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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주의 존중하는 전후세대 대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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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美 민주주의 존중하는 전후세대 대표주자'

LA타임스, 미 언론 최초로 노무현 후보 본격 소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노풍, 한국을 강타하다'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노무현 후보를 자세히 소개했다. 외국언론들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의 여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노무현 후보에 대한 분석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LA타임스는 지난 4일 민주당 경선이 열리던 인천에서 노무현 후보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는 등 그동안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를 바탕으로, 노 후보가 민주당 공식 대통령후보가 되는 이날 기사를 내보냈다.

LA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노무현 바람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특히 노 후보의 대미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LA타임스는 과거 한때 미군철수를 주장했던 노 후보가 입장을 바꿨으며, 링컨 대통령에 대한 저서를 내는 등 미국의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고 있다는 대목에 비중을 두기도 했다.

노 후보가 민주당 공식후보로 27일 확정됨에 따라 앞으로 많은 외국언론들의 취재가 잇따를 전망이다. 과연 외국언론들은 어떤 각도로 노 후보를 분석해 들어갈 것인가. 이같은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LA타임스 보도 전문을 소개하도록 한다. 다음은 LA타임스 보도 전문. 편집자

**'노풍, 한국을 강타하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미국식 경선을 통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지명도가 낮은 인권변호사가 김대중 대통령의 뒤를 잇는 대통령 후보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올해 56세인 노무현 변호사는 모든 예상을 뒤엎고 최근 몇 주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2위와는 11~26%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그의 급격한 부상에 대해 '노풍'이라고 이름붙였다.

12월19일로 예정된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노 후보의 급부상은 한국정치의 기존틀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노풍이 불기 전까지는 보수당을 이끌고 있는 이회창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으로 대부분 예상했다. 이회창씨는 대통령이 되면 김대중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햇볕정책'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측되던 후보였다.

대선 후보 중 좌익성향이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노무현씨는 독학으로 고시에 합격한 부산 출신이다. 그는 1980년대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의 투쟁을 옹호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1990년에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한국에서 좌익 성향으로 규정되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선후보 선두주자가 된 이후 노무현씨는 자신의 견해가 그동안 온건해졌으며 지금은 3만7천명에 달하는 미군의 주둔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나는 도그마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원칙만 강조해서는 정치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노 후보는 말했다.

민주당 경선 16회중 10번째인 인천 경선장(인천대 운동장)에서 만난 노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한편, 민영화 등 경제개혁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노후보는 침착하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이지만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며 말해 다소 흥분한 상태임을 드러냈다. 부친이 감농사를 지으며 근근히 살아가는 가난한 집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난 노 후보는 대학을 나오지는 못했지만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그는 전문가적 깊이를 지녔다. 세 권의 책도 썼는데 그 중 하나는 그가 정치적인 우상으로 생각하는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에 관한 것이다. 노 후보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부럽다. 미국의 기초가 되고 있는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해외에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외국에 나가본 일도 거의 없지만 1980년대 인권변호사로서 부산지역에서는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 199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 북한 불법 방문, 독재정권 규탄시위 등에 관련된 학생들을 위해 변론을 맡기도 했다.

마침내 그는 야당으로 영입돼 1988년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러나 90년 노씨는 야당지도자 김영삼씨와 결별했다. 김영삼씨와 당시 집권당인 보수당의 정치적 협상(3당합당)이 원칙에 저버린 것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런 선택으로 노씨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95년 부산시장 선거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례적인 평판을 받게 되었다.

원칙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평판은 그의 개인사가 알려지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사귀고 있는 여자의 아버지가 좌익활동 혐의로 옥사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이라며 경고하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으로 노후보를 지지하는 추미애 의원(43)은 "노무현 후보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경륜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 후보에 관해 언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출신지역이라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인 영남지역으로부터도 그는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으로 전통적으로 좌파적인 전라도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해외의 눈으로 볼 때 이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부족간 전쟁에 비유될 정도로 치열한 지역감정의 골이 깊은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노 후보의 선전이 왜 돌풍으로까지 불리는지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이다.

아시아재단의 서울 사무소장 스콧 스나이더는 노 후보를 1953년에 끝난 한국전쟁 전후세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최초의, 주목할 만한(serious) 대통령 후보로 본다. 반면 이회창 후보(66)에 대해서는 "전후 생존과 경제적 번영을 위해 투쟁해온 세대에 속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의 경력은 대체로 독재에 대한 투쟁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는 정치적 자유를 추구하는 세대에 속하며 이 세대는 세계에 대해 보다 자유롭고 여유가 있으며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씨처럼 비교적 새로운 후보가 선전할 수 있는 또다른 이유로는 미국식 경선제도 도입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정당 지도자들이 밀실에서 후보를 결정해 왔다. 경선장은 수많은 풍선과, 치어리더, 시끄러운 음악 등이 진동하는 떠들썩한 미국식 이벤트가 되었다. 한국의 선거풍토에서는 낯익은 것이지만 또다른 미국식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흑색선전이 과거보다 더 심해진 것이다. 노후보는 극좌파, 과격분자, 볼셰비키 등 온갖 용어로 비난을 받아야 했다.

또한 노 후보는 지난 몇 주에 걸쳐 한국의 보수성향 신문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신문들은 노후보가 언론을 국유화하겠다는 발상의 소유자라고 공격했다. 노후보의 인기가 치솟자 지난 주 경선을 포기한 이인제씨는 김대통령이 노 후보의 승리를 위해 음모를 꾸몄다고 비 난했다.

다른 진영에서도 노 후보의 과거 발언을 뒤져 그가 노조에 영합하기 위해 민영화 과정을 뒤집고 재벌을 해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회창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노 후보의 발언을 검토해 보면 그가 정치적으로 매우 급진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 후보의 인기가 치솟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풍은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노풍이 일게 된 배경에는 이회창씨가 유일한 차기대통령감이라는 인식이 너무 오래 지속돼 유권자들이 싫증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권자들은 진정한 자격이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적인 정당으로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한나라당도 경선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를 넘어설 후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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