 소규모 리콜이 이뤄진 적은 다수 있었지만, 엔진 전체를 교체하는 리콜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국토부는 전했다.

리콜 개시 시점은 새 엔진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 엔진 수급 상황, 리콜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올해 5월 22일로 정해졌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2011∼2012년식 쏘나타(YF) 약 47만대를 리콜했고 2013∼2014년식은 보증 수리 기간을 연장했다.

국토부는 현대기아차가 의도적으로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증거가 있는지를 별도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리콜 사태 외에도 이미 대내외적 악재에 직면한 상태다.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내수도 침체가 뚜렷한 실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각각 5만6026대, 1만6006대 등 총 7만2032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52.2%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내수·해외) 판매량의 23.5%(114만2016대), 21.5%(65만6대)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올해 사상 최대 목표로 내세운 글로벌 825만대 판매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판매량 순위에서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이며 5위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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