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기록적인 표차로 부결된 이후 처음으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수뇌부와의 협상에 다시 나선다.
7일(현지시간) 스카이 뉴스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과 만남을 갖는다.
이어 오후에는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 면담한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재협상을 천명한 뒤로 EU 수뇌부와 머리를 맞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15일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자 의회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왔다.
이어 29일 열린 브렉시트 '플랜 B' 표결에서 의회 통과의 걸림돌이 돼 온 '안전장치'(backstop)를 다른 대안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수정안이 가결되자 EU와의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이 영구히 '안전장치'에 갇힐 수 있는 데다, 영국 본토와 달리 북아일랜드만 EU의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에 반발해 왔다.
메이 총리는 이날 EU와의 만남에서 이같은 '안전장치'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방안을 요구하기로 했다.
영국 총리실은 영구히 '안전장치'에 갇히지 않도록 보증하는 방법을 찾는데 이번 만남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메이 총리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이는 반드시 법적 구속력이 있어야 하는 만큼 기존에 합의한 EU 탈퇴협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EU 측은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메이 총리가 이번 만남에서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메이 총리의 방문 하루 전인 지난 6일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EU와 영국 간 브렉시트 합의안의 재협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메이 총리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브렉시트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양자 문제가 아니리 유럽의 문제"라며 "우리가 합의안의 재협상을 받아들여 '안전장치를 다시 논의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무사히 이를 완수할 계획의 밑그림조차 없이 브렉시트를 장려한 이들을 위해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영국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EU 수뇌부와의 만남에 이어 8일에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건너가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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