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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캐피탈의 '한국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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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올림푸스 캐피탈의 '한국사냥'

외국인 투자 2년여만에 300%대 수익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계로 탈바꿈하면 과연 우량 금융기관으로 거듭나는가.
IMF위기 후 금융기관을 해외매각할 때 정부나 금융계가 내세운 주장은 "그렇다"였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가. 유감스럽게도 답은 "글쎄올시다"이다.
미국의 뉴브릿지캐피탈에 매각한 제일은행이 그런 평가를 받고 있고, 다른 외국계 금융기관에게 넘어간 여타 금융기관들도 기대한 시너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최근 또하나의 유사한 예가 드러났다.
올림푸스 캐피탈에게 넘어간 외환카드가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외국계 외환카드, 전업카드사 가운데 신용불량률 가장 높아**

지난 30일 금융감독원이 간략한 카드사 관련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 현재 신용카드사별 신용불량자 등록 현황을 조사한 자료다. 조사 결과, 회원수 대비 신용불량자 비율이 가장 높은 전업카드사는 외환카드인 것으로 밝혀졌다.

외환카드의 신용불량자 비율은 3.96%였다. 1백명의 외환카드 고객 가운데 4명 정도가 신용불량자라는 이야기다.
재벌그룹 산하 카드사와 비교하면 외환카드의 신용불량자 비율이 얼마나 높은가를 알 수 있다.

삼성카드가 1.45%로 가장 낮았고, 그 다음 LG카드 1.52%, 현대카드 1.88% 순이었다. 모두가 1%대였다.
카드업에 뛰어든 지 몇년 안된 재벌사 카드사보다도 리스크(위험)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다른 금융기관 산하 카드사와 비교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 공동카드인 BC카드는 2.56%, 동양카드는 2.80%, 국민카드는 3.56%였다.

외환카드의 리스크 관리가 부실함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간과해선 안될 사실이 있다.
비교가 된 여러 카드 가운데 유독 외환카드만이 외국계 소속 카드사라는 사실이다.

국내의 보편화된 상식중 하나가 "외국계는 국내 금융기관보다 리스크 관리를 엄격히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카드는 이 상식을 깨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난 걸까.

***올림푸스 캐피탈에의 '불평등 헐값 매각'**

외환카드는 국내 최초의 신용카드이다.
모기업인 외환은행이 지난 78년 정부부처 장관이나 고위간부 등의 외국 출장용으로 비자카드를 발급했는데, 이것이 국내카드의 효시이자 오늘날 외환카드의 시조다.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만큼 외환카드는 지난 95년까지만 해도 당당히 카드시장 점유율 1위자리를 지켰다.

외환카드가 랭킹 1위를 차지한 데에는 가장 먼저 카드영업을 시작했다는 이른바 '선발' 효과도 컸지만, 외환은행의 주거래기업인 현대그룹의 지원도 큰 몫을 했다.
현대그룹은 외환은행 지원 차원에서 자사직원에게 외환카드 가입을 권유했고, 그 결과 현대그룹 직원의 80%가 외환카드 회원이 됐다.

그러나 그후 IMF위기 발발에 따른 외환은행의 부실화 및 경쟁 카드사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96년이후 외환카드는 1위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99년 11월29일 외환은행의 이갑현 당시 행장은 올림푸스 캐피탈에 1천3백80억원을 받고 외환카드 전체주식의 42.87%를 넘겼다. 주당 평균 8천5백원씩에 넘긴 셈이다.
이 과정에 올림푸스 캐피탈은 외환은행이 외환카드의 지분 51.1%를 지닌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푸스 캐피탈에서 회계,마케팅, 위험관리 등 핵심부문에 경영진 4명을 파견하기로 외환은행측과 합의함에 따라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했다.
누가 보기에도 분명한 '불평등 헐값 매각'이었다.

당시 외환은행 내에서는 외환카드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외환은행의 한 임원은 "아무리 모기업인 외환은행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할지라도 알짜회사인 외환카드를 주당 8천5백원이라는 헐값에다가 경영권까지 넘기는 계약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겨우 1천3백80억원을 받겠다고 이갑현 행장이 두고두고 욕먹을 일을 했다"고 개탄했다.

