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우리 집 왔었지. 딴 말 좋은 말 들을까하고 기다렸는데 별말 안하대?"
아흔을 넘긴 대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모 할머니와 송현주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사무처장의 지난 달 30일 대화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매년 이맘때 대구경북지역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방문하는 정신대시민모임 활동가들은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선물을 들고 수성구에 있는 이 할머니 집을 찾았다. 활동가들은 지난 1월 중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직원들이 이 할머니를 포함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방문한 것에 대해 질문을 했다. 당시 진 장관은 최근 허리를 크게 다쳐 거동이 불편한 이 할머니 집에 직접 병문안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 비공개 방문으로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졌다.
이 할머니는 당시 장관과 만남을 떠올리며 "어리고 곱게 생긴 여성이 왔다. 새로 장관이 됐다고 식견도 없는 사람한테 인사하러 왔는데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 똑똑히 들으시오. 일본놈들 욕 실컷하시오. 듣지 못하는 욕은 지욕(자기 욕)이라고 말했다"면서 "욕을 되게 해놓으라고 말하니 장관이 날 보고 하하 웃더라"고 했다. 이인순 대구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관장이 "할머니 그 말만 했어요?"라고 재차 묻자 "욕만해선 문제 해결이 되겠는가. 문제를 놓고 해결해야지. 문제 해결은 안하고 일본놈들을 저대로 두는 건 날 모욕하는 거야라고도 했어"라고 했다. 또 할머니는 "자꾸 (일본)욕하지 말라고 옆(가족)에서 해도 내 입에서 자꾸 욕이 나가오. 얼마나 독한지 아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할머니는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금 10억엔(100억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일본놈들이 10억, 100억 주라 해도 항상 이랬다 저랬다 한다"며 "그거 받아도 일본놈들은 꾸지리하게('더럽고 지저분하다'의 사투리) 군다. 지저분한 돈은 성공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할머니는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최근 별세 소식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들어 알고 있다"면서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달 28일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같은 날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서울의 이모 할머니도 별세했다. 이에 대해 이 할머니는 "뉴스를 보니 서울 할매 둘이나 돌아가셨대. 복동 할매는 알지. 서울에 살지. 일본 갈 때도 봤어"라고 생전 인연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 할머니는 최근 남해 이어도 해상에서의 일본 초계기 '위협비행'에 대한 소식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할머니는 "요새도 일본이 여기를 정찰하냐"면서 "누워서 뉴스만 보니 자꾸 조선에 와 정찰을 한다고 하던데 너무 밉다. 비행기로 와서 순둥이 조선사람을 괴롭히고 그러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취업을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제강점기 막바지인 1944년 15살 나이로 고향 경북 포항에서 중국 북만주 위안소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당시 일본군에 당한 상처 자국은 여전히 몸에 남아 있다. 광복 후 위안소에서 도망쳐 나왔지만 개인 사정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계속 거주했다. 그러던 2005년 60여년만에 귀향해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고 10년 넘게 대구에서 살고 있다. 건강이 악화되기 전에는 일본과 독일 등 해외에서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해왔다. 현재는 휠체어 없이 거동이 불편해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자택에서 병원을 오가며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정부에 등록(2019년 2월 2일 기준)된 국내 위안부 생존자는 김복동 할머니 별세로 23명으로 줄었다. 대구 3명·경북 1명, 서울·경남 각 4명, 경기 8명, 부산·울산·전남 각 1명으로 평균 연령은 91.0세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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