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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은 '김홍업과 김홍걸간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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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은 '김홍업과 김홍걸간 전쟁'이었다"

<인터뷰> 체육복표사업 유일하게 반대한 남경필 의원 주장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37)이 타이거풀스 로비 의혹의 실체를 '김홍업과 김홍걸 사이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대변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 99년 8월4일 체육복표 관련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할 때 여야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남 의원은 그후 타이거풀스로부터 3백5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로비 의혹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의원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99년 표결 당시 남 의원은 "체육복표사업을 시행할 준비도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국능률협회가 졸속으로 작성한 허술한 보고서 하나만 믿고 어떻게 사행성 사업법을 통과시킬 수 있느냐"며 반대했었다.

프레시안은 21일 오후 한나라당 대변인실에서 남경필 의원을 만나 로비 의혹으로 점철된 체육복표사업의 전말과 남 의원만 이 사업에 반대하게 된 소신, 법안 통과 과정 및 그후의 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남 의원은 타이거풀스의 로비가 두 단계에 걸쳐 주된 로비대상을 달리해 진행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첫번째 로비는, 체육복표 사업 관련법이 99년 8월에 국회를 통과하기까지의 입법 과정에 국회의원들을 주타겟으로 한 로비였다. 남 의원은 당시 타이거풀스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했던 만큼 로비는 돈보다 주식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두번째 로비는, 사업자 입찰 과정에 김대중대통령 차남 김홍업씨를 비롯한 권력실세들을 등에 업은 한국전자복권이라는 예기치 못한 경쟁자가 출현하면서부터 2001년 2월 최종사업자로 선정될 때까지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 펼쳐진 치열한 로비전이다. 이 과정에 타이거풀스는 김대통령 3남 김홍걸씨를 끌어들이는 맞불작전을 펼쳐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다는 게 남 의원의 주장이다. 요컨대 타이거풀스 비리의 몸통은 '김홍업 대 김홍걸'의 전쟁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남 의원은 '비보도'를 전제로 입법 과정 및 사업권 획득과정에 전개된 것으로 알려진 여러 로비 의혹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나만 깨끗하고 다른 의원들은 모두 로비를 당했다는 시선을 받을까봐 걱정된다"면서 '대변인'으로서의 위치상 처신에 조심스러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의원의 증언은 99년부터 2001년초까지 정가를 달구었던 체육복표 로비의 전체 틀을 읽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겠다.

남 의원은 부친 남평우 의원이 사망하면서 98년 7월21일 선친의 지역구인 경기도 수원 팔달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부친이 쓰던 의원회관 410호실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재선에 성공한 뒤에도 410호실을 쓰고 있다. 남 의원은 65년생으로 지난해말 36세의 나이로 원내 제1당의 대변인으로 발탁돼 정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경복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경인일보 기자, 미국 예일대 경영학 석사를 거쳐 뉴욕대 도시행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다음은 남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편집자주

***남경필 의원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남 의원은 체육복표 사업에 대한 관련법안 심사과정에서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위원중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의원은 다 찬성했는데 어떻게 반대하게 되었는가.

남 의원: 나는 사행사업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또한 한국능률협회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용역 의뢰를 받아 작성한 '체육진흥투표권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 보고서'가 지나치게 졸속으로 제작돼 장밋빛 환상에 가득차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마디로 이 보고서를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체육복표사업 자체는 사행성에 있어서 경마, 경륜 등보다 심하다고 보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 수천만 달러의 당첨금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로토 복권을 도입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보았다. 이것을 특히 경계한 것이다.

프레시안: 법안에 대해 먼저 심사를 한 문광위 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들이 남 의원보다 이 법안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그렇다면 남 의원처럼 여러 문제점을 느꼈을 텐데 어떻게 체육복표사업에 다 찬성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문광위 소속 위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찬성을 한 것이 이 사업을 맡게 된 타이거풀스의 광범위한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 의원들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로비에 넘어간 것이 아닌가.

남 의원: 로비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의원에 의한 로비였다. 의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은 정몽준 의원이 주로 로비를 했다. 그런 로비는 가능한 것이 아닌가. 월드컵 대회를 치르기 위한 경기장 건설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이라는 명분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해준 것이라고 본다. 돈이 건네진 로비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프레시안: 체육복표사업에 대해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월드컵 대회 비용을 마련한다는 명분이 찬성을 한 모든 이유가 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의원들이 대가를 받은 혐의로 지금 검찰에 의해 10여명이 출금조치되었다. 이런 조치는 의원들이 무언가를 받았고 이의 대가성에 대한 상당한 근거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그중에 한나라당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남 의원: 처음 듣는 소리다. 지금 바로 확인해주겠다. (서울지검 이범관 지검장과 직접 통화한 후) 한나라당 의원은 없다고 한다.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 로비가 있었다면 아마 주식으로 했을 것이다. 입법 단계에서 타이거풀스는 자금력이 없었기 때문에 돈으로 로비할 수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타이거풀스가 체육복표 관련법안을 만드는 데 사실상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비에 의해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이 법안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당시 타이거풀스는 자본금 1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남 의원 말처럼 돈에 의한 로비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본격적인 로비는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다고 보이는데, 이에 대해 갖가지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 막후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가.

