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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친위 개각' 강행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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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DJ '친위 개각' 강행한 속내

3당 합당 위한 수순인가?

김대중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개각의 핵심은 장관직이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쪽에 있다.
비서실 중에서도 박지원 정책담당 특보의 재등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1.29 개각은 박지원 컴백 개각**

김대통령은 이날 개각을 통해 지난해 11월8일 청와대를 떠났던 박지원 전 정책기획수석을 정책담당 특보로 복귀시켰다. 불과 83일만의 컴백이다.

그가 당시 당-정-청 쇄신운동의 타깃이 돼 민주당의 권노갑 전최고위원과 함께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는 대목을 돌이켜 보면, 그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새삼 알 수 있다.
정가에서 "이번 1.29 개각은 박지원 컴백 개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는 일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그동안 '아노미' 상태에 빠져 있었다.
연일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와 대통령 친인척이 각종 게이트에 연루되니, 그럴밖에.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노미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청와대 비서실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의 유임을 전제로 박수석을 중심으로 짜여진 체제였다"며 "지난해 11월 박수석이 낙마하면서 비서실의 구심력과 조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각종 게이트가 터질 때마다 김대통령에게는 박수석의 '빈 자리'가 더욱 커보였고, 그 결과 당 안팎의 거센 반발 여론을 알면서도 박수석의 컴백을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수석의 컴백을 최근 정가 이면에서 진행중인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 간의 3당 합당 및 내각제 개헌을 골자로 하는 정계개편 시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요컨대 최근 급류를 타기 시작한 정계개편 작업의 '숨은 주역'이 다름아닌 박수석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박지원-이영작-김윤환 코넥션**

이같은 추정에는 나름대로 분명한 근거가 있다.
박수석은 청와대를 나온지 며칠 뒤인 지난해 12월초 서울시청앞 P호텔에 개인사무실을 냈다.
그는 사무실 개소 이유와 관련, "아침에 출근해도 갈 곳이 없어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소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이 사무실의 주인이자, 그 위치였다.

이 사무실의 주인은 김대중대통령의 처조카인 이영작 한양대 석좌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미문화재단이었다.

이교수는 이희호 여사의 두번째 오라버니인 이경호씨의 장남으로, 지난 83년 김대통령이 미국에 건너가 워싱턴에 인권문제연구소를 설립할 때 이사로 참여한 이래 지난 20년간 김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이교수는 지난 99년 2월 한양대 석좌교수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 20년만에 영구귀국했다.

이영작 교수는 그동안 표면적으로는 정치일선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14일 그는 지금 돌이켜 보면 대단히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날 광주 상록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책 <1997년 대통령 선거전략 보고서>라는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정권 재창출 플랜을 제시했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영남에 수적으로 압도당하지 않을 세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호남.충청.강원이 지분의 3분의 1씩을 갖는 합종연횡을 할 필요가 있다.
내년 지방선거(6월) 전에 합종연횡을 이루고, 이를 대선(12월)으로 연결시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영남 포위론'이다.
이교수는 이런 전략을 제창하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인제 최고위원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이교수의 주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비현실적 대목이 많다고 판단된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정치권 기류는 그의 주장과 너무나 흡사해 놀라움을 준다.
호남은 민주당, 충청은 자민련, 강원은 민국당을 의미하며, 실제로 이들 3자는 최근 합당을 위한 구체적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영작 플랜'이 작동하기 시작한 느낌이다.

이같이 간단치 않은 이영작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미문화재단 사무실에 박수석이 입주한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의 우연일까.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박수석 사무실이 있는 문제의 P호텔 같은 층에 민국당 김윤환대표가 운영중인 '21세기 정책연구원'이 있다는 사실이다.
박수석은 이와 관련, "공교롭게 김대표와 이웃이 된 것일뿐"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최근 3당 합당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윤환대표의 모습이 너무나 크게 오버랩되고 있다.

박지원-이영작-김윤환 커넥션이 작동하기 시작한 느낌이다.

***호남출신 전진 배치**

박수석의 의미심장한 컴백과 함께 또한가지 주목해야 할 대목은 호남출신 인사들의 대거 전진배치이다.

우선 청와대 비서실부터 살펴보자.
우선, 전윤철 비서실장이 전남 목포 출신이다. 고등학교부터는 서울에서 다녔으나, 동교동계의 양대 대부중 하나인 한화갑 상임고문과 예전부터 절친한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전실장은 DJ정권 출범의 최대수혜자 가운데 한명이다.
YS정권 말기인 97년 3월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내던 중 정권교체가 됐다. 정권교체후 다른 각료들은 모두 교체됐으나, 그는 목포 출신이라는 이유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단지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그후 2000년 8월까지 공정거래위원장에서 장수했고, 그후에는 기획예산처장관으로 승진했다가 이번에 비서실장까지 올랐다. 비서실장이 되기 전에는 오는 6월 전남 도지사 출마를 준비하기도 했다. DJ정부와 운명을 같이할 DJ맨인 것이다.

이밖에 6명 교체된 수석비서 가운데 절반인 3명이 호남출신이다.
조순용 정무수석은 전남 승주, 한덕수 경제수석은 전북 전주, 김상남 복지수석은 전남 무안이다.
역대 어느 비서실 시절보다 '호남세'가 다수 포진한 양상이다.

9명이 교체된 장관급 인사에서도 호남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송정호 법무장관이 전북 익산, 장승우 기획예산처장관이 전남 광주,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전북 임실이다.
법무, 예산, 통일 문제를 단단히 틀어쥐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여기에다가 유임된 신건 국정원장, 진념 재정경제부장관 등이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핵심요직은 거의다 특정지역 출신들로 포진시킨 셈이다.

이번 1.29 개각을 김대통령의 마지막 '친위개각'이라 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시 부활한 자민련 TO**

자민련과 민국당에 대한 배려도 눈에 두드러지는 특징중 하나이다.
이번에 민주당에서는 5명의 현역의원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김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정부는 '탈(脫)정치' 원칙에 따라 구성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탈정치 원칙은 민주당에만 해당되는 원칙이었다.

탈정치 원칙에도 불구하고 이한동 국무총리는 현역의원직을 유지한 채 총리로 유임됐다. 자민련을 의식한 배려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3월 물러났다가 10개월여만에 다시 산업자원부장관으로 컴백한 진기록을 세운 신국환장관의 컴백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신장관은 지난 96년 자민련 입당이래 박태준 전 자민련총재의 경제특보 등을 지낸 골수 자민련인사다.

정가에서는 신장관 컴백을 놓고 "경제부처는 자민련 티오(TO)"라는 현정부 출범초기의 DJP 연합정신으로의 컴백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민국당 현역의원인 한승수 외교장관의 유임도 민국당 배려로 해석되고 있다.

***쿼바디스 DJ?**

1.29 개각을 바라보는 국민여론은 싸늘하다.
최근 각종 권력형 부패비리로 깊게 상처입은 국민들이 희망해온 새 개각의 모양새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민심보다는 권력 재창출을 의식한 개각이 아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의 '정치 불간섭' 약속도 이번 개각의 모양새를 볼 때 곧 '공약(空約)'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당연히 펄쩍 뛰는 분위기며, 민주당 내부에서조차도 청와대에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청와대와 정치권간에 '브레이크 없는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쿼바디스 DJ?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자 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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