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풀스가 21명의 전.현직 의원들에게 1억여억의 기부금을 낸 내역이 밝혀지면서, 당사자들이 로비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명을 하는등 부산하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국민들의 시선은 "애걔, 겨우 몇백만원이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정도 쥐꼬리만한 액수 갖고 무슨 로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는 반응이다.
***"애걔, 겨우 몇백만원이야?"**
실제로 MBC TV의 21일 밤 뉴스 보도를 통해 드러난 기부금 내역을 보면 이런 세간의 반응이 충분히 이해간다. 이 정도 돈을 받고 정치인들이 타이거풀스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액수가 미미한 때문이다.
한 예로 한나라당의 서정화 의원에게 준 돈은 고작 10만원이다. 어디 가서 돈을 주고받았다고 말하기조차 낯부끄러운 액수다.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과 민주당의 조찬형 의원에게는 50만원씩을 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김대중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의원이 받은 액수도 1백만원, 체육복표 의원입법의 대표 발의자인 박세직 의원이 받은 액수도 한번에 1백만원씩 세차례에 걸쳐 3백만원에 불과하다. 체육복표 사업 통과당시 문화관광위 위원장이었던 이협 의원에게 건네진 돈도 3백50만원에 불과하고 문광위 법안심사 소위원장이던 신기남 의원에게 주어진 돈도 3백만원에 불과하다.
만약 타이거풀스가 이 정도 돈만 건넸다면 "로비는 없었다"고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를 보면 분명히 로비 의혹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과연 로비는 있었던 것인가, 만약 있었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이었나.
***"로비가 있었다면 돈이 아닌 주식으로 했을 것"**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은 이와 관련,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목할만한 증언을 하고 있다.
남의원은 99년 8월4일 체육복표 관련법안이 국회 문광위 통과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고, 그후 2000년 4.3총선후 16대 국회에서도 계속해 문광위 소속의원으로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타이거풀스가 전개한 일련의 로비 과정을 꿰뚫고 있는 목격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 로비가 있었다면 아마 주식으로 했을 것이다. 입법 단계에서 타이거풀스는 자금력이 없었기 때문에 돈으로 로비할 수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입법이 된 후에는 국회를 떠난 사안이다. 때문에 공단이 주관하는 사업수탁자 선정 자체에 의원들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만일 의원들이 로비 대상이 되었다면 사업자 선정에 시비를 걸지 말라는 무마용이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홍업·홍걸씨, 이희호 여사 등 이 정권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개입에 비하면 의원들의 개입이란 부스러기에 불과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의원은 로비가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번째는, 98년 11월 체육복표 관련법안의 발의에서 99년 8월 통과때까지의 입법과정이다.
두번째는, 2000년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경합에서 2001년 2월 사업자 최종확정때까의 사업자 선정과정이다.
남의원은 첫번째 입법과정에 타이거풀스가 주도적 역할을 했으나 "로비가 있었다면 아마 주식으로 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그 이유로 "입법 단계에서 타이거풀스에는 자금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당시 타이거풀스가 자본금 1억원짜리 초미니 기업이었다는 점을 보면 이해가 간다.
타이거풀스가 본격적으로 사업자 선정작업에 뛰어들어 5백억원의 컨소시엄 구성에 성공한 것은 2000년 10월의 일이다. 이때까지 타이거풀스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돈으로 로비를 하고 싶어도 그럴 돈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2000년 4월13일에는 16대 국회의원 총선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금 내역표에 따르면, 4.13총선 전에 타이거풀스가 입법과정에 도움을 준 전.현직 의원에게 건넨 돈은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에게 건넨 5백만원이 가장 큰 액수이다. 민주당의 길승흠 의원(9백만원), 신낙균 후보(7백만원) 등에게는 총액으로 보다 많은 액수가 전해졌으나 각각 3회에 걸쳐 전달된 돈으로, 1회 기준으로는 2백~3백만원 수준에 그쳤다.
***당시 국회의원 보좌관들도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이렇듯, 입법당시 타이거풀스의 수중에는 주고 싶어도 줄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입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들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받고, 당시 한국능률협회가 매출액이 2조원을 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국회에 평가서를 제출한 사행성 사업에 도장을 찍어줬으리라고 보기에는 여러 모로 앞뒤 아귀가 안맞는다.
"당시 로비가 있었다면 돈이 아닌 주식으로 했을 것"이라는 남경필 의원의 발언이 강한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들은 여러 가지가 더 있다.
99년 타이거풀스에 일찌감치 합류해 주로 국회를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된 성모 전무는 2000년에 4명의 국회의원 비서관 등을 타이거풀스로 끌어들여 이들에게 상당한 규모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주었다. 성모 전무는 13대 국회때는 노무현 의원, 14대 때는 박계동 의원, 15대 때는 신낙균 의원의 비서관을 지냈던 국회통이었다.
국회의원 비서관들을 타이거풀스로 데려와 거액의 스톡옵션을 줄 정도였다면, 이들 비서의 보스인 의원들에게는 과연 어떤 대우를 했을 것인가. 스톡옵션은 현행법상 회사 직원들에게만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외부인들에게 보상하는 길은 회사 주식을 나눠주는 것밖에 없다는 게 벤처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이다. 현재 검찰 수사도 '주식 로비' 가능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사업자 선정과정에 타이거풀스는 컨소시엄 구성에 성공해 5백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쥐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김홍걸, 최규선, 김희완 등 사업자 선정을 도운 외부인들에게 현찰 대신 주식을 나눠준 사실이 드러나, 타이거풀스의 주된 로비 수단이 주식이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줄 바에는 현찰 대신 주식으로 달라"**
'주식 로비설'의 또다른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 체육복표 관련법안이 통과되던 99년 하반기의 증시상황이다. 당시 증시는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특히 코스닥 시장을 둘러싼 묻지마 투자는 거의 광란에 가까울 지경이었다.
이때 '현찰'은 애당초 관심사밖이었다. "줄려면 돈이 아닌 주식으로 달라"는 게 당시의 일반적 분위기였다는 게 당시 정,관계나 언론사 등을 상대로 로비를 펼쳤던 벤처사업가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액면가 5천원짜리 주식이 2백배이상 올라 1백만원을 넘는 주식들도 적지 않다보니 이해가는 상황이었다.
이런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로비가 있었다면 그 수단은 타이거풀스 주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과연 검찰이 얼마나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낼지,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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