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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형 화백 “태백은 문화예술의 도시로 재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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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형 화백 “태백은 문화예술의 도시로 재생해야”

“화전문화와 탄광촌 문화적 가치의 역사 녹이면 가능”

‘광부 화가’ 황재형(66) 화백은 “폐광도시 태백은 문화예술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 한다”며 “화전문화와 탄광촌의 가치와 역사를 녹인 작품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회 박수근 미술상과 제3회 민족미술상을 수상한 ‘거장’ 황재형 화백은 “예술은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영국 폐광촌에 설치된 북방의 천사 작품이 부활의 기적을 만들어 냈듯이 태백에서도 그러한 기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983년부터 태백과 인연을 맺은 민중미술 1세대인 그는 폐광의 상흔을 예술로 치유하고 승화할 수 있는 작업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문화도시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황재형 화백이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10만 개의 머리카락'을 주제로 한 전시회 안내 책자를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1983년 태백과 인연을 맺었는데 지금은 폐광으로 몰락하고 있다.

“문화예술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 북서부의 작은 도시 게이츠헤드는 암울한 폐광촌이었다. 그런데 1998년 지역의 예술가들이 16억 원을 들여 만든 ‘북방의 천사’들이라는 작품이 기적을 만들었다. 연간 40만이 넘는 관광객과 3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곳은 100여 명의 예술가와 공무원들이 현재의 태백만큼 어둡고 스산한 폐광촌을 공공미술을 통해 미래지향적이며 활기찬 도시로 개조했다. 태백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이 충분하다.”

-어떤 방향에서 태백의 비전을 찾아야 하나.

“남들이 하지 않는 독특한 발상과 구도에서 방향을 찾아야 한다. 추측과 뜬구름 잡기가 아닌 명확한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제2수갱을 비롯해 장성지역 도시재생도 단순한 관광시설로 개조하는 차원이라면 석탄박물관처럼 실패하고 말 것이다. 특히 도시재생과 문화예술 작품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런 발상에서 장성지역의 도시재생과 폐광촌의 문화예술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역사와 스토리가 묻어나야 가치와 작품성 및 예술성이 생긴다. 단순 관광상품으로만 판단하고 진행하면 실패하게 된다.”

-문화예술을 태백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지난 10여 년 태백지역에 설치한 다양한 상징조형물은 모두 실패했다. 수십 년 수백 년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채 단체장의 치적용으로 설치한 탓이다. 예술성과 작품성이 있는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 포항 ‘상생의 손’은 1999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10억 원을 들인 작품인데 연간 수백만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영국 폐광촌 게이츠헤드에 설치된 ‘북방의 천사’ 작품도 마찬가지다. 태백은 화전민 문화와 탄광촌 문화가 녹아 있는 것이다. 이런 역사의 토대 위에서 예술성을 갖춘 세계적인 작품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이 있다면.

“백두대간의 태백지역 산림들은 과거 탄광의 갱목을 공급하기 위해 임목 업자와 그 아래서 막노동을 하던 목도꾼(갱목 나르는 일꾼)들이 많았다. 벌목한 나무를 산길에서 4명의 목도꾼들이 운반하던 모습은 태백의 역사이자 애환이다. 역동성과 작품성 및 예술성을 가미한 작품을 연화산이나 삼수령 등에 설치할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태백시가 공모를 통해 진행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역동적인 조형물로 태백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으면 한다.”


-폐교된 함태초등학교의 재활용 아이디어도 궁금하다.

“함태초교는 예술인들을 위한 생활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 하우스로 개조해 재활용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곳에서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하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1년간 작가당 1작품을 기증받으면 된다. 수십 명의 예술가들이 모이게 되면 지역문화사업을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다. 이들 예술가들과 함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방치된 함태초교 체육관도 문화목욕탕으로 부활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휴식하면서 문화를 접하고 예술을 향유하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 유일하게 목욕탕에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되는 셈이다. 이제 인간은 빵과 장미만으로 살 수 없다. 문화예술을 함께 만나야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 함태초교 재활용도 독특한 문화예술을 접목해야 성공적인 부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과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1994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김철호 회장이 산악과 해안을 연계해 세계적인 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스노우 마운틴월드’ 사업 구상을 발표하기 전이다. 김철호 회장은 동해 맹방해수욕장에서 폐광촌 도계와 태백의 통리고개까지 케이블카를 연결하는 구상을 밝혔다. 김 회장은 태백에서 연화산과 함백산까지 케이블카로 연결해 낮에는 바다에서 휴양하고 저녁시간에는 청정 고원지대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발상을 들려줬다.

당시 나는 ‘아, 저런 사업가도 기가 막힌 청사진을 밝히는데 예술가인 나는 그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단순한 레저사업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미래지향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의 아이디어는 대단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후 강원랜드가 탄생했지만 김 회장은 폐광촌에 관광레저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다.”

-화전문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많은 이들이 기와문화를 대한민국의 전통 건축야양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중국에서 건너온 건축문화다. 우리의 전통 양식은 너와집이다. 태백시 상장동에 너와집을 복원했지만 삼척지역에 인위적으로 설치한 너와마을은 변형된 스타일이라 아쉽다고 생각한다. 화전민의 목기문화는 방치되고 외면되고 있지만 새롭게 조명받기를 기대한다. 태백은 화전민들의 문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다. 늦기 전에 문화예술로 접목시킬 때라고 생각한다.”

▲황재형 화백이 그의 화실에서 머리카락으로 만든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레시안

1952년 전남 보성태생인 황재형 화백은 중앙대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임술년’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1983년 강원도 탄광촌 황지에 정착했다. 중앙미술대전 장려(1980년), 민족미술상(1993년), 제1회 박수근 미술상(2016년)을 수상했다.


지난해 연말 홍콩 여왕의 거리(Queen’s road central)에 위치한 여왕빌딩에서 ‘황재형 화백, 10만 개의 머리카락 전’을 개최해 현지 예술가들로부터 경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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