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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는 역시 '경제 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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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는 역시 '경제 아마추어'

일본금융개혁 등 핵심현안 회피, 주가급락 등 초래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아시아 3국순방 과정에 드러난 그의 경제성적표는 몇점일까.
아직 중국방문이 끝나지 않은 시점인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나, 현재까지는 '합격점 이하'라는 게 월가 등 국제금융계의 일반적 평가이다.

부시대통령이 자신이 불러일으킨 '악의 축' 발언의 파장을 최소화하려 애쓰다보니, 정작 세계경제 및 미국국익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본 금융구조조정 등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번 순방은 부시대통령의 '경제 아마추어리즘'의 한계를 드러낸 정치행사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한반도에서 전쟁 나면 미국도 치명적 경제손실"**

부시대통령은 20일 오전 김대중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당초 잡혀있던 통상장관 등과의 확대정상회담을 백지화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에는 처음 50분간은 양국간 정상끼리만 회담을 갖고 나머지 50분은 통상 및 국무관련 양국 장관들을 배석시킨 확대정상회담을 열어 당면 경제현안을 두루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악의 축' 발언을 둘러싼 양국정상간 견해차가 워낙 컸던 탓인지 두 정상은 예정됐던 50분을 넘겨 독대를 계속했고, 그 결과 확대정상회담은 자동적으로 취소됐다.

확대정상회담 취소는 우리입장에서 보면 그리 손해볼 게 없는 대목이다.
평소 미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덤핑, 자동차수입관세 인하, 농수산물 수입 확대 등을 요구해왔던 만큼 연석회의가 열렸을 경우 이런 문제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 기업인들 입장에서 보면 모처럼의 공세기회를 잃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쉬워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양국정상회담에서 F15K 구입문제 등 부시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여온 미국무기 구입건이 논의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비(非)군수산업 부문에서는 별무성과였다는 게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관계자 등의 불만이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한 외국인투자가들의 평가도 냉랭한 편이다.

한 미국계 펀드매니저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언급한 '악의 축' 발언이 군수산업체에게는 긍정적 점수를 받을지 모르나 금융산업이나 제조업의 입장에서 보면 도통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에서 전체 주식시장의 40%에 육박하는 1백조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IMF사태이후 행한 외국인직접투자(FDI)만 5백5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이처럼 외국계 비중이 큰 시장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위시한 세계경제도 치명적 손실을 입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지적처럼 부시는 이번 방한기간중 한국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평소 한국에 대한 경제인식이 크게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도 19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이 치명적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지 않는한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시의 강경정책이 아시아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이코노미스트는 그 증거로 부시의 강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증시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는 대목을 들었다.
요컨대 과거 같았으면 '전쟁'이라는 단어만 나왔어도 사재기 소동을 벌였을 한국인들이 이번에는 부시의 강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주가, 부시 방일후 실망해 대폭락**

한국에 앞서 일본방문때 부시가 보여준 경제인식은 한층 기대이하였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부시는 일본방문 기간중 고이즈미 일본총리를 '가장 훌륭한 개혁가'라고 칭찬하는가 하면, 고이즈미 개혁을 적극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시가 일본을 떠나는 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1만엔선이 무너질 정도로 대폭락했고, 20일에도 하락세는 계속됐다.
폭락이유는 부시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방일기간중 일본의 금융구조조정, 디플레이션 대책 등에 대한 일체의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금융계에서는 고이즈미총리가 관료,금융권,정치권의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발목잡혀 2차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금융구조조정 등 일본경제가 당면한 현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따라서 부시대통령이 방일기간중 어떤 형태로든 일본의 경제개혁에 대한 강도높은 주문을 내 일본정부로부터 구체적 답변을 얻어내야 한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요구였다.

미국의 자동차 빅3 등 제조업체의 불만도 크다.
이들은 부시의 방일전에 부시에게 "일본의 인위적 엔화절하 정책을 중단시키라"는 공동주문서를 제출했었다. 일본이 인위적으로 엔화를 절하하는 바람에 미국 자동차업계가 치명적 타격을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부시는 이 요구 또한 수용하지 않았다.

부시는 그대신 고이즈미총리로부터 자신이 추진중인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얻어내는 데 만족했다.

***"부시는 미국 전체산업의 대통령인가, 군수산업 또는 석유산업의 대통령인가"**

부시의 이같은 외교방식에 대한 미국내 불만은 적잖다.
한 예로 포드자동차는 부시 방일이 끝난 직후인 19일(현지시간) 노골적으로 부시의 방일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미 미국자동차업계가 엔저때문에 치명적 손실을 입고 있는데 부시는 뭐 하느냐는 식의 비판이었다.

미국 금융 및 제조업계에서는 "부시는 과연 미국산업 전체의 대통령인가, 아니면 미경제에서 10%도 차지하지 않는 군수산업 또는 석유산업의 대통령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과거 클린턴정부 시절의 통상외교가 미국국익에 훨씬 유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소한 클린턴은 미국의 경제중심이 금융자본주의임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연말의 미국 국회의원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분석이 많다.
즉 아프간전쟁 과정에 높아진 자신의 지지율을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연말 선거때까지 지속하기 위해 전쟁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요컨대 부시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91년 걸프전 승리후 한때 지지율이 90%까지 높아졌다가 92년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변수는 그러나 경제다.
오닐 미재무장관의 잇따른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는 좀처럼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월가 등에서는 빨라야 연말에야 본격적 회복국면이 돌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일본 금융위기 등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회복시기는 더욱 늦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 월가가 부시의 아시아 순방 외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시의 경제 아마추어리즘이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불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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