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감시 업무를 맡은 고액 연봉의 상임감사가 오히려 신용불량자 농민을 꾀어 사업을 벌이고 보험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큰 소란을 피워 조합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전북 화산농협 상임감사인 A씨. 그는 지난 2017년 신용불량자인 B씨 형제에게 접근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농협 지원사업에 빠삭한 그는 B씨 형제에게 자신이 근무하는 농협의 '계약재배'에 대해 설명을 건넸다. 하지만 이들 형제가 신용에 문제가 있어 농협과 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A씨가 신용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돈을 분배하기로 약속했다.
즉, A씨는 명의(신용)을 빌려주고 농사에 관련된 모든 노동력은 B씨 형제가 도 맡은 것. 평생을 농업에 종사해온 B씨 형제는 A씨를 믿고 평소 처럼 농작물을 경작했다.
하지만 이들의 동업 관계는 얼마 가지 못했다. 그해 겨울 한파로 인해 경작해온 농작물이 고사했기 때문.
지원사업에 잔뼈가 굵은 상임감사 A씨는 이미 '농작물재해보험'을 가입해뒀으며, 보험사로 부터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목돈이 들어오자 이들의 다툼은 시작됐고, A씨는 B씨 형제에게 "그동안 빌려간 돈이 많기 때문에 줄 돈이 없다"라며 보험금을 나눠주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하자 B씨 형제는 화산농협을 쫓아가 큰 소란을 피웠으며, 조합원은 물론 마을 주민들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조합원 C씨는 "화산농협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상임감사 A씨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었다"라며 "상시 감사 업무를 맡은 사람이 일은 뒤로하고 불쌍한 농민을 상대로 신용만 빌려주고 일확천금을 벌어들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 화산농협 간부 D씨는 "빈농인 B씨 형제들만 이용당했다. 농협 감사가 지원사업을 악용해 신용을 빌려주는 대가로 B씨 형제를 '현대판 머슴'으로 부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큰 소란이 이어지자 A씨는 B씨 형제와 1차 보험금 정산에 들어갔으며, 새로운 상임감사를 선출하는 투표일을 앞두고 나머지 보험금도 정산을 마쳤다.
상임감사 A씨는 "나는 몸이 불편해서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했지만 신용을 제공했고, 대부분 그들이 농사 업무를 도맡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을 늦게 지급한 이유는) 이들 형제가 술도 많이 마시고 돈을 헤프게 써서 그랬다"라며 "원래 보험금도 1/3로 나누기로 했지만, 며칠 전(상임감사 투표일 전)이들 형제가 돈이 없는 것 같아 빌린 돈을 제외하고 다 건네줬다"고 해명했다.
B씨 형제는 "보험금 관련해서 정산은 끝냈지만, A씨가 보험사로 부터 얼마의 보험금을 탔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한 목소리로 "상임감사 연임을 앞두고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보험금을 나눠 준 것 아니냐"라며 "결국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 격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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