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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이처럼 외도하면 부자의 연을 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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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이처럼 외도하면 부자의 연을 끊겠다"

DJ, 98년 취임전 가족모임에서 엄중경고

98년 2월22일의 일이다. 청와대 입성을 사흘 앞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가족들을 삼청동 임시공관으로 불러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가족 오찬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는 부인 이희호 여사와 장남 김홍일 의원 부부 및 김의원 딸들, 차남 김홍업 아태재단부이사장 부부 및 김부이사장의 두 아들, 막내아들인 김홍걸씨 부부 등이 참석했다. 이 모임에는 85년 김 당선자가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할 당시 미 하원의원 자격으로 동행했던 미국의 포글리에타 주이탈리아대사도 참석했다.

이날 가족모임에서 김 당선자는 세 아들에게 대통령 가족이 지켜야 할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고 당시 언론들은 한결같이 전하고 있다.

***"자꾸 그러면 부자의 인연을 끊어버리겠다"**

"김 당선자는 이날 가족에게 대통령의 가족은 때로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경우도 있음을 강조하면서 신중한 처신을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당선자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고초를 겪은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무슨 보상을 바라서는 안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다.

당선자의 한 측근은 "이여사는 '대통령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가족의 할 일'임을 강조했고 가족은 이같은 뜻을 마음에 새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한국일보 98.2.23)

한 언론은 보다 구체적으로 김 당선자의 단호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제2의 현철이가 되지 말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최근 차남 홍업씨에게 당부한 말이다. 김 당선자는 가족모임 말고는 홍업씨와 일체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가족모임에서도 거듭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YS정권에서의 김현철씨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홍업씨는 현철씨와 공통점이 많다. 차남이란 점, 유일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점이 그렇다. 장남 김홍일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이나 건강이 안 좋아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막내아들 홍걸씨는 미국유학중이기 때문이다.

홍업씨는 사무실이 강남의 한 호텔 근처에 있어 이 호텔 사우나를 자주 이용했었지만 대선이후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하자 발길을 끊었다.
김 당선자는 그에게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 일에만 전념하고 접근도 하질 말라"며 "자꾸 그러면 부자의 인연을 끊어버리겠다"고 매몰차게 말했다는 후문이다."(세계일보 98.2.24)

***DJ의 각별한 '아들 사랑'**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전 가족 문제에 대해 얼마나 나름대로 엄격했었나를 보여주는 기록들이다. 그러나 최근의 '3홍 비리'가 말해주듯, 결과적으로 김 대통령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
역사의 준엄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정치사적 불행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이같은 궁금증에 부분적으로나마 해답을 주는 한 기록이 있다.

한 언론이 대통령 취임 두어달 뒤 'DJ 정치읽기'라는 시리즈물의 하나로 실은 '아들 사랑'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을 쓴 기자는 그후 청와대 비서실에 합류했을 정도로, 평소 DJ의 주변 움직임에 밝은 언론인이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사랑'은 각별하다. 가족들까지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정치역정으로 자식들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홍일, 홍업, 홍걸 등 세 아들을 두고 있다. 홍일씨는 국민회의 의원이고, 홍업씨는 아태재단 상임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대통령은 특히 큰아들 홍일씨에 대해 가슴 가득한 연민이 있다. 아버지의 정치를 돕다가 몸까지 다쳤기 때문이다. 홍일씨는 고문을 받은 후유증으로 아직도 걷고 말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 아들의 신체적 결함은 아버지인 김 대통령에게 '한(恨)'으로 맺혀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민회의 특보단이 '김홍일 의원 사퇴문제'를 꺼내자 김 대통령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에게 아들 문제는 정치적 이해보다 훨씬 상위 개념이다.

취임전까지 김 대통령은 일요일 미사 직후에는 항상 아들.며느리.손자들을 모두 불러 점심을 함께 했으나, 취임후 한동안 가족모임을 중단했다. 대통령 가족들의 청와대 출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청와대 가족모임이 한두차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이러한 사실의 공개를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새 정부 들어 홍일, 홍업씨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나돈다. 홍일씨는 정치인이고, 홍업씨도 정치와 간접적 관련을 갖고 있어 주위에 꼬여드는 사람도 적지않다.

그러나 김 대통령과 두 아들의 관계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차남 현철씨'의 관계와는 다소 다르다. 김 대통령의 아들들은 아버지를 매우 어려워 한다. 자신과 관계된 일도 어머니인 이여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얘기를 할 정도다. 아버지의 인사문제를 간여할 입장은 더욱 아니다. 다만 김대통령의 오랜 측근들이 두 아들의 부탁을 일부 챙겨준 경우는 있는 듯 하다."(경향신문 98년 5월4일)

***아버지 믿음을 배신한 세 아들이 할 일**

이 기록은 훗날 김 대통령이 가족 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 취약점'을 암시해주고 있다.

그것은 '가족들까지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정치역정'이다. 특히 자신때문에 정보당국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끝에 파킨슨씨 병에 걸린 장남에 대한 김 대통령의 죄스러움은 '한'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깊은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앞의 기사를 쓴 필자는 '그(DJ)에게 아들 문제는 정치적 이해보다 훨씬 상위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글은 또한 세 아들의 비리 연루에 김 대통령의 도덕적 책임외에 이희호 여사와 DJ측근들의 책임이 적잖음을 암시해주고 있기도 하다. 즉 아들들이 김대통령을 매우 어려워하기 때문에 아들들이 어머니인 이여사와 DJ측근들을 통해 부분적으로 부탁을 관철했다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지금 정치생활을 시작한지 40여년간 가장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었든 간에 국민들 앞에 고개를 들기 어려운 가족 비리로 큰 물의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아버지인 김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하기에 앞서 세 아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본인들의 잘못이었든, 아니면 주위에 들끓은 부나방들의 잘못이었든 간에 세 아들은 이제 더이상 아버지에게 짐이 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아버지인 김대통령에게는 앞으로 2~3달이 최대고비라 일컬어지는 남북관계 등 앞으로 몇달 안 남은 임기말에 반드시 해야할 중요한 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버지의 믿음을 배신한 아들들이 마지막 효도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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