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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신화의 이면 <9>

조선ㆍKBS, "2백주 룰을 깨라"

“이번에 윤태식한테서 주식 2백주 미만을 받은 기자들은 괜찮다며?”

한 금융단체 기관장의 말이다.
정부출신 기관장답게 평소 돌아가는 주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까닭에 평소 정보수집력이 만만치 않은 그는 자신이 취득한 정보들을 토대로 이른바 ‘2백주 룰(rule)’을 주장했다.
여러 군데에서 정보를 취합한 결과, 검찰이 윤태식으로부터 패스21 주식을 받은 25명의 언론인들 가운데 ‘기소 여부’를 가름하는 잣대는 ‘2백주’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2천만원, 기자는 2백주가 면죄부?**

“예전에 기관(국정원)사람 이야기를 들으니 민원을 처리해주고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의 구속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2천만원이라고 하던데, 기자들은 주식 2백주가 ‘면죄부’가 되는 셈인가?
과연 내가 들은 이야기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내 경험으로 보면 일이 그런 쪽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 보여.”

이 기관장의 주장은 나름대로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윤태식과 언론의 유착을 조사중인 검찰은 가능한 한 금주내에 언론 관련 수사를 매듭짓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에만 오랫동안 집착하다 보면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에 다음주부터 정치인, 국정원 등 다른 공공기관의 윤태식 게이트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최종 시한이 임박하자 언론계 안팎의 관심사는 검찰이 과연 어느 선에서 기자들의 기소 문제를 매듭지을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검찰 주변에서 이른바 ‘2백주 룰’이 간헐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해 주목된다.

한 예로 기자협회보는 16일 “검찰에서는 대가성이 있는 주식 2백주를 기준으로 그 이상을 무상 또는 저가로 매입한 경우는 구속하고 2백주에는 못 미치나 대가성이 명백한 경우에는 불구속기소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미 조사한 언론인 가운데 매일경제 2명, SBS 1명, 서울경제 1명 등 4명의 언론인을 구속했다. 여기에 서울경제 김영렬 전 사장의 구속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어, 구속자 숫자는 최소한 5명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 구속된 이들의 공통점은 수뢰액수가 1억원대를 넘으며 ‘대가성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 뇌물이면 ‘촌지’ 차원으로 보아넘길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문제는 나머지 20명의 언론인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윤태식과의 접촉이나 대가성 기사 없이 주식을 구입한 경우로 밝혀져 크게 문제가 안 되나, 몇몇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검찰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일보와 KBS, 두 공룡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런 대표적 케이스가 조선일보와 KBS의 경우이다.
이들은 몇가지 공통점을 보여준다.
우선 한 쪽은 신문 랭킹 1위이고, 다른 한쪽은 방송 랭킹 1위이다.
다른 하나는 윤태식으로부터 받은 주식 숫자가 1백주 또는 50주로, 타사 연루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우선 조선일보의 경우부터 살펴보면 이번에 권모 부장과 김모 기자 등 두 명의 현역 기자가 윤태식 게이트에 연루됐다. 이들은 월간조선 재직시절인 2000년 5월호에 윤태식 인터뷰를 크게 실어준 뒤 액면가로 각각 1백주의 주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언론인들 가운데 검찰에 가장 먼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 “검찰조사를 지켜본 뒤 회사차원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현재 두 기자의 대외 접촉을 금지시킨 뒤 그 대신에 사장실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음은 기자협회보에 밝힌 조선일보 사장실의 공식입장이다.

“본인 소명을 들어봤는데 순수 투자 목적이었고 대가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태식씨 인터뷰는 2000년 3월에 했고 보도는 4월18일자로 나갔다. 주식 매입 시기는 2000년 5월 중순이었다.
해당 기자 소명에 따르면, 윤씨 인터뷰 이후 실무진에서 촌지를 주려고 했으나 거부했다. 나중에 ‘그러면 주식을 사라’는 제의를 받고, 괜찮다는 판단을 해서 투자 목적으로 50만원을 들여 100주를 매입했다. 액면가로 싸게 사서 그렇지 윤씨에게 직접 매입한 것은 아니고 장외시장에서 샀다는 것이다. 당시 시세를 보면 패스21 주식은 2000년 1~2월경 한창 올랐다가 이후 내리막길이었다. 싸게 샀다고 하지만 장외시장 거래가 원래 액수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검찰 조사를 지켜보고 회사 차원의 조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평소의 조선일보답지 않은 궁색한 해명 세가지**

조선일보의 이같은 주장은 평소 특유의 일관된 '논리'를 앞세워 집권층을 압박해온 조선일보답지 않게 앞뒤 논리가 크게 모순된다.

첫 번째, '촌지'를 안 받고 대신 투자 목적으로 장외시장에서 패스21 주식을 매입했다는 조선일보 주장의 허구성이다.

조선일보는 자사 기자들이 윤태식이 주려한 촌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은연중 조선일보의 '윤리'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는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한 말이다. 자사 기자들이 촌지보다도 수십배 액수가 큰 '뇌물 주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주식도 윤태식 본인이 아닌 장외시장에서 매입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주장도 억지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당시 패스21 주식을 액면가로 매입했다. 당시 장외시장의 패스21 가격은 2000년초 한때 주당 80만원까지 갔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주식을 매입한 2000년 5월 당시는 상당히 거품이 빠지기는 했으나, 20만~30만원 사이를 오갔다.

