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다수 국민 반대여론과 정부내 일부 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차세대전투기(FX)로 미국 보잉의 F15를 사실상 내정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이같은 국방부 결정에 대해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국제소송 등을 검토중이며, 사회시민단체들도 최종결정권자인 김대중대통령에게 국방부 결정을 재가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해 파문이 급속히 커질 전망이다.
***국방부, F15로 사실상 내정 발표**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27일 오전 "지난 23일부터 F15 등 4개 기종에 대해 행한 국내 4개 기관별 1단계 평가결과를 종합한 결과 F15와 라팔이 오차범위 3%안에 들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F15와 라팔의 점수차가 오차범위인 3%이내에 들어 한미동맹관계 등 정책적 요소에 따라 기종을 결정하는 2단계 평가단계로 넘어감에 따라 미국의 F15가 사실상 선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관계자는 "2단계 평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 등을 거쳐 다음달 중순이후 확대획득 회의를 거쳐 기종을 최종확정지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국방부 발표는 27일 오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기 직전에 일방적으로 나온 것이어서, 정부내에서도 물의를 빚고 있다.
이날 NSC회의는 회의 개최 전부터 부처간 이견으로 격론이 예고됐었다.
김동신 국방장관은 노후전투기 교체시기를 놓치면 군 전력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는 점을 들어 기종선정과 FX사업 추진을 강하게 요구하는 입장이다. 최성홍 외교통상부장관도 국가의 대외신인도 문제를 들어 원칙적으로 추진에 찬성하는 입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보나 신건 국정원장, 정세현 통일부장관 등은 일단 사업연기 후에 다음정권에서 기종을 결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부처간 이견이 팽팽하자, 국방부는 회의전 서둘러 F15 내정 사실을 흘림으로써 F15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방부는 NSC 회의 직후인 27일 오후 F15내정을 공식발표했다.
***프랑스 등 유럽, 국제소송 제기 움직임**
이같이 부처간 갈등이 커진 이유는 프랑스의 강력한 반발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차세대전투기 선정과 관련해 국내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분별 있는 나라로 최고위층까지 나서서 압력을 가하거나 별개의 문제를 연결하여 다른 나라를 괴롭히는 나라와는 다르다"고 전제하며 "한국정부가 처음 전투기도입을 계획하고 입찰을 제의했을 때 기술과 성능으로만 채점을 하는 공정한 방식을 약속한 만큼 가장 우수하고 좋은 기종이 선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업체가 참여한 것은 한국이 제시한 입찰조건을 통해 스스로 특정국가의 정치적, 외교적 압력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줬기 때문"이라며 F15 선정시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력시사했다.
실제로 기종평가에서 1위를 한 라팔의 제조사인 프랑스 다쏘사는 정치적인 고려로 라팔이 탈락할 경우, 애초에 '공정하게 전투기 성능만으로 기종선정'을 하겠다고 공언했다가 '3%이내에서는 정치적인 고려를 할 수 있다'고 입장을 번복한 국방부나 한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팔뿐 아니라 기종평가에서 2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생산국들인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도 프랑스와 함께 소송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내에서 FX사업 연기를 주장하는 또다른 이유는 26일 한총련소속 학생들이 F-15에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국방부에까지 진입해서 벌이고 연일 FX사업에 대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국민들의 FX사업에 대한 불신과 반미감정고조 가능성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민단체, "이제 우리 상대는 김대중대통령"**
국방부가 F15 도입을 강행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상임의장 홍근수 목사 등)는 27일 낮 12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 앞에서 'F15 선정 철회 긴급 기자회견'과 규탄집회를 가졌다.
협의회는 최동진 국방부 획득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군 검찰과 국방부 합동조사단에 고발했다. 고발이유는 최실장이 무기도입을 총괄지휘하는 지위를 남용해 F15에 불리한 내용을 빼라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조주형 대령의 증언에 대해 군이 직접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협의회는 또 "국방부가 F15 도입을 결정한 만큼 앞으로는 국방부가 아니라 청와대를 상대로 F15 선정 철회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F15 구입은 국방부가 내정을 하더라도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만 계약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협의회는 따라서 김대중대통령을 상대로 재가를 하지 않도록 압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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