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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선거중립' 선언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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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선일보 '선거중립' 선언의 속내는?

방상훈사장, 이회창ㆍ이인제 모두와 끈끈한 관계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과 중앙일보의 홍석현 회장이 연두에 올해 선거에서 ‘정치중립’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한 대목을 놓고 정치권과 언론계가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 방사장의 정치중립 선언에 대해서는 그가 민주당의 유력후보인 이인제 고문의 고등학교 2년 선배라는 대목을 놓고 조선일보 특유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요컨대 방사장 입장에서 보면 만약 향후 대통령선거가 이회창 대 이인제라는 ‘양이(兩李)체제’로 전개될 경우 ‘꽃놀이패’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선거 중립’ 선언**

방상훈 조선일보사장은 지난 연말 조선노조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년구상을 밝혔다.
방사장은 구속 소감 등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선거보도와 관련, “우리 신문에 대해 ‘대통령 만드는 신문’ ‘권력의 편에 선 신문’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새해엔 정치뉴스를 다루면서 그런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가올 각종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선택의 틀만 제공해야지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공격하는 보도는 곤란하다”며 “조선일보는 앞으로 어떤 ‘정치의 해’가 되든 엄정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정치중립을 강조했다.

홍석현 중앙일보회장도 신년사에서 올해를 ‘일류신문 만들기’를 위한 시스템을 완비해나가는 해로 규정한 뒤 선거보도와 관련, “어느 한쪽에 줄을 서서 외치는 그런 신문을 결코 일류신문이 될 수 없다”며 정치중립을 선언했다.

이같은 조선, 중앙 등 메이저 신문사 사주의 정치중립 선언에 대해 언론계 안팎의 분위기는 일단 ‘환영’이다.
지난 97년 당시 두 신문의 논조가 노골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대목을 놓고 볼 때 이들 사주의 정치중립 선언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글쎄?”**

그러면서도 상당수는 아직 ‘글쎄’라며 갸우뚱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조선일보를 보는 시각이 그러하다.
중앙일보의 경우 지난해 수백억대의 세금 추징을 당하면서도 홍회장이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공개지지하는 등 상당한 합리성과 유연성을 보인 반면, 조선일보의 경우는 일관되게 ‘안티DJ’ 노선을 고수해온 탓이다.

방상훈 사장은 노조와의 인터뷰에서도 “올 한해는 권력의 탄압에 맞서서 사원들이 일치단결해 싸운 해였다”며 “(우리는) 권력과 싸워 이겼다”고 말했다. 방사장의 안티DJ 노선에 전혀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다.
그런 만큼 방사장의 ‘선거 중립’ 선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여론이다.

그러면 방사장의 발언은 대외 여론을 의식한 단순한 레토릭(수사)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안티조선 진영에서는 “방사장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언론계 및 정치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방사장 말대로 실제로 앞으로 조선일보가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공격하는 보도를 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회창.이인제 대결구도가 되면 조선일보는 '꽃놀이 패'**

한 언론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주목할만한 분석을 했다.

“방사장 발언은 사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철저한 반(反)DJ 노선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보면 쉽게 납득이 안가는 대목일 것이다.
그러나 DJ는 이미 레임덕(권력누수)에 걸렸다. 대선에 개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레임덕이 심각한 상태다. 방상훈 사장이 구속됐을 때 그의 변론을 맡았던 이명재 변호사를 이번에 검찰총장에 임명하지 않으면 안됐을 정도다. 만약 DJ가 레임덕에 걸리지 않았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와 조선일보는 97년 대선이래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과의 관계다. 현재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인제 고문이 압도적 표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돌출변수가 출현하지 않고 현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이인제 고문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방상훈 사장이 이인제 고문의 경복고등학교 2년 선배라는 사실이다. 방상훈 사장은 경복고 41회, 이인제 고문은 43회 졸업생이다.
‘K2(경복고의 약칭) 동문’ 관계인 것이다. 실제로 방사장과 이고문은 돈독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총재, 민주당에서는 이인제 고문이 후보가 돼 연말 대통령선거가 이른바 ‘양이(兩李) 체제’로 전개된다면 방사장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둘 중에 누가 차기대통령이 돼도 상관없는 일이 아닐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쪽은 대통령이 되고, 다른 한쪽은 야당총재가 된다면 방사장 입장에서 보면 더없는 해피엔딩이 되는 게 않을까.
말 그대로 ‘꽃놀이 패’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방사장의 발언을 지나치게 정치적.음모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조선일보가 일관되게 보여온 철저한 권력지향성을 생각한다면 지나친 억측만도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의 거대한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조선일보의 행보는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가장 예의주시할 대목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방사장과는 학교 선후배로서 나쁘지 않은 관계다”**

그러면 정치권의 반응은 어떠한가.
여야 각 캠프는 “글쎄,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면에서는 이번 방사장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탐색하느라 상당히 분주한 분위기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방사장의 발언이 주요화제중 하나가 되고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인제 캠프의 반응이다.

이인제 고문의 한 측근은 ‘방사장의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97년 대통령선거 당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노골적으로 ‘이회창 지지, 이인제 죽이기’에 나섰다. 당시 이인제 후보는 언론 보도의 피해자였다.
그런 만큼 이번에 방상훈 사장이 중립적 선거보도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당연하고 반가운 일이다. 언론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방사장과 이고문간의 친분관계에 대해 이렇게 조심스레 말했다.

“방사장이 석방된 후 병상에 있을 때 이고문이 전화통화를 한 일은 있다. 최근에는 접촉한 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고문은 정치하는 사람 입장에서 모든 언론과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풀어나가고 있다.
방사장과는 학교 선후배로서 나쁘지 않은 관계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발언이다.
과연 조선일보가 앞으로 어떤 선거 보도태도를 보일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여야 정파의 대응이 어떨지 ‘2002 대선’과 관련된 주목해야할 관전(觀戰) 포인트 가운데 하나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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