이런 상황에서 윤태식이 아니라면 누가 장외시장에서 주당 수십만원을 손해보면서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주식을 액면가로 팔았겠는가. 따라서 장외시장에서 구입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식의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두 번째, 패스21 주식 구입가격에 대한 조선일보 해명의 허구성이다.

조선일보는 "싸게 샀다고 하지만 장외시장 거래가 원래 액수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주장이다. 장외시장의 거래 가격이라는 게 워낙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쭉날쭉에도 범위가 있는 법이다. 주당 20만~30만원에 거래되는 주식이 5천원에 거래되는 법은 결코 없다. 조선일보 경영진이 조선일보 경제부기자들에게 물어보면 단박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주식을 액면가에 매입한 시점인 2000년 5월보다 뒤인, 코스닥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던 시점인 2000년 6~12월에 서둘러 주식을 매각한 서울경제신문 김영렬 전사장의 경우를 살펴보아도 조선일보 주장의 허구성을 알 수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 전사장은 이 기간중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4개 증권사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패스21 주식 4만2천주와, 개인투자가에게 1만7천주를 팔아 총 64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었다. 평균 11만원씩에 판 셈이다.

매각시점에 따라 가격차가 있긴 하나, 김 전사장은 증권사에 최고 15만원에서 최저 6만원 사이의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세 번째, "검찰 조사를 지켜보고 회사 차원의 조치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선일보 주장의 자기모순이다.

언제 '천하의 조선일보'가 검찰 조사를 신경썼는가. 평소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일관되게 의문을 제기해온 게 다름아닌 조선일보 아닌가. 그런 조선일보가 왜 유독 자신의 문제에 관해서만 검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가.

조선일보 못지않게 주목되는 게 KBS의 대응이다.

KBS는 권모, 고모 두 간부가 각각 1백주, 한 기자가 50주를 저가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고모씨의 경우 자신이 진행을 맡고 있던 '경제전망대'라는 프로에 윤태식과 패스21을 대서특필해준 뒤 주식을 액면가로 매입한 '대가성' 혐의를 받고 있다.

박권상 KBS사장은 이 사실을 알고 펄펄 뛰며 엄중문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역시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검찰 눈치만 볼뿐, 구체적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다.

***경제부처 간부, "나는 조선일보를 끊었다"

이같은 조선일보와 KBS의 대응을 지켜보는 세간의 눈총은 어느 때보다 따갑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혹시 이들 두 곳이 영향력이 큰 대형언론사라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검찰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2백주 룰'을 접하며 이런 의구심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조선일보와 KBS 두곳의 기자들이 평균 1백주씩을 받은 대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해석이다.

언론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검찰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2백주 룰을 접하면서 검찰이 조선일보와 KBS를 살리기 위해 이런 궁여지책을 만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조선일보와 KBS 기자들을 구속한다는 게 적잖이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잘못 하면 이들 거대 언론과 평생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주부터 본격화할 정치인 소환 등도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 1백주로 기자들을 구속할 경우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잣대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1백주 정도는 '떡값'으로 넘기고 불구속 기소 정도만 하자는 잠정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비난의 화살은 검찰로 향하게 될 게 분명하다.
1백주라 해도 그 액수가 2천~3천만원에 달하는 엄청난 거액이기 때문이다. 과연 일반 국민들이 이같은 뇌물을 떡값으로 받아들여줄까.

더욱 아쉬운 것은 조선일보와 KBS의 대응이다.
대가성 여부가 분명하고 뇌물규모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이들 언론사들은 자사 체면만을 생각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다. 이들도 속으로는 문제를 일으킨 자사 직원들을 당장 감옥에 처넣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자사의 권위가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듯 싶다.
그러나 과연 이런 식으로 넘긴다 해서 조선일보 등의 권위가 상처를 입지 않을까.
앞으로 과연 누가 조선일보의 '권력부패 타파' 운운하는 기사를 진지하게 읽을 것인가. 스스로의 치부는 필사적으로 덮으려 하는 집단의 주장을 말이다.
조선일보 등이 스스로 진지하게 작금의 행동에 대한 손익을 계산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간부는 최근 조선일보를 끊었다 했다.

"얼마 전 와이프와 심하게 싸운 끝에 조선일보를 끊었다.
더이상 조선일보 기사를 보기가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기사 곳곳에 회사의 논리가 교묘하게 삽입돼 있다. 지겹다. 와이프는 월 1만원밖에 안하는 신문을 왜 굳이 끊겠다고 하느냐며 반발했다. 그러다가 조선일보사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했을 성 싶다. 그러나 끝까지 밀어부쳐 조선일보를 끊었다.

조선일보는 희한한 집단이다. 개별 출입기자들은 어느 신문사보다 실력이 있고 젠틀(신사적)하다. 그런데 신문에 나오는 기사를 보면 곳곳에 조선일보의 이해관계와 논리가 삽입돼 있다.
조선일보가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가는 더이상 왕년의 조선일보다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나같은 관료들까지 조선일보를 끊을 지경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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