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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진념 출마 강요, 그 '정치적 천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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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의 진념 출마 강요, 그 '정치적 천박성'

DJ의 정치불개입 위반, '노무현 견제설'도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13일 오후 귀국하는 이한동 국무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택 주소지를 현재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경기도로 옮겼다.
외형상으로 보면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물밑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진념, "일단 사표는 내겠다. 그러나 출마는..."**

진부총리는 13일 오전 과천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강력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출마를 결심했다"며 "어제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의 아파트로 주소 이전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당이 요구한대로 모든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진부총리는 그러나 민주당에 대해 "당측에서 임창렬 경기지사를 포함한 모두가 나를 도와준다고 했는데 이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며 "경선출마 의사를 밝힌 임지사와는 오랜 기간 경제관료 생활을 같이 해온 데다가 전.현직 부총리라는 점에서 그와 경선을 할 수는 없다"고 '출마 조건'을 재차 분명히 밝혔다.
그는 또 "임지사가 무소속으로 경기지사에 출마한다 해도 나는 출마할 뜻이 없다"고 덧붙였다.

진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외형상 경기도지사 출마 기정 사실화로 해석가능하다. "민주당에서 임창렬 지사 출마만 막아주면 출마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밑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진부총리의 측근인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 "진부총리가 일단 이날 사표를 제출하고 주소지를 경기도로 옮기기는 했으나 정작 출마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부총리는 민주당에서 하두 들볶아서 그렇지, 정말 이번 선거에 출마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차제에 부총리직도 그만 두고 푹 쉬고 싶다는 게 진부총리가 자주 해온 말이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임지사가 12일 이미 출마 강행의지를 밝힌만큼 진부총리는 이를 명분으로 내세워 불출마 고집을 꺾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일이 최종시한인 만큼 최종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민주당이 임지사를 설득해 내일까지 불출마 선언을 하게 하지 않는한 진부총리의 출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재경부, "절대로 출마해서는 안된다"**

이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현재 재경부내 대세적 분위기는 진부총리 출마 반대다. 반대 이유는 출마시 당선 불확실성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외국계 투자가들의 차가운 반응이다. 외국계를 많이 상대하고 있는 재경부 관계자가 전하는 최근의 외국계 분위기다.

"처음에 진부총리의 출마설이 나왔을 때 외국계 반응은 '본인이 희망하는 일이라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니 크게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부총리 출마가 개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정치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싸늘하게 바뀌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정치논리가 작용하다보면 앞으로 경제상황이 불안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정치가 경제에 짐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재경부의 출마 반대 분위기가 얼마나 거센가는, 재경부 홈페이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재경부는 12일 이례적으로 홈페이지 최상반부에 '한국경제를 위하여 진부총리 현직유지 필요'라는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12일자 기사를 전개했다. 이 기사는 언론에 실렸던 글도 아니고, 재경부 외신대변인이 원문을 입수해 긴급번역해 게재한 글이었다.

"한 개인에게 나라경제의 운명이 달려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러나 한국은 그렇다. 한국을 위해서라도 진부총리가 있어야 바람직하다. 한국은 최근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업매각 현안등 해결애햐 할 주요과제가 남아있어, 진부총리 사임시 해외투자가들은 김대통령의 개혁추진에 대해 우려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김대중정권은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고 개혁을 최대한 추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진부총리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
루빈 전 미재무장관이 99년 7월 미국경제가 호황일 때 사임한 점을 감안하면 진부총리의 사임도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를 위해서는 그가 사임하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재경부의 조직적이면서도 노골적인 반대의사 표시였다.
재경부 게시판에도 "경제가 정치논리로 흔들리는 또한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재경부 학생여러분 요즘 얼마나 심란하십니까? 진념 반장님께서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보았던 탄력없는 줄을 발에 매달고 번지점프를 하려 하시는지 도대체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출마 반대 의견이 잇따라 실렸다.

***"수도권 3곳중 2곳을 잡아라"**

그러나 이같은 진부총리와 재경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끝까지 밀어부치는 분위기다.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진부총리의 출마 반대 명분을 없애기 위해 여러 통로를 통해 임창렬 지사의 출마를 막으려 애써왔다. 그러나 12일 오전 임지사가 출마강행 선언을 함으로써 설득에 실패했다.

이에 당혹한 민주당은 이강래 지방선거기획단장의 입을 빌어 12일 임지사의 등록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단장은 "지난 2월 개정된 지방자치법 101조는 공소제기된 후 법원의 최초판결에서 금고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체장의 자격이 정지되고 부단체장이 권한을 행사한다고 돼 있다"며 "임지사가 출마해 당선된다고 해도 오는 7월1일부터 이 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6월27일 취임일부터 4일밖에 지사직을 시행할 수 없는 불안전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유사시 임지사의 민주당 경선 출마 자체를 봉쇄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 전달이었다.

임지사는 그러나 13일 변호사를 통해 "이단장이 지방자치법을 잘못 인용했다"며 출마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임지사의 한 측근은 이날 "임지사가 경선에서 떨어지면 무소속 출마를 하지는 않겠으나 경선에는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고 출마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민주당이 이처럼 진념부총리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출마희망자들 갖고서는 한나라당의 손학규 후보를 이길 공산이 희박하는 판단에서다. 단 한명 진념부총리를 내세우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A급으로 상향조정되는 데 진부총리가 큰 기여를 했고, 따라서 이같은 공적을 앞세우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역 가운데 최소한 2개 지역을 차지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래야만 노무현 바람을 계속 유지하면서 연말에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여론조사 등을 볼 때 현재 3개 지역중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는 곳은 김민석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서울지역 한 곳뿐이다. 따라서 경기도 지역에 브랜드 가치가 있는 진념부총리를 내세워 한판 승부를 걸어보자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계산인 것이다.
때문에 당 지도부는 김대중대통령의 '정치 불개입' 선언과, 국내외의 따가운 눈총 및 진부총리 본인의 거듭된 고사에도 불구하고 그를 전선으로 내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무현 견제'의 시작인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또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주류세력들의 '노무현 견제'가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현재 민주당 바람을 선도하고 있는 노무현 민주당 경선후보는 경기도지사 후보에 제3의 인물인 W씨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씨는 민주화 경력이 있고 젊은 세대인 까닭이다. 요컨대 서울은 김민석, 경기도는 W씨를 내세워 거센 세대교체 돌풍을 일으키자는 게 노후보의 생각인 것이다.
이를 위해 노후보는 얼마 전 W씨를 만나 출마의사를 직접 타진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후보 움직임에 대해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후보가 지방자치단체 단체장들까지 장악할 경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더라도 당 기득권세력의 정치적 위상이 극도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당 지도부는 호남 출신이면서도 대외적 브랜드 가치가 높은 진념부총리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그를 출마시켜 경기도지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는 진부총리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극구사양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같은 당내의 미묘한 세력갈등을 감지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진짜 이유가 어떤 것이었든 간에, 민주당 지도부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일천하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어떤 수단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정치논리만이 작동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모습이 향후 정국, 더 나아가 한국경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걱정하는 시선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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