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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복 스캔들' 마침내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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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성복 스캔들' 마침내 폭발

이형택ㆍ 이용호ㆍ박순석과의 연루 확인

'은행권 호남인맥의 대부'로 행세해온 위성복 조흥은행장(63)이 마침내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인물의 하나로 떠올랐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칫 '위성복 스캔들'로 발전하지 않을까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간신히 회복국면에 접어든 국내 금융권의 대외신인도를 하락시키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위성복, 이용호에게 '높은 가격을 써내라'로 내부정보 흘려**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중인 차정일 특별검사팀은 30일 위성복 조흥은행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2000년 9월 조흥은행이 자회사인 조흥캐피탈(구 조흥리스)을 이용호에게 매각한 과정의 비리 의혹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조사를 통해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예금보험공사 당시 전무가 위성복 행장을 4차례 만났고, 조흥캐피탈 입찰 직전에도 청탁성 전화를 건 사실을 밝혀냈다.
위행장은 이 과정에 이용호를 소개받았고, 이용호와도 직접 만나고 전화통화까지 한 사실도 밝혀졌다.

위행장은 특검 조사과정에 "업무상 이형택씨와 몇번 만나기는 했으나 압력으로 느낄만한 청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혐의사실을 부인했다고 특검측은 밝혔다.
그는 또 "조흥캐피탈 입찰 직전 이형택씨로부터 한차례 전화를 받았지만 '높은 가격을 써내라'고만 얘기해 줬을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은 그러나 '높은 가격을 써내라'고 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입찰 내부정보를 외부로 흘린 혐의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2000년 9월 조흥캐피탈이 매각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조흥캐피탈 인수 복마전**

조흥캐피탈은 정부가 조흥은행에 2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가로 요구한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2000년 6월까지 매각해야 했다. 그러나 원매자가 없자 그해말까지로 시한이 연장됐고, 이 과정에 신안그룹의 박석순회장이 입찰의사를 밝혀왔다.

박회장은 지난해 9월말 40억원대의 골프도박 혐의로 구속됐다가 그해말 보석으로 풀려난 인물. 전남 신안 출신인 그는 현정부 출범후 99년 2월 경기 안성군 뉴안성컨트리클럽, 2000년 6월 경기 광주군 곤지암그린힐컨트리클럽을 개장한 데 이어 2001년 1월에는 대농그룹 소유의 관악컨트리클럽을 인수했으며 2003년 개장 목적으로 제주도에 골프장을 짓고 있기도 한 '신흥 골프장 재벌'이었다.

그는 H의원등 여권 정치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웠으며, 위성복 행장과도 돈독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조흥은행이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조흥캐피탈에 앞서 시장에 내어놓은 조흥금고(현재의 신안금고)를 박회장이 2000년 1월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미 신안주택할부금융, 신안금고를 소유하고 있던 회장은 조흥캐피탈마저 인수해 금융업에 본격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회장은 문제의 이용호와도 친분이 있었다. 고향후배인 이용호가 한때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자 박회장이 그를 받아들였고, 그후 상당기간 박회장의 개인부동산을 관리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이가 돈독하던 박순석, 이용호 두 사람 관계는 조흥캐피탈 인수 입찰을 계기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용호가 뒤늦게 박회장이 '찜'해 놓은 조흥캐피탈 인수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용호가 이처럼 조흥캐피탈 인수에 자신있게 뛰어들었던 것은 2000년 7월 이형택의 줄을 잡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용호는 이형택 전무의 동화은행시절 후배이자, 허남석 서울경찰청 총경의 사촌동생인 허옥석(43)의 소개로 이형택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허옥석은 동양오리온투신증권 계약직 투자상담사로 재직하던 2년여동안 우체국 예치금 1조6천3백47억원을 유치해 성과급만 16억원을 받은 인물로 유명하다. 당시 금융계에는 허씨의 우체국 예금 유치과정에 이형택 예보 전문와 그의 사촌형 허남석 총경의 입김이 두루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기도 했다.

이같은 화려한(?) 경력의 허옥석이 나서 이형택과 이용호를 연결해주는 데 성공했으며, 이용호는 이형택에게 조흥캐피탈 인수를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이형택은 이에 위성복 행장에게 청탁성 민원을 했으며, 위행장은 이에 '높은 가격을 써내라'는 내부정보를 흘려 결국 조흥캐피탈을 이용호에게 넘겼다는 게 특검의 분석이다.

