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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쇼크', 대선 정당성 시비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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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쇼크', 대선 정당성 시비로 '후폭풍'

예상치 못한 판결에 후폭풍 휩싸인 정치권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공모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씨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려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곧바로 법정 구속됐다.

김 지사 개인의 정치 생명이 최대 위기에 처했음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정당성 시비로까지 번지는 등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에 김 지사가 공모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최대 관건은 김동원 씨 일당이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개발하는 과정과 이후 실제로 댓글 조작이 이뤄지는 과정에 김 지사의 공모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일당의 근거지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를 찾아 '킹크랩' 시연회를 본 뒤 프로그램 개발 진행에 대한 허락을 구하자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해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지사는 재판 과정 내내 "'킹크랩' 시연을 보거나 개발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맞서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날 "김 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한 후 개발의 승인 내지는 동의를 받고 착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특검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한 김 지사와 김 씨가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통해 주고받은 내용도 여론 조작을 위한 공모관계를 인정하는 증거로 봤다. 김동원 씨가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가 김 지사에 대한 보고용이었으며, 김 지사도 댓글조작 작업기사 목록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제때 확인하지도 않는데 1년 6개월 동안 매일 수백 건을 정리해 지속적으로 전송했다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 지사는 매일 목록을 확인했거나, 적어도 하루에 어느 정도 댓글작업이 이뤄지는지는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관계를 지속해 작업을 지속적으로 승인하고 계속하게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김 씨 측근인 도모 변호사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 역시 사실로 인정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김동원 씨가 김 지사에게 도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보내 줄 것을 요구했고, 김 지사는 "오사카는 어렵고 센다이 총영사직에 임명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역제안했다는 특검팀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는 범행의 결정적 동기나 유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이런 행위로 드루킹의 댓글조작 범행 전반을 지배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김경수 정치생명 넘어 文정부 정당성 논란까지

당초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여온 김 지사가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됨에 따라 정치권에도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우선 '1심 무죄'를 통해 정치적 부담을 털어내고 도정에 집중하겠다던 김 지사의 구상은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자 차기 대선후보 물망에 오르는 김 지사는 정치 인생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항고심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혹은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거나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이 박탈된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결은 김 지사 개인의 정치적 비극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 지사에 대한 판결에 앞서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에 유죄를 선고하며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경제민주화 달성에 도움을 받고자 국회의원이었던 김경수에게 접근해 그가 속한 정당과 대선 후보를 지지하며 온라인 여론조작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이를 통해 김 지사가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고 봤다.

이는 2016년 말부터 '킹크랩'을 이용해 댓글조작을 벌인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의 공모 목적이 대선 여론조작에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특히 오랜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보좌해온 김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수행팀장으로 활동했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이 사적인 일탈에 그치지 않고, 김 지사를 거쳐 문재인 캠프로 연결됐을 것이란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판결 후 자유한국당은 곧바로 지난 대선의 정당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윤영석 대변인은 "2017 대선에서 드루킹이 조작한 댓글이 수만 건에 이르는 상황인데, 대선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선의 정당성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불법 여론조작 사건은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공격한 질 나쁜 선거 범죄"라며 "이제 시작이다. 김경수의 진짜 배후를 밝히라"고 '윗선'을 겨냥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벌어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파문 때처럼 여야가 극한 갈등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국가기관의 조직적 선거 개입으로 드러난 국정원 사건과 일부 댓글 조직의 일탈을 동렬에 두고 비교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재판부가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의 공모 혐의를 인정했지만, 민주당이나 대선 캠프의 연루 여부는 사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드루킹→김경수→문재인 캠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완성됐다고 보기는 무리다.

반면 민주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과 맞물려,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을 사법부의 정치적 반격 프레임으로 방어선을 치고 있다.

이재정 대변인은 "최악의 판결"이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당시 선고기일이 연기되면서 제기된 항간의 우려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김 지사 측도 "양승태 재판부와 연관된 재판부라는 점이 재판 결과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이 있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했는데 그 우려는 재판 결과를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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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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