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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노조 과보호 나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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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노조 과보호 나라'라니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글로벌 스탠다드' 부정하는 경총의 생떼

불법 행위에 연루되어 합법적인 사용자단체로서의 자격조차 의심받고 있는 한국경영자총연맹(경총)의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에 대한 입장이 볼수록 가관이다.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ILO협약 비준 필요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노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 우리 노사관계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1월 27일 자 <매일경제> 인터넷 판).

김영완 본부장의 발언은 두 가지 지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는 현행의 우리 노사관계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는 대목으로, 이는 거짓말이다. 대한민국의 실정을 돌아보면, 사정은 정반대로 법률적, 정책적으로 현실 노사관계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간섭과 억압이 과도하게 존재한다.

'노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부정' 판치는 한국

다른 나라(선진국은 물론 후진국 포함)에 비해 한국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다는 근거는 수두룩하다.

ILO에 따르면, 결사의 자유 협약 87호는 187개 회원국 중 155개국(83%)이 비준했고, 단체교섭권 협약 98호 166개국(88%), 강제노동 금지 29호(95%) 178개국, 강제노동 철폐 105호(94%)는 175개국이 비준했다. 이 모두는 '노동 존중'을 표방하는 대통령을 둔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것들이다.

경총은 <매일경제>에 언급한 "노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1인당 3만 불을 돌파한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의 결성과 활동을 보장하는 수준은 후진국 중에서도 후진국에 해당된다.

국회 토론회에 경총 김 본부장과 같이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그가 이렇게 토론하는 것을 들었다.

"파업 시 대체근로(파업 파괴자-필자)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부당노동행위(사용자의 반노조 차별 행위-필자) 제도는 한국에만 있다."

그의 주장이 필자가 아는 상식과 크게 달라 현장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여 해외 사례를 확인해 보았다. 역시 근거 없는 선동이었다. 토론회에서 필자가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그는 '과장이 있었다'며 얼버무렸다.

경총, ILO 총회는 매년 왜 가나

<매일경제>에 실린 경총 본부장 발언이 갖는 두 번째 문제는 ILO 기본 협약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왜 문제 인가 하면, 매년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총회에 한국의 사용자를 대표하여 경총이 꼬박꼬박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멤버'가 자기가 속한 조직의 강령과 지침을 부정하고 있으니, 기가 찬 일이다.

8개 ILO 기본협약 가운데 한국 정부가 비준을 거부하는 것은 모두 4개다.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87호 협약과 단체교섭권을 규정한 98호 협약, 그리고 강제노동 금지와 철폐에 관련된 협약 29호와 105호가 그것이다.

ILO는 8개 기본협약을 초보적인 일터의 원칙이자 권리로 규정하고, 회원국 정부의 비준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나라와 사업장에 적용하고 실현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밝히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한·미 FTA나 한·EU FTA에 '노동에 관한 장'이라는 이름으로 ILO기본협약 이행과 준수 의무 조항이 들어가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구(IMF) 등에서도 국제노동기준을 강조하는 것이다.

경총, ILO 정신 존중해야

우리나라에서는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이 '핵심 협약'이라 불리다 보니 뭔가 대단하고 중요한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는데, 기본 협약은 초보 중의 초보, 시작 중의 시작이라는 뜻으로 노동권 보장이라는 여행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것을 비준하지 않고 노동자 보호나 노동조합 보장 등 노동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매년 6월이면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 총회에 참석하는 경총의 핵심 브레인이 ILO의 기본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을 보면 실망감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유엔이 표방하는 정신에 동참하고 유엔이 만드는 규칙과 정책을 실현하는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전제로 한다. 유엔 산하 기관인 ILO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정부가 ILO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ILO 헌장에 찬동하고 ILO가 만드는 협약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자세를 전제로 한다. 노사정 3자 기구인 ILO에 사용자 대표로 참가하는 경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자세와 태도가 요구되는 것은 상식이다.

경총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사용자기구(IOE) 사이트를 보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국제노동기준, 즉 ILO협약을 내세우면서 8개 기본협약을 강조한다. ILO 기본협약을 "노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보호"라 오도하는 표현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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