'높은 가격을 써내라'는 위행장의 조언은 실제로 입찰과정에 결정적 작용을 했다.
2000년 9월15일 있었던 조흥캐피탈 공개입찰에서 박순석회장이 2백68억원을 써낸 반면, 이용호는 그보다 많은 3백1억원을 써내 조흥캐피탈 지분 69.6%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박순석회장과 이용호 사이의 관계는 크게 악화됐으며, 지난해 하반기 이용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불똥이 박회장에게 번질 조짐을 보이자 검찰이 서둘러 그해 9월 박회장을 골프도박 혐의로 잡아넣었고 이 과정에 박회장은 "검찰이 나를 집어넣기 위해 짜집기 수사를 했다. 이용호에게 내가 당했다"고 기자들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위성복행장의 예견됐던 몰락**

위성복 행장은 현재 자신은 이용호 게이트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조흥캐피탈 매각외에도 조흥은행이 음으로 양으로 이용호를 도운 사례가 부지기수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이용호가 장내 주식매수를 통해 쌍용화재를 인수하려 할 때에도 조흥은행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흥은행은 쌍용화재 모기업인 쌍용그룹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주채권은행이었다.
특검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과정에 이용호의 로비스트 역할을 맡았던 신승환(신승남 검찰총장 동생)은 조흥은행의 이강룡 부행장과 박내순 종합금융본부장 등을 만났다.

이용호가 주가조작에 이용한 삼애인더스의 해외전환사채(CB) 발행주간사도 KGI증권(구 조흥증권)이 맡았다.
이용호와 조흥은행의 깊은 유착을 읽게 하는 대목들이다.

위성복 행장은 왜 이처럼 유착의 늪에 깊게 빨려들어갔을까.
그 뿌리는 위행장 자신에게 있다는 게 금융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위행장은 애당초 조흥은행장 직을 맡을 수 없는 '부적격자'였다.
그의 능력이 못나서가 아니었다.

97년 IMF사태 발발 당시 그는 조흥은행의 여신담당 전무였다.
IMF사태 발발후 조흥은행을 포함한 제일.서울.상업.한일.외환 등 6대 시중은행이 예외없이 부실화됐다. 부실기업들에게 물 퍼주듯 돈을 꿔주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흥은행의 상황은 이미 파산상태에 들어간 제일.서울은행에 이어 시중은행중 세번째로 부실상태가 심한 은행으로 분류됐었다(맥킨지 정부컨설팅 결과).

IMF사태후 당연히 부실여신을 발생시킨 은행 임직원에 대한 책임추궁이 잇따라, 6대 시은의 행장과 여신담당 임원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그러나 위성복만은 예외였다. 그는 도리어 98년 8월 조흥은행장으로 승진했다.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전남 장흥 출신에다가 광주고를 나온 '성골'이기 때문에 위성복만 봐주기냐는 식의 비난이었다.
워낙 비난이 거세자 98년 11월 그는 행장이 된 뒤 석달만에 행장직을 내놓아야 했다.
금융계는 "이제 위성복의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부실책임을 지고 물러난 은행 임원들 가운데 '컴백'한 사람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9년 들어 상황은 돌변했다.
우선 동화은행 이사였다가 동화은행이 퇴출되면서 은행권에서 물러났던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이 99년 1월 예금보험공사의 전무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사실상 주인이었다.

이처럼 중차대한 자리에 이형택이 컴백하자 금융계에는 "이러다가 위성복도 컴백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관측이 나돌았다. 실제로 당시 조흥은행은 새 행장을 뽑지 않고 이강룡 부행장이 행장대행을 맡는 등 의심받기에 충분한 행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99년 4월 위성복 전행장이 다시 조흥은행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세간의 관측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 금융계에는 "위성복 행장이 이형택 예보 전무의 줄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행장을 '이희호 여사 계보'로 분류하는 시각까지 나왔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 위성복 행장이 비리 스캔들의 핵심인물로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
금융계 반응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냉소적인 것이다.
또한 오는 3월말로 예정된 조흥은행장 연임도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위행장은 그동안 조흥은행장 연임을 위해 금융감독위원회 등과 충돌하면서까지 동분서주해왔다.

권불오년(權不五年).
이형택에게뿐만 아니라 위성복 행장에게도 적용되는 격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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