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2002년 3월14일은 훗날 경제사에 한국경제가 한단계 도약했음을 알리는 '역사적 날'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LG산전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분식행위를 사상 최초로 금융감독당국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 적발해 무더기 공개하고, 이들과 유착했던 삼일회계법인 등 7개 회계법인에게 철퇴를 가한 기념비적 날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금융을 앞선 데 이어, 엔론사태로 그 허상을 드러낸 미국금융까지도 앞지를 수 있는 의미심장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난 기업들은 앞으로 시장의 삼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장담컨대 한국 증시의 전체주가는 앞으로 크게 오를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식 저평가)의 주범인 '시장의 불투명성'이 말끔히 걷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외국인 투자가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 주가지수를 100~20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돈으로 환산하면 50조원이상 시가총액을 높이는 최고의 경기부양책"이라고 격찬했다.
***13개 기업, 7개 회계법인 무더기 징계**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위원장 유지창)는 14일 오후 제3차 회의에서 99년과 2000년 12월 결산 재무제표 작성시 분식회계를 한 13개 상장사들의 명단과 위반내역을 공개했다.
아울러 이들의 분식회계를 도운 7개 회계법인의 명단도 공개했다.
금감위는 이와 함께 (주)한화, (주)한화유통, 한화석유화학(주), SK케미컬, LG산전(주), 동부건설(주), 동부제강(주), 동부화재해상보험(주), 동국제강(주), (주)대한펄프, 신화실업(주), (주)흥창, (주)대한바이오링크 등 13개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재조치를 내렸다.
◦ 검찰고발 : (주)흥창 및 전 대표이사, 신화실업(주) 및 대표이사
◦ 검찰통보 : 대한펄프(주) 및 대표이사, (주)흥창의 전(현)이사 2인
◦ 수사의뢰 : (주)대한바이오링크 및 동사의 대표이사와 이사 2인
◦ 유가증권 발행제한 : 3개월~12개월(LG산전, 흥창,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유통, 동부건설, 동부화재, 동부제강, 신화실업, 대한펄프 등 10개 회사)
◦ 임원해임권고(전임포함) : 7개 회사(8인)
◦ 시정조치 : 12개 회사
◦ 감사인 지정 : 1~3년(11개 회사)
이어 국내최대 회계법인 삼일회계를 비롯한 7개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소속 공인회계사의 직무정지(1년)를 비롯한 특정회사 감사업무 제한 3년의 징계를 내렸다.
◦ 삼일회계법인 : (주)한화유통, 동부건설(주), 동부화재해상보험(주), 동국제강(주), LG산전(주), (주)대한펄프등 6사관련 공인회계사 13명
◦ 삼정회계법인 : (주)한화 관련 공인회계사 2명
◦ 산동회계법인 : (주)한화 관련 공인회계사 1명
◦ 영화회계법인 : 한화석유화학(주) 관련 공인회계사 2명
◦ 안진회계법인 : 동부제강(주), 신화실업(주)등 2사 관련 공인회계사 5명
◦ 안건회계법인 : 신화실업(주) 관련 공인회계사 2명
◦ 신한회계법인 : SK케미칼(주) 관련 공인회계사 1명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양천식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분법 회계가 도입초기인 점과 고의적인 회계조작이 아니라는 점 등으로 제재보다는 계몽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올바른 회계관행 확립을 위해 회계기준을 엄격히 해석해 제재했으며 앞으로도 회계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금감위 조치에 대해 LG산전 등 일부기업은 수용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한 외국계 펀드매니저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금융감독당국 종사자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야 마땅하다"며 "이제는 한국 금융관료들에 대해서도 의구심 어린 눈초리 대신 '신뢰'를 보내도 좋을성 싶다"고 높게 평가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3.14 조치는 시장의 투명성을 한단계 제고시키는 획기적 조치"라며 "정부는 종전처럼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에 이처럼 시장의 감독자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긍정적 평가를 했다.
한마디로 말해 정부가 이제서야 제 역할을 찾아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가 너무 경미한 게 아니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인만큼 경고의 의미가 크다는 점은 인정하나, 대우그룹.동아그룹 등 숱한 분식회계를 저질러온 회계법인들이 아직도 제 정신을 차리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엄중한 징계가 가해졌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회계법인들이 대거각성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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