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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은 '솔트레이크 부패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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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운용은 '솔트레이크 부패의 축'?

국내외 체육계 스캔들에 친인척·가신 연루

'사상 최악의 올림픽'으로 25일 막을 내린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국민들을 정작 분노케 한 대목은 정작 김동성 선수의 금메달 강탈 사건이라기보다는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의 '망언'이자 '굴욕 외교'이다.

김운용 위원은 23일 자신이 겸임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선수단이 한때 폐막식 불참까지 선언했던 솔크레이크 대회를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치러진 올림픽"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폐막식 참가를 선언했다.
이로써 우리 선수단의 치열한 싸움은 한순간에 '무력화(無力化)'됐고 국민감정에도 씻기 힘든 상처를 입혔다.

김위원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보다 큰 '국익'을 위해 시정잡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 지나간 한신의 '굴욕'을 선택한 것일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정답은 김운용 위원이 애당초 솔트레이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깊은 유착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운용, '솔트레이크 부패스캔들'의 주역**

이번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은 지난 98년에 IOC총회에서 미국의 솔트레이크시가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때부터 '사상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임을 예고했었다.
솔트레이크시가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해 IOC위원들을 매수한 사실이 폭로돼, 10명의 IOC위원이 위원직을 박탈당할 정도로 세계적 파문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솔트레이크 스캔들'의 한 복판에 김운용 위원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솔트레이크 스캔들은 솔트레이크시티 IOC조직위 윤리위원회가 말 많던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의 비리 의혹을 자체조사하는 과정에 불거졌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의 지난 99년 2월9일자 기사에 따르면, 윤리위원회 조사결과 전체 IOC위원 가운데 5분의 1 가량인 24명의 위원에게 현금 등 솔트레이크시티의 각종 혜택이 돌아갔다.
특히 윤리위원회는 당시 IOC위원회의 2인자로 행세하고 있던 김운용위원에게 포커스를 맞추었다.

윤리위에 따르면,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유치위는 김운용위원 아들 김정훈(미국명 존 김)에게 7만5천달러를 지불하면서 4만5천만달러만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솔트레이크시티는 또 김위원의 딸인 피아니스트 김혜정씨가 유타심포니와 협연을 주선해주는 동시에, 협연비로 5천달러를 지급했다.

***아들은 위장취업후 영주권 획득, 거액 급료 받고 딸은 각종 피아노 협연**

뉴욕타임스 보도 얼마 뒤인 99년 2월28일에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보다 상세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위원은 자신의 딸의 피아노 연주를 위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를 비롯해 나가노, 베를린, 멜버른, 애틀란타 등의 유명 심포니와의 협연을 주선했으며, 88년 서울올림픽때에는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키로 돼 있던 재미 피아니스트 이경신씨를 자신의 딸로 교체시켰다.

또한 90년 자신의 딸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경연대회에 참가했을 때 김운용위원의 동생이 영국인 심사위원에게 한번 레슨비로 1천달러를 준 일이 있는가 하면, 소련 심사위원인 예브게니 말리닌이 재임중이던 소련 음악학원에 경연직전 9만달러짜리 피아노를 기증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김위원은 자신의 IOC위원장 출마를 막으려는 '음해'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IOC위원회는 그해 다른 IOC위원 10명은 제명처분하면서도 김위원에 대해서는 '경고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음해가 아니었다.
솔트레이크 스캔들을 수사중이던 미국 법무부는 그해 8월4일 "미국 유타주에 소재한 키스톤 커뮤니케이션사의 데이비드 시몬스 전 회장이 한 IOC위원의 아들을 자신의 회사에 채용한 뒤 그가 합법적 미국 영주권을 얻도록 도왔으며,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그의 월급을 대신 지급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IOC위원은 다름아닌 김운용 위원이었다.

법무부 발표가 있자, 김위원 아들인 김정훈씨는 문제의 증언을 한 데이비드 시몬스 전 회장을 상대로 10만달러를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 영주권자인 김씨가 소송을 낸 곳이 미국이 아닌 한국의 서울지법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일각에서 '국내용 쇼맨십'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의 행위는 즉각 미국 법무부의 반발을 샀다.
김정훈씨는 국내 소송제기 직후인 99년 9월1일 위증 등의 혐의로 미법원에 정식 기소됐다.
혐의 사실은 김씨가 지난 2월23일 미연방수사국(FBI) 요원의 조사를 받던 중 거짓으로 증언한 데다가, 95년과 99년 사이에 미국을 수차례 방문하기 위해 부정하게 취득한 영주권을 사용한 혐의였다.

이날 공개된 기소장에는 앞서 뉴욕타임스와 미법무부가 밝혔던, 영주권 획득을 위한 김씨의 키스톤 커뮤니케이션 취업 및 솔트레이크시티의 급료 지불 사실 등도 적시돼 있었다.

***'개혁'과 '부패'간 전쟁터가 된 IOC위원장 선거**

이렇게 '솔트레이크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김운용 위원은 IOC위원장에 대한 야심을 접지 않았다.

2001년 7월 세계체육계는 뜨거웠다. '세계의 체육대통령'으로 불리는 새 IOC위원장 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마란치가 오랜 독재를 끝내고 자리를 내놓자 사마란치 체제하에서 2인자로 군림해온 김운용 위원이 일찌감치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맞선이는 벨기에의 자크 로게 IOC위원이었다.
로게는 '미스터 클린'이라 불릴 정도로 깨끗한 이미지의 인물이었다. 반면에 김위원의 이미지는 그렇지 못했다.
싸움 양상은 '개혁'과 '부패'간 대립으로 발전했다.

