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78) 측이 "역사에 길이 남을 중대한 재판을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할 수는 없다"며 불구속 재판을 요구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5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법원 인사이동으로 재판장이 바뀐 후 처음 열리는 재판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 황적화(62·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재판부가 목전에 다가온 구속 만료 시점에 구애받지 않고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된 핵심증인들의 증언을 생생히 듣고 진술의 신빙성을 철저히 가리는 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석방을 호소했다.
황 변호사는 "핵심증인들인 김백준, 이학수를 포함한 7명이 불출석해 재판 절차상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며 재판부에 증인 소환을 위한 구인장 발부도 거듭 요청했다.
그는 "증인 채택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법원에서 거듭 통지했음에도 한사코 송달받고 있지 않다"며 "일부는 버젓이 유명인 장례식장을 방문하거나 헬스클럽을 다니고 있어 고의로 증인출석을 피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도 위급하다고 했다. 그는 "피고인이 고도의 당뇨를 앓고 있고 심한 빈혈 및 어지럼증으로 거동이 어려울 뿐 아니라 극도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작년부터 심해진 수면 무호흡증세로 인해 언제 위급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구속상태를 면하고자 예외적인 편의나 특혜를 달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위해 보석이 허가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은 원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았다"며 "형사소송법에서 정하는 필요적 보석 제외 사유에 해당하며, 임의적 보석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황제 보석'으로 논란이 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거론하며 "임의적 보석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어버린 상황으로 형소법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보석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증인신문 절차 지연을 보석 사유로 든 것에 대해서도 "원심에서 모두 증거로 함에 동의한 뒤 중형이 선고되자 갑자기 수십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다음 신문이 지연돼 불구속 재판을 해야 한단 주장은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건강 상태가 위급하다는 주장에도 "만성 질환이거나 일시적 신체 현상에 불과해 석방이 필요한 긴급한 치료와 무관하다. 피고인이 외부기관에서 진료받기를 희망한다면 적극적으로 조력할 의사가 있다"고 맞받았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신중히 검토해서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부 변경으로 공판 절차가 갱신되면서 피고인에 대한 인정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말에 자신의 생년월일을 읊다가 "뒷번호는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재판 중에는 이따금 휴지로 입을 가린 채 거칠게 기침을 내뱉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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