***올림푸스 캐피탈의 전주(錢主)는 헤지펀드와 미국자본**

올림푸스 캐피탈은 영국 런던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일종의 투자대행사이다.
미국 등의 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전세계를 대상으로 돈될만한 곳에 투자한 뒤 일정 기간뒤 투자수익을 투자가와 나눠갖는 식의 영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올림푸스 캐피탈은 자신을 '투자 자문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올림푸스 캐피탈은 지난 97년 필립 반 덴 베르그, 톤 피 등에 의해 처음 설립됐다.
외형상 런던에 회사 본부를 두고 있어 영국계 회사로 읽히기 쉬우나, 그들에게 돈을 맡긴 전주들은 미국자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97년 아시아 외환.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아시아지역에 많은 '사냥감'이 나올 것으로 판단, 서둘러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림푸스 캐피탈은 투자지역에 따라 지역별 투자법인을 별도로 설립하고 있는데, 외환카드 주식을 사들인 곳은 올림푸스 캐피탈 홀딩 아시아로 알려지고 있다.
6억달러 규모의 투자펀드인 올림푸스 캐피탈 홀딩 아시아에 돈을 맡긴 투자주체는 미국의 지프 브라더스 인베스트먼트(ZBI). ZBI는 뉴욕에 법률소재지를 두고 있는 지프 일가(一家)의 투자펀드로 알려지고 있다.
올림푸스 캐피탈 홀딩 아시아에는 이밖에 미국정부의 투자 에이전시인 해외사적투자사(OPIC) 등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

여기서 또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투기성자본인 헤지펀드도 올림푸스 캐피탈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림푸스 캐피탈은 미국내 펀드외에 2개의 캐이맨 제도 투자펀드의 투자자문을 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캐이맨 제도는 헤지펀드들의 근거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헤지펀드들은 캐이맨 제도에 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한 뒤 전세계를 상대로 투기를 하고 있다. 이들 헤지펀드에게 돈을 맡긴 전주들은 대부분 미국 자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컨대 올림푸스 캐피탈은 헤지펀드들의 투자 대행사인 셈이다.

***투자수익 회수에만 관심**

올림푸스 캐피탈은 외환카드 경영권을 장악한 뒤 외환카드를 어떻게 변모시켰나.

지난해 영업실적을 보자.
금감원에 따르면, 외환카드는 지난해 2천1백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
LG카드 6천5백억원, 현대카드 6천3백49억원, 삼성카드 5천8백억원, 국민카드 4천5백45억원에 이어 랭킹 5위다. 결코 잘하지 못한 장사는 아니나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크게 뒤지는 실적이다.

카드회원숫자도 겨우 6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후발 카드업체인 LG, 삼성 등이 1천2백~1천3백만명대 카드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간신히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앞에서 밝혔듯 신용카드 불량률은 불명예스럽게도 랭킹 1위이다.

올림푸스 캐피탈이 책임맡은 마케팅과 리스크관리 모든 부문에서 경쟁사들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카드는 카드업계의 단군이래 최대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상장한 이래, 요즘 거래주가가 4만원대에 달하고 있다.
올림푸스 캐피탈 입장에서 본다면 외환카드 지분을 주당 8천5백원에 인수한지 2년2개월여만에 3백%이상의 엄청난 투자수익을 올린 셈이다.
한때 업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올림푸스 캐피탈과 유사한 투자대행 업무를 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대행사의 한 임원은 "투자대행사는 연평균 수익률이 25~30%만 돼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올림푸스 캐피탈은 연평균 수익률이 1백%를 넘는다"며 "올림푸스 캐피탈 매니저들은 외환카드 한건만 갖고서도 평생동안 놀고먹을 수 있는 거금을 틀어쥐게 됐다"고 말했다.

외환카드의 현주소는 IMF위기후 무원칙하게 진행된 금융기관 매각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교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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