선거운동 막판에 김위원이 치명적 악수를 두었다.
김위원은 "금전과 관련한 스캔들을 예방하기 위해 명예직인 IOC위원들에게 연간 5만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울러 솔크레이크 스캔들이후 IOC집행위원회가 결정한 IOC위원들의 올림픽 개최지 방문 불허 조치를 백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공약은 가뜩이나 깨끗하지 못해던 김위원의 이미지와 오버랩돼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고, 그결과 김위원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더욱이 김위원은 참패후 투표결과 발표장에 불참해 "그릇이 작다"는 비판을 받는 동시에, 영국의 AP통신에 팩스로 성명서를 보내 "사마란치가 그의 영향력을 이용해 나의 출마를 방해했다"고 비난함으로써 국제스포츠계에서의 위상격하를 자초했다.

이번 솔트레이크 파문과정에 김위원이 보인 예상밖 '저자세'는 이처럼 솔트레이크 대회 유치과정의 스캔들 및 IOC위원장 선거참패후 급락한 그의 위상과 무관치 않다는 게 스포츠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권노갑 등 정치실세들과 두터운 친분**

김운용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영향력만은 끝까지 놓치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위원은 비록 IOC위원장 선거에서는 실패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막강한 스포츠 대통령의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그가 갖고 있는 직함만 대한체육회장, 국제경기단체 총연합회(GAISP) 회장, 세계태권도연맹(WTF)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위원장, 국기원장, 부산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장, IOC 라디오.TV위원장 등 즐비하다.

이뿐이 아니다.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김위원은 체육인인 동시에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김위원은 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여야 정치인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예로 IOC위원장 선거직전인 지난해 7월12일의 일이다.
김위원이 소속된 민주당은 물론, 야당인 한나라당까지 이례적으로 동시에 대변인 성명을 통해 그가 당선하기를 기원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민주당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전 최고위원은 IOC총회 직전 총회가 열리는 모스크바로 김위원을 지원하기 위해 출국하기까지 했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은 김위원의 선거후원회장을 맡을 정도로, 평소 김위원과의 친분이 남달랐다.
이날 출국에는 '김운용 사랑모임'이라는 후원조직의 회장을 맡고 있던 정대철 최고위원을 비롯해 황학수 전의원, 염동렬 총재특보 등도 동행했다.
김위원의 평소 정치권내 위상이 얼마나 지대한가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부패' 혐의로 위상 급락**

그러나 IOC위원장 선거참패후 김위원장의 국내위상은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그의 몰락에 결정적 작용을 한 것은 역시 '부패'였다.

김운용 위원은 지난해 11월 대한태권도협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태권도협회는 IOC와 함께 김위원의 양대 세력기반이었다.
사실상 태권도가 세계적 스포츠가 된 데에는 김위원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는 평소 "태권도를 무도에서 스포츠로 자리잡게 하는 데는 최소한 1백년이 걸리는 일인데 내가 20년만에 해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태권도를 세계에 보급하고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게 하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같은 '태권도의 대부'가 대한태권도협회장직에서 반강제로 물러나야 했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솔트레이크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김위원의 아들인 김정훈씨의 태권도협회 인사개입과 뇌물의혹이었다.

태권도학과 교수 및 학생, 일선 사범 7백여명의 구성된 '범태권도 바로세우기 운동연합'은 지난해 10월21일 국기원에서 집회를 갖고 비리인사 퇴진 및 구속수사, 태권도단체 예산집행 공개 등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활동중인 해외사범 1백30명도 지지성명을 보내왔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태권도선수 대표를 선발하는 과정에 김위원의 측극인사와 그의 아들이 뇌물을 받고 선수를 선발했다는 의혹이었다.
김위원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대한태권도협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연간 심사비만 40억원이 들어오는 국기원장직을 비롯해 세계태권도연맹총재직 등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작전상 후퇴'라는 논란을 낳았다.

***검찰수사로 비리의혹 속속 드러나**

그러나 올해 들어 검찰수사로 비리의혹이 속속 현실로 드러나면서 김위원은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2부는 지난 6일 특정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차장 임윤택씨와 서울시 태권도협회간사 김모씨를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98년 9월 학부모 송씨로부터 아들이 태권도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천2백만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와, 김씨는 김위원 아들 김정훈씨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김위원의 아들 통장에는 12억원의 거액을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져 검찰은 금명간 김씨 아들을 소환해 불법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씨 아들은 문제의 임씨로부터 받은 돈은 1천만원에 불과하고 이 돈 또한 몇달 뒤 돌려줬으며, 나머지는 국기원뒤 땅을 매각한 뒤 받은 돈과 태권도 포털사이트를 개설하면서 투자받은 돈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사실여부는 앞으로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알 일이다.
그러나 체육계 안팎에서는 워낙 오래 전부터 의혹설이 파다했던만큼 어떤 형태로든 이번 스캔들이 김위원의 절대위상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같은 국내외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위원은 오는 4월 미국에서 큰 상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의 자유재단이 친미 인사들에게 주는 '2002년 미국우호메달' 수상자로 그가 꼽혔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4월27일 미국 펜실버니아주 필라델피아로 건너가 이 상을 받을 예정인데, 최근 국내의 험악한 반미 여론을 감안할 때 과연 그가 그때 어떤 수상소감을 발표할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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