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전남 목포와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하의도를 비롯한 신안군 주요 섬들을 20개의 다리로 연결하는 2조원대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보도에 대해 건교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가 해명에 나섰지만, 이들 해명이 도리어 사업 추진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
***건교부 해명,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99년 11월 이 계획을 수립해 국토연구원에 발주를 주었으며, 용역결과에 따라 지난해 8월 유관부처간 협의를 거쳐 이를 관보에 공시했던 건교부는 13일 이 보도가 나간 뒤 언론들의 잇달은 항의 및 의혹 제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건교부 담당부서 관계자는 13일 "이것보다 훨씬 소소한 사항들도 보도자료를 만들었지만 지금 알아보니 이번에 문제가 된 노선지정 확정고시는 관보에 공시만 했을 뿐 보도자료를 만들지 않아 기자들의 업무협조에 소홀한 점이 있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건교부는 현재 이 사안에 대해 가급적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지 않느냐는 언론들의 항의를 거세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이와 관련, 이날 대책회의후 해명자료를 통해 "당해 노선을 국도로 지정한 것은 지자체 및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국토연구원의 '일반국도 등의 노선지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착공시기는 현재 국토연구원 용역으로 시행중인 '국토건설 5개년 계획'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아직까지 착수시기, 규모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자료 말미에 "사업우선 순위는 예산투자 범위, 당해구간의 예상 교통량 추이 등을 포함한 우선투자 순위에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 지역의 예상 교통량 등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기초해볼 때, 사실상의 사업 백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다른 건교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선지정과 사업계획과는 별개 사안"이라며 "노선지정이 되고도 실제로 사업집행이 되지 않는 경우는 과거에 많이 있다"고 사업 백지화를 강력 암시하기도 했다. 요컨대 '정치적인 압력'에 따라 노선지정까지 되었을 뿐 실제 사업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현재 진행중인 다른 초대형공사는 모두 민자로 건설중**
건교부와 이 사업에 대해 그동안 정책협의를 해온 기획예산처로 해명에 나섰다. 국도 노선지정은 대통령령으로 확정고시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인천 공항을 짓기 위해 영종도 섬 하나를 연결하는 데 1조5천억원을 들였는데 그만한 돈으로 신안군 여러 섬들을 이을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천신공항 연결도로의 경우 민간자본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 반문에 "신안군 섬사람들에게는 그런 돈이 없기에 나라에서 지어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궁색한 반론을 폈다. 그는 또 "신안군 섬들은 연결하기 좋게 모여있기 때문에 투자대비 효과가 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천 앞바다 등 다른 지역도 같은 조건이라면 국가지원으로 섬들을 연결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 대한 건설 전문가들의 반응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영종도 고속도로를 건설한 신공항하이웨이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94년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주요사회간접자본에 대해서는 부족한 국고를 대신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대부분 민자로 건설하고 있다"면서 "영종도 고속도로의 경우도 민간자본 25%와 차관 75%로 순수 민자로 유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천안 고속도로 등 10여개의 고속도로가 100% 민자로 건설되고 있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관련부처 장관들, 과연 무관한가**
이처럼 신안군 섬들을 잇는 계획의 정치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과연 당시 결제라인에 누가 있었는지도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도 노선계획이 발주된 99년 11월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은 현재 경기도 도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진념 전 제부총리다. 진념 후보는 99년 5월24일부터 2000년 8월3일까지 기획예산처 장관을 역임했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13일 진념 전 장관의 '무관함'을 극구 해명하며 "이 사업은 전윤철 장관시절(2000.8.7~2002.1.28)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신안군 14개 도서 중 이미 3개는 연도교로 연결되어 있으며 1곳도 건설중이어서 나머지 섬들을 국도로 마저 연결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일선에서 판단했다"며 고위층과의 무관함을 누차 강조했다.
한편 이 기간중 주무부서인 건교부는 이 사업이 검토되기 시작한 99년부터 이건춘 장관(99.5.24~2000.1.13), 김윤기 장관(2000.1.13~2001.3.25), 오장섭(2001.3.25~2001.8.21) 등 세 명의 장관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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