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6일 최초로 세 아들 비리 의혹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빌어 국민에게 사과했다.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3홍 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 대통령은 자제분들의 문제로 물의를 빚고 있는 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3홍 비리, "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될 것"**
박 대변인은 또 "김 대통령은 침통한 심정"이라고 전한 뒤 "그러나 (김 대통령은) 검찰이 조사중에 있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세 아들 문제는) 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당분간 검찰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사결과에 따라 직접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오늘 발표는 대통령의 직접 입장 표명이 아니다"면서 "검찰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더 이상의 추론을 막았다.
박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아들 문제에도 불구) 월드컵, 경제, 남북관계, 공정한 선거관리 등 당면한 국정과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이 홍걸씨 등 아들 문제에 대해 간접적인 방식으로나마 언급하며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통령은 동시에 박 대변인을 통해 세 아들 문제가 "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법처리 의지도 내비쳤다.
***검찰, 내달 초순 김홍업·김홍걸 소환 예정**
정가에서는 김 대통령의 간접적 사과 성명이 나온 데 이어, 지난 1월6일부터 신병 치료차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러온 김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이 27일 귀국키로 한 대목도 김 대통령의 3홍 비리 처리 의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의원 귀국시 김 대통령의 세 아들 가운데 해외에 나가 있는 이는 3남 김홍걸씨 하나로 줄어든다.
현재 최규선 게이트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는 오는 29일 김홍걸씨에게 돈과 주식을 건네준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 처남 황모(36)씨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어서, 빠른 내달 초순 김홍걸씨에게도 소환통고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김씨의 조기 귀국 여부가 주목된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희호 여사가 다음달 6일부터 11일까지 김 대통령을 대신해 유엔 아동특별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기간 동안 직간접적으로 3남 김홍걸씨와 접촉, 조기 귀국을 설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측은 그러나 "이 여사는 방미기간중 홍걸씨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도 김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의 측근으로 비자금 관리 의혹을 사고 있는 김성환씨를 내주중 소환조사할 예정이어서 김홍업씨의 소환시기도 내달 초순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야, 김대통령 입장표명 논평**
한편 한나라당 남경필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아들문제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야당과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진솔하고 직접적인 대국민사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총재 시절 김영삼 당시 대통령 아들의 구속을 요구했던 김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은 검찰로 하여금 아들비리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라는 국민요구에 반하는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정진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김 대통령은 자제들 문제와 관련해 진심어린 '육성사과'로 국민에게 죄송스러운 심경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