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배득식(65) 전 기무사령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1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배 전 사령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모두 집권세력의 정권 유지와 정권 재창출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헌법상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군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며 소속 부대원에게 온라인상에서 신분을 속이고 댓글 활동을 벌이거나 비판적 의견을 가진 이들의 신원을 불법적으로 확인하게 했다"며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저해하고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치 권력이 군 정보기관을 이용해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저해하는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할 사회적 필요가 크다"고 덧붙였다.
배 전 사령관은 2011년 3월부터 2013년 초까지 '스파르타'라는 이름의 기무사 내 공작조직을 통해 정치 관여 댓글 2만여 건을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이른바 '극렬 아이디' 수백 개의 가입정보를 조회하고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수십 회를 녹취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등 기무사 직무와 무관한 불법 활동을 시킨 혐의도 있다.
또 대원들에게 친여권 성향의 웹진을 제작해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고 야권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고, 수십만 명의 예비역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나는 꼼수다'를 녹취해 청와대에 제공한 혐의는 외형적으로 기무사의 업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기무사에서 '일일 사이버 검색결과'를 매일 청와대에 보고한 데 대해서는 배 전 사령관이 직접 개입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밖의 나머지 공소사실은 대부분 유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직권을 남용할 고의가 없었다는 배 전 사령관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재임 중 대통령 등에게 보고한 업무보고와 정보보고 등에도 SNS를 단순히 모니터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반대 논리의 댓글을 다는 등 공세적인 대응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런 업무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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