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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캠핑장, 라카이아 홀리데이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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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캠핑장, 라카이아 홀리데이 파크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3] ⑥첫 출발, 뒤뚱뒤뚱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를 벗어나 캔터베리(Canterbury) 평원을 50킬로미터쯤 달리자 길이 1킬로미터가 넘는 일방통행 라카이아 강(Rakaia River) 다리를 만났다.


일행이 건너는 동안 교량 반대편에 한참 동안 대기하고 있던 여남은 대의 차량 운전자들이 차창 밖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응원해줬다. 고맙고 미안했다.

라카이아 강은 만년설이 쌓여있는 서던 알프스(Southern Alps)에서 발원해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강이었는데 석회석을 뿌려놓은 듯 뿌옇게 보였다.

ⓒ최광철 여행작가·방송인

“캠핑장 조금만 더 가면 돼요.” 만능 키가 말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강 옆에 첫 캠핑장인 라카이아 리버 홀리데이 파크(Holiday Park)를 '캠핑 NZ' 어플을 활용해서 찾은 것 같았다. 뉴질랜드에서는 캠핑장을 ‘홀리데이 파크’로 불렀다.

정문을 가로막은 차단기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접수창구로 들어섰다. 만능 키와 인천 총각이 번갈아 가며 관리인과 대화를 나눴다. 무슨 얘기인지 서로 쉽게 알아차린 듯했다.

관리인은 캠핑장 안내서에 텐트를 칠 수 있는 장소와 샤워장, 화장실, 취사장, 휴게실의 위치를 동그라미로 그려줬다. 캠핑장 사용료는 텐트 기준이 아니라 1인당 십칠 달러(만사천 원)씩 지불했다.

“식재료는 어디서 살 수 있어요?”
“자전거로 10분 정도 가면 슈퍼마켓이 있어요.” 관리인이 주변 지도를 꺼내 위치를 표기해 줬다.
“헬멧 꼭 쓰고 나가세요.” 관리인이 덧붙였다. 뉴질랜드에서 헬멧을 안 쓰고 다니다가 적발되면 벌금 백오십 달러를 물어야 한단다.

캠핑장 한구석 100평 남짓한 텐트 광장은 높이 자란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들어서는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게 느껴질 정도로 그야말로 삼림욕장이었다. 꼬마들이 자전거 타고 빙빙 돌다가 우리가 들어서자 어디론가 하나둘씩 사라졌다.

ⓒ최광철 여행작가·방송인

“먼저 텐트를 치고 나서 마켓에 가죠.” 인천 총각이 자전거에서 짐을 내리며 말했다.
“이쪽 귀퉁이를 좀 붙잡아주실래요?” 춘천댁이 텐트를 먼저 펼쳤다.
“그나저나 날씨가 추워서 걱정이네요.” 추니도 같이 텐트 한쪽을 붙잡고 말했다.

추니와 춘천댁은 캠핑장에 남아있고, 나는 만능 키, 인천 총각과 같이 식자재를 사러 나갔다.

우유와 식빵, 치즈, 베이컨, 계란 한 줄, 사과 여섯 개를 샀다. 마켓을 한 바퀴 돌면서 각자 생각나는 대로 캐리어에 집어넣었다.
“뉴질랜드에 가면 소고기와 와인을 실컷 먹고 오라고 했어요.” 만능 키가 비닐 포장된 소고기 두 팩과 와인 두 병을 집어 들었다.
“인천 총각님은 술을 못 하시니 무알콜로 뭐 한 병 고르시죠.” 만능 키가 말했다. 공통 경비로 계산하는데 공평하게 구입하자는 뜻이었다.

먹고 싶은 걸 각자 구입해서 취사하자는 여행 전 얘기는 첫날부터 실천하지 못했다. 취사장에 가스는 물론이고 그릇과 커피포트, 세척제도 있었다.
앞선 캠핑족이 떠나면서 남겨 놓은 식료품인 ‘프리 푸드’ 코너에는 버터, 치즈, 후춧가루, 과자가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누구나 원하면 무료로 가져갈 수 있었다.

ⓒ최광철 여행작가·방송인

만능 키가 소고기에 양파를 썰어 넣고 익힌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췄는데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다 같이 건배∼, 달려라 청춘. 오늘 첫 라이딩 즐거웠어요.” 밥 그릇 와인 잔 다섯 개와 사과 주스 병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빗줄기가 굵어졌다. 일행들 모두 잽싸게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침낭 속에서 목만 내놓은 채 지붕을 보니 강풍으로 심하게 기우뚱거리고 천장이 부르르 떨렸다. 굵은 빗방울이 텐트에 부딪혀 튕겨져 나가는 게 보이는 듯했다.
‘어디 쏟아져 봐라. 우린 끄떡없다.’ 뽀송뽀송한 침낭 속에서 텐트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차가운 햇살이 간밤의 요란스러웠던 흔적을 감춰버렸다.
“상쾌한 아침입니다.” 뭔지가 어디론가 조깅을 갔다 막 돌아오며 말했다.
“마치 장맛비 같았어요.”
‘어휴, 빗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천장이 낮아 빗물이 튀어 콧등에 닿는 것 같았어요.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뭔지가 추위를 이기려는 듯 격하게 맨손 체조를 했다.

“초겨울 날씨 같아요.”
“뽁뽁이 그거 참 따스하더라고요.” 뭔지가 웃으며 말했다.
“뽁뽁이요?”
“그걸로 온몸을 둘둘 말았어요.” 뭔지가 얇은 홑이불 한 개만 가져와 몹시 추웠던 모양이다.

“8시에 취사장으로 모이는 게 어때요? 떠날 채비를 모두 갖추고요.” 아침 스케줄에 대해 동의를 구했다.
“8시 반쯤이 어때요?” 추니가 수정 의견을 냈다.
“그럼 8시 반, 괜찮으시겠어요?”
“좋아요.” 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의견이 한곳에 모아졌다.

“텐트는 이동하다가 적당한 곳에서 펴 말리자고요.” 나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텐트를 그냥 둘둘 말아 자전거에 실으며 말했다.
아침 식단은 라면과 빵, 삶은 계란이다. 식후 커피 한 잔 하면서 오늘의 이동 노선을 살피느라 구글 지도를 열어 일행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곳에서 90킬로미터 떨어진 필 포레스트 지역에 캠핑장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조금 먼 거리이긴 하지만 피로가 겹친 상황이 아니라서 다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캠핑장에서 물통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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