남 의원: 입법 과정을 체육복표사업에 대한 로비가 있었던 1단계라고 한다면 커다란 이권이 개입되어 있다고 보기 힘들지만, 사업자 선정이라는 2단계에서는 정말 대단한 로비전이 펼쳐졌다. 당초 99년8월 체육복표 관련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2000년 8월 사업자 선정이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이것이 2001년 2월로 늦어진 것이 바로 강력한 로비전 때문이었다.

타이거풀스가 입법 단계에서부터 주도해 왔기 때문에 사실 경쟁자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뒤늦게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이 등장했다. 별다른 로비도 없이 민간업자로서 사업을 수탁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타이거풀스측은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보게 생겼다.

한국전자복권 뒤에는 김대중대통령 차남인 홍업씨, 여권의 막강한 실세 P씨, K씨 등이 버티고 있었다. 순식간에 전세는 한국전자복권쪽으로 기울었다. 다급해진 타이거풀스측은 김대통령의 막내아들 홍걸씨 라인을 붙잡았다. 여기에 최규선씨 등이 등장하지만 결정적으로 이희호 여사가 개입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이희호 여사는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특정사업을 따내기 위해 나설 만큼 타락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부인이 전화 한통화 하거나 도자기를 선물하거나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랐다거나, 문제가 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몰랐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희호 여사의 행위는 명백하게 도의적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프레시안: 이희호 여사가 타이거풀스가 사업권을 따내는 데 결과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인가.

남 의원: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에서 갑자기 포철(포스코 자회사 포스데이타)이 빠져버린 것이 2000년 7월 홍걸씨가 포철의 유상부 회장을 만난 바로 뒤였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닌가.

프레시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타이거풀스와 한국전자복권의 대대적인 로비가 있었다고 한다. 의원들도 이 과정에서 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남 의원: 입법이 된 후에는 국회를 떠난 사안이다. 때문에 공단이 주관하는 사업수탁자 선정 자체에 의원들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만일 의원들이 로비 대상이 되었다면 사업자 선정에 시비를 걸지 말라는 무마용이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홍업·홍걸씨, 이희호 여사 등 이 정권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개입에 비하면 의원들의 개입이란 부스러기에 불과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99년 8월4일 체육복표관련법안에 관한 문광위 속기록을 보면 박성범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박지원 당시 문광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발끈하는 대목이 있다. 박지원 장관이 문광위에서 사업시행자를 민간업체에 맡기지 말고 공단으로 하자는 발언에 대해 박의원이 화를 낸 까닭은 무엇인가.

남 의원: 이 법안이 당정협의를 거칠 때도 문광부 차관이 참석해서 민간에 위탁하기로 했고, 문광위 전체회의를 갖기 전 문광위 소위원회에서도 문광부 차관이 참석했다. 여기서 결정된 것은 문광부 장관이 동의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다. 그런데 전체회의에서 전혀 반대되는 말을 하니까 당연히 소위원회 위원이었던 박성범 의원이 황당해 했던 것이다.

프레시안: 박성범 위원장(한나라당 중구 지구당)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지원 장관이 공단의 로비를 받았기 때문에 딴소리를 하게 된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이 지난해 10월18일 대정부 질문에서 여권실세 P씨가 한국전자복권을 밀었다는 주장을 하는 등 P씨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았다. 증권가에서 이런 사항을 담은 정보지가 돌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확실한 근거가 있는가.

남 의원: P씨에 대한 소문은 사업자 선정 때부터 무성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 명시한다면 즉각 고소가 들어올 것이다. 대변인으로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프레시안: 남 의원도 타이거풀스로부터 3백50만원 정도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남 의원: 사업자 선정이 2001년 2월5일 이루어졌고, 내가 후원금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한창 뒤인 2001년 9월이다. 개인적으로 절친한 타이거풀스 K이사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송재빈 대표와 두 번 만난 적이 있다. 한번은 국민체육진흥법중개정법률안이 통과된 이후 골프를 한 번 했고, 또 한번은 사업자 선정이 이루어진 이후 지난해 2월 저녁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이런 만남을 당시 떠돌던 정치권 실세 연루설 등에 대한 정보 수집 기회로도 삼았다. 후원금에 대해서는 모두 영수증을 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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